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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택시요금 백 원 끝 전 깎는 유치한 부자손님

by 구르다 2010. 7. 25.
10년 된 승용차를 버리고 스쿠터를 이동수단으로 바꾼 지 2년 훌쩍 지났다.

주변에서는 이런 나를 늘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은 조심해서 타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는 않았다.

스쿠터의 장점이라면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것과 신속성이다.
반면 비가 오는 날이면 자유롭지 못한 단점도 있다.

그런 날이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를 타면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의 택시기사들은 먼저 말을 걸지 않고, 질문을 던져야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고는 통합 이후 벌이가 어떤지, 진해 택시가 창원으로 오는지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러면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진해 가는 손님은 가능한 피한다는 것이다.
진해에서 창원 오는 손님을 태울 수 없어서 많게는 만 오천 원에서 오천 원이 예전보다 손해라는 것이다.
특히 용원이나 웅천 가자 하면 야박하게 그곳이 어딘지 모른다며 무시한다고 했다.

결국, 마산, 창원, 진해 통합으로 웅천과 용원 사는 시민은 택시를 타는 것에도 차별 아닌 차별을 받게 되었다.


어제는 질문하지 않아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젊은 택시기사를 만났다.
나는 우산에 책 한 권,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휴가철이라 모두 시외로 나가버렸다며 토요일은 영 장사가 시원찮다고 한다.

그러면서 얼마 전 자신이 태운 손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팔용동에서 사파동까지 손님을 태웠는데 가는 동안 자기가 벤츠를 타고 다닌다고 자랑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차에서 내릴 때는 백 원 끝 전을 깎고 차비를 지급하더라는 것이다.
또 언제는 상남동에서 명서동 가는 사람을 태웠는데 자기가 6, 7천만 원하는 차를 샀다고 자랑질을 하면서 역시 내릴 때는 4천 원 조금 더 나온 백 원 끝 전을 깎자고 하더란다. 택시기사는 순간 기분이 나빠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예전에 아는 후배가 택시기사를 하려고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한다.
영업택시기사는 인생 막장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길을 가려고 하느냐?
모든 기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택시기사를 하는 분 중에 사업실패를 겪고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은 분들이 많다. 다시 인생역전 내지 재기를 노리며 택한 직업이다.

그런 분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잘나가는 사람인데, 내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데 하며 속 뒤집는 자랑질을 하고는, 정작 미터기에 나온 차비를 깎자고 하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택시를 타고 내릴 때 거스름돈을 얻어 주지는 못할망정 깎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하는 인사는 하면 좋겠다. 택시 기사가 기분이 좋으면 결국 그것은 시민 안전과도 관련된다. 그런 문화가 정착되면 결국 나의 안전도 보장이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