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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먹는 장사 이렇게 하면 오래 못 간다.

by 구르다 2010. 9. 21.
얼마 전 사무실 근처에서 맛있는 밥집 한 곳을 찾았다. 그 동네 웬만한 식당 사장들과 인사 나누는 마당발 친구와 우연히 들린 밥집이다. 주 메뉴는 주꾸미인데 처음 먹어보고 괜찮은 집이다는 평을 내렸다.

그 뒤로도 여러 번 그 집을 찾았다. 친구, 함께 일하는 동료,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손님 또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단체 분들에게도 맛있는 집이라고 소개를 했다. 심지어는 도지사가 도민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밥집을 어느 분이 물어보기에 추천하기도 했었다.

그 집 점심 특선은 주꾸미와 돌솥밥인데, 가격이 오천 원이다. 그래서인지 점심때는 적지 않은 테이블 수인데도 빈자리가 거의 없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아마 인근에서 가장 손님이 붐비는 곳이라 해도 되지 싶다.



맛집으로 점찍어 두었는데 이러면 안된다.

그런데 어제 그 집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인지, 얄팍한 상술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밥장사하는 집에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얼마 전 뉴스에서 낙지 등의 연체류 머리가 몸통보다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 뉴스가 TV에 방송되었으니 한동안은 사람들이 연체류 특히 연체류 대가리를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낙지, 주꾸미 등을 주재료로 하는 식당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일 것이다.


주꾸미 전문점에서 다리 없는 주꾸미 대가리가 절반 이상이라면..

이런 분위기에서 다리 없는 낙지 머리 크기의 주꾸미 대가리가 절반 이상이 나왔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매운맛이 일품인 주꾸미 전문점 "청양** **쭈꾸미"를 가면 보통은 머리와 다리가 붙은 통 주꾸미와 머리 없이 발만 달린 주꾸미가 뒤집힌 솥뚜껑 위에 벌겋게 놓였다. 그리고 다리 없는 작은 주꾸미 대가리는 몇 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는 다리 없는 큰 주꾸미 대가리가 절반 이상이었다.

일하는 사람에게 "머리가 왜 이렇게 많은가?" 물어도 듣지 못한 것인지, 못 들은척한 것인지 무시를 하였다.
함께 간 분과 뉴스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장사하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부부로 보이는 손님이 옆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역시나 우리 상차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왔다. 다리 없는 주꾸미 대가리가 절반 이상이다.
남자는 그냥 먹자는데, 여자는 그냥 그대로 두라고 하면서 일하는 사람을 불러 "머리는 질겨서 먹기도 힘든데, 어떻게 머리가 이렇게 많이 나왔느냐?"라고 따진다. 그렇게 따지니 죄송하다며 당장 바꾸어 준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훤히 트인 주방 안에서는 주꾸미 대가리문제를 이야기하는 듯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인간이 가장 치사하다.

그 집은 체인점이다. 아마 본사는 대도시에 있을 것이고 거의 모든 재료를 본사에서 공급받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추측하면 이렇다.
낙지나 주꾸미 대가리 수요가 없으니 거의 버려지는 가격에 대량으로 사서 유통하였거나 아니면 대도시에서는 눈치 보이니 지방에 주꾸미 대가리를 많이 공급했을 것이다.

모든 장사는 고객과의 신뢰가 우선이다. 특히 먹는 장사는 더 그렇다.
그런데 매운맛을 자랑하는 그 주꾸미 전문점은 고객에 대한 신뢰를 깨버렸다.
다시 그 집에 안 가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 같이 그 집에 가려는 사람을 말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니 앞으로 그 밥집 장사가 어떤지 지켜볼 일이다.


이런 얄팍한 눈에 훤히 보이는 잔꾀는 정말 관심 가진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비단 장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다.
근래에 정말 큰마음을 내어 좋은 일을 해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큰마음이 실망으로 돌아서는 것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눈에 뻔이 보이는 저급함. 사람 의욕을 팍 꺾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