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창원에서 전국집회가 있는데 토요일 취재를 나올 수 있는지 물어 본다.
나가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 2009.4.25(토) 경남도당사 입구 경찰이 지키고 있다.


일하는 사무실이 한나라당 경남도당과 걸어서 5분거리에 있다.
3시부터 집회인데 조금 일찍 나갔다. 민주노총이나 언론노조에서 집회를 할 때 보다 인원은 적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친절한 경찰아저씨들이 한나라당 경남도당 올라가는 1층 계단을 막아서 있다.
차가 두대 동원 되었다.
아마 건물 안 어둠 속에는 젊은 의경들이 계단에 줄줄히 앉아 청춘을 썩히고 있을 것이다.

다른 집회때의 한나라경남도당 풍경보기




이날 집회는 한나라당 권경석의원이 과거사 진실규명 법안을 개정하려는 것에 대한 유가족과 간련 단체들의 항의집회였다.
권경석의원과 법안 개정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올린 포스팅을 참고하시라.


집회에 참석한 분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다.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의 묵념은 참 숙연하다.
누구를 생각할까...아버지, 어머니, 형님, 누나, 동생 아니면 친구
아마 이분들의 삶과 밀접한 누군가 일 것이다.

이날 참석한 분들의 가슴속에는 들으면 눈물 쏙 빼며 죽일놈들 하면서 분개할 사연 하나씩은 다가지고 있을 것이다.

▷ 2009.4.25(토) 3시. 경남창원 한나라당 도당앞/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발목잡는 권경석의원 항의집회


가끔 어머니와 해방에서 한국전쟁 사이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길 할 때가 있다.
외가는 해방을 맞으며 일본에서 귀국하였다. 그분(?)과 비슷하다.
배를 타고 오면서 일본이 바다에 설치해 놓은 기뢰가 폭발해 죽을뻔도 하였다고 한다.
이 사건을 다룬 영화도 있다.

외할아버지는 일본에서 번 돈으로 창원 장복산 아래 정리에 전답을 마련했다고 한다.
낮에는 미군정이...밤에는 산에 횃불이 오르고 인민위원회(어머니 표현은 지방빨갱이)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그런 시절이었다.

밭이 조금 있었다고 밤에는 양철지붕 위에 돌이 날아 들었고, 외할머니는 보리쌀 한되를 주었다고 보도연맹으로 혼이 나기도 하였다고 한다.

▷ 이분들은 막는 것이 대수가 아니라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치 않을까


해방에서 한국전쟁까지의 이런 상황은 결코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이고 가슴아픈 사연이다.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이념으로 굳어졌고, 그런 이념과 냉전 논리로서 지배권력을 유지하려는 집단이 있었기에 어느새 우리들은 그것이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아닌 뿔달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되었고, 입에 담으면 큰일나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 노인들의 집회 대열 멀찌감치에서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다. 증거사진이라도 수집하려는 모양이다.


해방이 되고, 정부를 수립하고, 산업화가 되고, 제도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되었지만 이 땅에서 기득권을 가진 권력집단은 단 한번도 바뀐적이 없다.
대통령이 바뀌고 집권당이 바뀌었어도 나라를 움직이는 거대 권력은 교체되지 않았고, 특히 지역권력은 더 그렇다.

한나라당 아니 수구 보수집단이 노인들의 집회까지 두려워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개인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고, 우리 역사에서는 국가권력이 저지른 씻을 수 없는 죄악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살아 있는 권력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툭 튀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르신이 들고 있는 피켓에 쓰여 있듯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과거청산은 미래를 위한 초석이다"

청산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됨을 우리는 안다.
오늘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과거사 덮기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발목잡기임을 알아야 한다.

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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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김주완 2009.04.28 1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제 기사보다 훨씬 알차네요.

  2. 2009.04.29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