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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노무현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그렸던 봉하마을 작은도서관은

by 구르다 2010. 9. 28.
아이들의 민주주의 학교로서 봉하마을 작은도서관을 꿈꾼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에게 친근한 대통령이셨던 반면 참 고지식한 분입니다.
생전 봉하마을 방문객 중에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이 아이한테 좋은 말씀을 부탁한다는 말에 참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 "착하게 자라라."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초등학생, 유치원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하시는 말씀이 "우리 세대는 나서면 손해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는데 우리 사회가 그럼 되겠느냐, 상식과 원칙에 따라 올바른 길을 가는 사람이 타박 받는 사회를 애들한테 물려주면 안되지 않겠냐?"라며 아이가 아닌 부모한테 얘기하셨답니다.
 

대통령 추모의 집 입구에는 "시대는 단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는 글귀가 있습니다.

추모관을 한 바퀴 두르고 나면 그 글귀의 무거움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추모관에 전시된 노 대통령의 삶을 들여다보면 한 번도 원칙과 상식에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 2010.9.16



어쩌면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 시대에 비켜서려 했는데 그마저도 시대를 비켜가지 못하고 역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지금은 이렇게 넉넉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적당히 편하게 세상과 타협하고 살았다면 넉넉한 웃음을 짓고 계시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런 대통령이셨으니 봉하마을에 내려와서도 평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겠습니까?
그런 고민 중 한 가지가 봉하마을 방문객을 위한 쉼터였습니다.
그냥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쉼터였다고 합니다.


지난 9월 16일 경남의 블로거와 봉하재단과의 간담회에서 저는 김경수 사무국장에게 방문객들을 위한 쉼터 기능을 하는 작은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계획은 없는냐고 질문 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김해시의 김맹곤 시장이 김해시의 도서관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그것까지 보탠 것이었습니다.
이전 관련글 : 2010/08/10 - 노무현 못다한 꿈을 외면하는 김맹곤 김해시장


김경수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봉하마을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그것을 추진했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려고 했던 봉하마을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통령님 생전에 도서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컨셉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부모 손잡고 온 아이들이 봉하에 와서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갈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었다고 합니다. 전직대통령을 보러온다는 것이 정치적 행동이고,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왜 소중한지를 생각할 수 있는 어린이의 민주주의 학교로서의 도서관이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친환경과 관련된 생태마을 가꾸기 같은 것을 접하기도 하고 봉하마을이 바뀌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도서관 전시관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땅 문제 등 복합적 문제로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 추모의 집에 보관 중인 추모방명록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에는 수십만의 추모객이 남겨놓은 추모의 글이 담긴 방명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 추모 방명록 중에 "대통령님 도서관을 만들어 주어 고맙습니다."라는 추모글이 담긴 방명록이 있습니다.
어느 초등학생이 쓴 추모글인데 지난해 5월 현장에서 그것을 지켜본 어떤 분이 저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지켜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혔다고 합니다.


땅값과 지자체의 비협조로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봉하마을에 작은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김경수 사무국장의 말을 빌리면,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두관 지사와 김맹곤 시장은 봉하마을에 도서관을 짓는 것에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이들이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배워가는 민주주의 학교로서의 작은도서관을 꿈꾸었다고 합니다.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게 된 이유도 진보주의에 대해서 국민이 좀 더 쉽게 알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마 대통령의 위치에서 보니 민주주의 꽃이 한순간에 피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깨어있는 시민이 많아야 민주주의 꽃이 피고 또 열매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행정에서 마음만 먹으면 봉하마을에 작은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2주기 추모제를 하는 즈음에 봉하마을 작은도서관을 개관할 수 있지도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