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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친구야! 곶감 딱 한 개만 내가 먹으면 안될까? 함안 파수 곶감

by 구르다 2011. 1. 23.
오랜 친구가 집 주소를 찍어 달란다.
그리고 이렇게 곶감을 보내왔다. 대봉감으로 만든 함안 파수곶감이다.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녀석이 이렇게 덧붙인다. "너 먹으라고 보내는 것 아니고, 어머님 드시라고 보내는 거다." 이런 친구 녀석이 고맙다.

잘 받았다는 전화나 문자도 날리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글을 적으니 혹 들어와서 보려나.
고맙다. 진환아.
언제 날 잡아서 이 녀석 집에 불쑥 찾아가 밥이나 먹고 와야 겠다.


친구가 보낸 함안 파수곶감을 받고 가장 먼저 한 것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것도 병이다.
함안 파수곶감 글을 올려야지 하면서 마무리를 어떤 내용으로 적을까 고민했는데 때마침 곶감을 보내와서 고민해결이다.
친구가 내 이런 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다.



파수는 여항산 아래 자리를 잡았다.
작년 역과 역을 잇는 길을 걷는 동행모임으로 마산에서 걸어서 파수까지 갔었다.
2010/03/31 - 6시간 걸어 맛본 함안읍성 장터국밥
2010/04/01 - 봄은 제발로 오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그리고 작년 가을 상주곶감 블로거팸투어를 다녀오고서 우연히 함안 파수를 또 찾았다.
만약 상주 팸투어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파수곶감 만드는 것을 보고 '와' 감탄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국 최고의 곶감명가를 본 뒤라 감동보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상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습관적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2010/12/30 - 친환경 일자리창출 효자산업 상주곶감




파수 곶감은 대봉감으로 만든다.
11월이 끝나갈 즈음 파수를 찾았는데 감나무에 아직 감이 매달려 있었다. 



곶감 건조장 옆 감밭에는 마지막 감을 따느라 분주했다.
블로거 팸투어로 찾았던 창원 대산의 '감미로운 마을' 단감나무는 키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함안 파수 감나무는 키다리다.
어릴 적 집 뒷마당의 감나무보다 더 키가 크다. 키가 크면 감이 많이 열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파수의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상주 곶감명가에만 백만 개의 곶감이 매달려 있었다. 2010/11/23 - 별빛에 익어가는 백만개 상주곶감
함안 파수의 곶감 건조장은 그 규모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또 전반 조건도 상주와 비교하면 열악해 보였다.
그래도 파수 5백 50여 농가에서 생산하는 곶감의 연간 매출이 100억이라고 하니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함안 파수는 700여 미터의 여항산 자락에 있는 지형적 특성과 저농약과 유기농으로 재배한 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품질이 뛰어나다 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최고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보였다.




상주와 파수의 곶감생산을 위한 지형적 조건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로부터 곶감으로 유명한 곳은 자연의 조건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람과 습도, 밤과 낮의 온도 차 이런 것이 적당하리라 본다.
남고북저의 파수 역시 그런 조건은 좋을 것이다.




자연적 조건이 곶감을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최고 상품의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이 먹기 위한 곶감이 아니라 상품으로 팔기 위한 곶감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설비 생산환경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함안 파수의 시설이나 환경이 상주 곶감명가와 차이가 나고, 그런 차이를 만든 것은 투자의 차이일 것이다.




파수 곶감이 최고의 곶감으로 소비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파수 곶감만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
잘은 모르지만 대봉감으로 만드는 것은 파수 곶감의 특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부족하다.




상주의 곶감명가를 견학하지 않았다면, 상주 곶감명가의 곶감 맛을 보지 않았다면, 호두말이곶감, 홍삼곶감, 반건시를 눈과 입으로 맛보지 않았다면 나도 함안 파수곶감의 우수성에 감탄했을 것이다.




곶감명가의 곶감 포장과 상자의 디자인을 보지 않았다면 함안곶감에 감탄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상주곶감에 대한 호감이 생긴 터라 함안곶감은 우수하지만, 나에게는 2등 곶감일 수밖에 없다.




곶감산업은 효자산업이다.
그러기에 지방정부에서 이런 것을 알고 조금 더 투자하고 노력하면 좋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경남 사람이라 당장은 상주곶감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연구하고 투자하여 상주곶감을 능가하는 그런 곶감을 생산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친구가 보내 준 함안곶감은 상주 곶감명가에서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는 그 곶감과 비교할 수 없다.
친구가 보내 준 곶감에는 돈과 기술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우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친구야!
보내 준 곶감, 딱 하나만 내가 먹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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