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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7번국도동해일주

대한민국 최북단 버스종점 명파리

by 구르다 2010. 5. 14.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섬나라이다.
분단으로 오토바이로는 대륙으로 갈 수 없는 섬나라이다.

7번국도는 대륙으로 향하는 아세안 하이웨이다.
그러나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7번국도는 명파리에서 멈춘다.

섬나라 대한민국 최북단 버스종점은 명파리에 있다.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국토 분단만 아니라, 정신적 분단도 확인하였다.
우리들은 정신적으로도 섬나라 국민인 것을 확인했다.



명파리 끝 민통선은 양양에서 66Km, 간성에서 22Km이다.
달려오면서는 거리를 계산하지 않았다. 내가 도착해야 하는 끝이 어딘인지 염두에 두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통선 앞에서 스쿠터를 돌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가야 할 곳이 너무나 명확했다.
2009년 5월 16일 명파리는 비내리는 봄이었다.



봄비를 맞으며 노란 우비를 입은 농부가 모심기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도 그날처럼 모심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명파리는 통일전망대를 6Km 앞두고 있다.
통일전망대를 가거나, 금강산을 향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가는 마을일 것이다.




남북이 화해 분위기를 타고 왕래가 활발하였을 때 명파리는 생기가 넘치지 않았을까?
그러나 작년 5월 비 내리는 명파리는 쓸쓸했다.
줄지어 선 건어물 가게에서 흥정하는 손님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철없는 여행자라, 700Km를 달려 온 기념사진을 찍었다.
잠시 하늘이 비를 멈추어 주었다.



이제 쉬지 않고 남쪽으로 달리는 일만 남았다. 허기가 진다.
제법 큰 '민통선장터식당'이라는 간판을 단 밥집 문을 열었다.

젊은 두 사내가 밥을 먹고 있었다.



2박 4일의 여행에서 김이나는 밥은 딱 두 끼째다.
시간을 잊어버리고 다닌 여행이라 먹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때문이다.



밥을 먹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긴다.
3박 4일을 예정하고 집을 나선 터라 아직 하루 여유가 있다. 여차하면 속초, 강릉 어디든 하루를 머물면 된다.

명파리를 둘러보았다.



철책을 두른 해수욕장이다.
여름에는 개방하는 해수욕장일까?
5월의 해수욕장 모습만 보면 살벌하다.
아마, 대한민국 최북단의 마지막 해수욕장일 것이다.




아마, 이 초등학교도 섬나라 대한민국 최북단의 학교이지 않을까?

이 동네는 모든 것이 '최'를 붙여도 좋을 것만 같다.
스쳐 지난 건어물 가게의 상호처럼 통일된다면 '최'를 붙이지 않아도 될 터이다.




이 버스정류소도 최북단 마지막 버스정류소, 버스정류소 간판이다.
보건진료소 안내 간판 역시 최북단 안내 간판이다.




대한민국 최북단의 명파보건진료소. 이것도 역시 '최'가 붙는다.
7번 국도는 이어지지만 갈 수 없으니 '최'를 붙일 수밖에..



돌아서 명파리를 돌아보니, 쇠락한 마을은 아니다.
오히려 남쪽의 여느 군의 어느 마을보다 번창해 보인다.
그러나, 2010년 5월 명파리에는 시름이 가득할 것이다.
작년에는 희망이라도 있었을 터인데, 지금은 그 희망마저 천안함과 함께 가라앉아 버렸을 것이다.




다음지도는 명파리를 서비스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서비스 한다.
이것도 참 모순이다.
다음지도 서비스만 봐도 대한민국은 분단된 섬나라이다.




이제 통일이 되면 혹여 여기를 들릴까?
그러지않고서는 명파리를 찾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아쉬움을 속에 두고, 명파리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이제 달려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700Km를 달려왔는데 돌아가는 길은 둘러갈 필요가 없으니 그렇게 멀지는 않을 것이다.
2009년 5월 16일(토) 오후 3시 14분 창원을 향한다.

▲ 명파1교에서



최북단대진항 안내간판이다.
최북단이라서 스쿠터(대림 프리윙 125)를 잠시 세우고 카메라에 담았다.



오후 5시35분
명파1교를 출발하고 2시간 20분이 지났다.
정동진에 도착하였다.
정동진은 어제 들린 곳이다.
내려오면서 유일하게 담은 사진이다.




전국에 비가 내렸다.
아마 이때는 정말 미쳤던 모양이다.
민통선에서 창원까지 540Km를 쉬지않고 달렸다.
16일 오후 3시14분에 출발하여 17일 오전 3시45분에 도착했다.
꼬박 12시간 30분이 걸렸다.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면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다시 7번국도를 여행하고 싶은가 물어보면
'당연하지'라고 답할 것이다.


돌아와 여행기를 정리하며 몰라서, 시간이 없어서 빠트리고 둘러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음을 알았다.
정신적, 시간적, 육체적으로 허락한다면 두 바퀴가 아닌 두 발로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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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14일(목) 오전 11시 14분 출발, 5월16일(토) 오후2시12분 민통선 도착(상행 703.7Km), 5월 17일 오전 3시 44분 창원도착(하행 540.4.Km, 12시간 1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