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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영화

세월호 참사와 영화 역린의 중용23장

by 구르다 2014. 5. 2.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대왕 1년에 일어나는 정조암살을 그린 영화 역린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역린[逆鱗]은 용의 턱밑에 거슬러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로, 임금의 분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출전은 《한비자(韓非子)》의 <세난편(說難篇)>이다.





영화 역린은 영화와 TV드라마로 많이 다뤄진 정조대왕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그리고 나름 긴장과 액션 반전 숨겨진 웃음과 인간미를 풍기는 영화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오를 때 관람객의 머리에 남는 것은 중용23장이다.

조선왕조 최고로 개혁적인 왕인 정조대왕이 개혁과 변화를 위해 던진 것이 중용23장이다.



其次(기차)는 致曲 曲能有誠(치곡 곡능유성)이니

誠則形(성즉형)하고

形則著(형즉저)하고

著則明(저즉명)하고

明則動(명즉동)하고

動則變(동즉변)하고 變則化(변즉화)니

唯天下至誠(유천하지성)이아 爲能化(위능화)니라

則 을 칙과 즉으로 읽을 수 있는데 즉으로 읽습니다.


영화에서 정조대왕(현빈)은 그가 가장 신임하는 상책(정재영)의 입을 통해 중용23장을 말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암살자였던 상책이 정조의 목숨을 구하기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신하는 신하가 된 것도 중용23장의 변칙화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영화가 끝난 후 중용23장이 더 크게 와 닿고 그것을 다시 검색하게 되었을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중용23장을 검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다 중용 읽기 열풍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에 온 나라가 슬픔과 분노에 빠져있다.

슬픔은 허망하게 300여 명의 생목숨이 바다물에 잠겼다는 것이고 그 목숨의 대부분이 아직 피지도 않은 어린 고등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또 분노는 사고를 일으킨 선사,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구조의 책임을 지고있는 정부의 파려치함, 무능, 무성의와 더 나아가 국민을 기만하고 속이며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거짓과 왜곡 조작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론의 무자비한 탐욕과 음모, 그리고 그것의 도구와 수단으로 희생 되는 힘 없는 궁녀와 백성들....


영화에서 정조대왕은 암살음모를 진압하고 납치한 어린아이를 살수로 양성하여 인신매매를 일삼는 광백(조재현)을 처단하는 것으로 영화를 끝내며 개혁의 깃발을 올린다. 그러면서 노론 기득권과 적당한 타협을 한다.


하지만 기득권과 타협하는 정조가 결코 밉거나 약아빠진 군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정조에 대한 선입관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흐름에서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이나 힘보다 진심 즉 백성을 진실로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여러 모습이 역린 영화 한 편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나는 역린에서 정조가 아닌 정순왕후(한지민)에게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보았다.


조금만 정치에 관심있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영화 속 복빙이 처럼 세월호 아이들이 우리 곁으로 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다음영화에서 '역린' 정보 보기



* 사진은 다음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홍익학당 윤홍식 대표의 중용 23장 해설강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