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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명가득한

앙증맞은 봄꽃 독립만세 부르다

by 구르다 2009. 3. 3.
'다른 해 보다 음력이 빨라 분명 성질급한 노루귀는 얼굴을 내밀었을꺼야'라는 기대를 가지고 일요일 용추계곡을 찾았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며 맞는 바람에는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결론은 예감 적중! 용추에 봄꽃이 피었다는 겁니다.

이끼 머금은 바위틈에 피어난 분홍노루귀형제



삼일절 일요일 용추계곡의 버들강아지가 봄 햇살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햇살과 바람이 봄이다고 느끼지, 생명의 미세한 움직임은 감지가 안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고 있어지만 다들 오르고 내리는 일에만 열중인 것 같았습니다.



그냥 등산을 하는 것은 정말 싫어합니다. 그냥 혼자 이곳 저곳을 보면서 쉬엄 쉬엄 자연을 살피는 것을 좋아합니다.
용추계곡을 따라 비음산을 오르다. 함께 일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어디가세요"
"아, 네, 성급한 노루귀가 얼굴을 내밀었을 것 같아서, 얼굴보러왔어요?"
이렇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오르는데
처음으로 눈에 든 녀석입니다.
얼마나 반갑는지..
바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었습니다.
이것을 신기하게 계곡다리에서 보는 꼬마가 저에게 묻습니다.
"그게 뭐예요?"
"응, 현호색이냐..아주 작은 꽃인데 와서 볼래"
"꼬마는 내 행동에 관심이 있었지, 꽃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이름을 모르니 충분이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현호색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두리번 거리며 또 계곡을 오릅니다.
근데. 갈색의 틈에서 흰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순간의 기븜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죠..

속으로 흰색 노루귀구나 하고 다가가 엎드렸습니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기특하다며 보고있는데
하산하는 모녀가 그럽니다.
"어, 꽃이 피었네..우리 눈에는 안보이는데 어떻게 찾았어요.."
"예, 관심가지면 그냥보입니다. 흰색 노루귀예요"라고 꽃이름 까지 알려주었습니다.



노루귀라고 말하고 자세히 보니 아닙니다. 모녀는 이미 자리를 떠났는데..
있어야 할 털도 없고, 잎도 다르고,
2년 정도 이녀석들을 만나러 다니지 않았다고 실수도 합니다.
노루귀가 아닌 바람꽃이었습니다. 그것도 꿩의바람꽃... 
햇살을 받으면 뒷 모습이 끝내주는 바람꽃입니다.

2005/03/20 - [천륜!가족이야기] - 일요일 들꽃 산행



근데 이녀석들 너무 일찍 피어서 그럴까요..
잎도 아직 펼치지 않았고, 키도 덜자란 것 같습니다.
아직은 나뭇잎 속에서 있고 싶은데 해바라기만 하는 것인지..



바람꽃과도 인사를 하고 또 오릅니다.
아직 노루귀는 만나질 못했으니...
비음산만 자꾸 가까워 집니다.

짠,,드디어 노루귀 출현,,,
이번에도 가차없이 엉덩이는 하늘로..
그러고 보니 용추계곡에서는 노루귀 꽃과는 첫 대면입니다.



들꽃이 원래 그런데..
한녀석을 보고 나니..주변에 많지는 않지만 옹기종기 피었습니다...
흰색노루귀도 날 좀 보소 하고 있습니다..



이리 저리 옮기며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그제서야 지난 사람들이 조금 관심을 가집니다.
"다들 신기하다는 듯이, 어 꽃이 피었네"



노루귀까지 만나고 잠시 망설였습니다.
비음산까지 올라 갈까 말까..
그래 한번 가보자...

그렇게 쉬엄 쉬엄 오르다 보니 비음산 정상입니다.
창원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그런데 뿌였습니다.
그래도 남천과 창원천이 만나는 봉암갯벌이 햇빛에 반짝입니다.



바위에 카메라를 놓고 셀카로 독사진도 한 컷..
창원이 고향이고 창원에 살고 있지만 비음산 정상은 처음입니다.
예전에 한번 오르다..포기한 기억이..



이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정답게 오르는 분이 계셨는데..덕분에 저도 씩씩하게 올랐습니다.
철쭉이 피면 장관 일 것 같은데..
그 때 올지 말지는 그 때 가서..



산등성이를 넘는 것이 싫어 왔던 길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금방입니다.
가면서 녀석들에게 눈인사를 하기도 하면서요...

근데...처음 현호색을 만났던 곳 보다 아랫쪽에서 노루귀를 만났습니다.
분명 올라 올 때는 보지를 못했는데..
고새 핀 것은 아닐까..

제가 좋아하는 뒷모습입니다.
햇살을 받아 화사하면서도 털도 반짝 반짝,,



 또 다시 주저 앉아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내려 오시던 한분이 옆에 주저 않습니다.

"어 꽃이 피었네, 이 작은 것을 어떻게 찾았어요"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냥 지나는데도 보입니다."
"그 분도 카메라를 꺼내 노루귀와 인사를 합니다."



3월 2일자 경남도민일보에 용추계곡의 노루귀라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http://www.idomin.com/bbs/list.html?table=bbs_44&idxno=114310

한 발 늦었습니다...
혹 그 분이 아닐까...



남쪽에 살면 좋은 점..
봄 소식을 빨리 전한다는 것입니다.
열섬 현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연은 아직...
거꾸로 가는 것을 즐겨하지 않거든요..



겨우내 움츠렸다.
스스로의 힘으로 낙엽 사이를 뚫고 나오는 가녀린 봄꽃들..
그 생명이 지금은 하나 둘이지만..
때가 되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며 독립만세를 부르는 녀석들이 있기에
곧 지천으로 필 겁니다.

우리 인간사도 그것과 다르지 않으니..
그것이 진리고 정의라면 반드시 큰 함성으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역사를 거스르는 것은 오는 봄을 막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과 같은 정신나간 일입니다.

아직 바람난 얼레지는 피지를 않았습니다.
우곡사 가는 길에는 피었을까요..

2005/04/07 - [생명!지나치기쉬운] - 지천으로 핀 바람난 얼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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