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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영화

'또 하나의 약속' 윤미의 일기장

by 구르다 2014. 2. 8.

삼성에 대한 분노를 넘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 되어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지난 2월6일 개봉하였다. 
개봉 예정 극장이 영화 상영을 앞두고 개봉을 포기하며 삼성의 외압설 등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출처 : 다음 영화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75497


그런 이유로 SNS를 타고 "또 하나의 약속" 개봉관을 지켜 내자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모당에서 영화관을 빌려 상영회를 한다.



내가 사는 창원에서는 집 근처의 "창원CGV"에서 상영한다.

그래서 난 어렵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 "변호인"도 개봉하는 날 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약속"도 개봉하는 날 보았다.


평소 영화 선택은 미리 계획하고 보기보다 그때 그때 땡길 때 급작스럽게 결정하는 편이다.

걸어서 10분 거리, 차로 3분 거리에 극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인"과 "또 하나의 약속"은 그렇지 않았다.


그간 살아 온 삶이 나름 사회 참여적이라 나 스스로 "변호인"과 "또 하나의 약속"을 보자고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었다.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이기에 다소 맹목적으로 이런 영화는 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변호인 예고편을 보면서 눈물 흘렸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정도는 다르지만 90년 수감생활을 하며 당했던 기억과 이런 저런 경험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변호인을 보고 나오며 잘 만들어진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가 소름 돋도록 뛰어나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변호인이 노무현 영화나 노빠의 영화로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변호인은 여러 이유로 그것을 극복했고 천만이상이 관람하는 국민영화가 되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어떻게 될까?

자본을 고발하는 반자본의 영화, 삼성을 까는 영화로 남으면 안된다.



한 해 많이보면 5-6편의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2013년은 작심하고 영화를 봤고 극장에서만 56편의 영화를 봤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에 대한 나름의 취향과 생각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고편을 통해 본 "또 하나의 약속"은 영화적으로 충분히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의무감으로 영화를 보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의 마음을 가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 2010년 전국 시민환경 운동가 대회(통영)의 반올림 홍보벽보/영화의 실제 주인공 고 황유미씨 투병사진


영화를 보며 여러 번 눈물 흘렸고 영화 몰입도가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지슬'을 보았을 때의 찝찝함 같은 것도 없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실화에 바탕을 둔 무거운 소재 영화임에도 가족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그것도 우리가족만이 아닌 우리가족처럼 아픈 이웃이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승화시켰다.

△ 2010년 전국 시민환경 운동가 대회(통영)의 반올림 홍보벽보/반올림 권리 선언문


SNS에 올라 온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많은 사람들이 삼성이라는 자본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 한다.

맞다. 선악의 개념에서 보더라도 이 영화에서 삼성은 악이다. 그러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이 분노 정도에 머문다면 딱 그기까지 머리로 영화를 본 것은 아닐까?

△ 2010년 전국 시민환경 운동가 대회(통영)의 반올림 홍보벽보/삼성전자전기 직업병피해 노동자 현황(2010년 6월말)


지극히 내 개인적 주관으로 난 '또 하나의 약속'은 머리가 아닌 마음과 눈으로 보아야 제대로 음미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보아야 모든 것을 돈으로 측정하는 각박한 현실을 잘 견뎌가고 있는 우리들 내면을 정화하는 눈물을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포기하고 윤미가 공장에 돈벌러 간 것은 가족을 위해서다. 아파도 아픈 것을 표내지 못한 것도 가족 때문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도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실장이 합의금 10억을 제시할 때 동생 윤석이가 람보르기니 한 대도  못산다며 엿먹일 때 우리가 즐겁게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미 우리는 윤미의 가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 출처 : 다음 영화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75497


윤미의 일기장을 함께 읽어가며 우리는 이미 삼성에 대한 분노를 넘어 하나의 가족으로 동화되었다.


분노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염 된 것을 정화하는 눈물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분노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법을 깨우치고 싶은 사람은 또 하나의 약속을 보았으면 한다.


△ 몰상식하다는 눈치를 받으며 엔딩을 폰카로 담았는데 절묘하게 흔들렸다.


산울림의 회상이 잔잔히 흐를때면 우리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꼭 보시라.



모처럼 블로그에 글을 적으려니 힘들다. 그것도 영화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