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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마을도서관

돈칠갑 빵틀축제 아닌 주민참여형 사림느티나무축제

by 구르다 2010. 9. 7.

조금씩 바뀌어 가기는 하는데 어떤 사업이나 행사를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나 하는 것이 척도가 됩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분명히 하나의 척도가 맞습니다. 그것은 준비과정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준비과정이 그러하면 결과는 당연히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그 과정은 생략되고 오로지 몇 명이 왔는가를 따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모을까 이것만 궁리하게 되는 것을 목격합니다.

당연히 볼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유명인을 불러야 하는 것으로 쉽게 쉽게 갑니다. 돈 잔치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작 참여하는 사람들은 단지 구경꾼으로 머물고 맙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여기에 중독되어 웬만한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터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동네축제에도 연예인을 부르기도 합니다. 동네축제에 몇천의 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정말 동네축제, 마을축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축제가 있어 소개합니다.
한여름 팔월 폭염이 맹위를 떨쳤던 8월 21일 창원시 사림동 불목하니 전설이 깃든 350년 된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을축제가 있었습니다.

마을축제의 정식 명칭은 "사림평생교육센터 제1회 봉림느티나무 거리문화마당 한여름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입니다.

마을축제가 벌어지는 당산나무 주변을 둘러볼까요.



아나바다 장터가 열렸습니다. 봉림동 여성회에서 준비한 장터입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음악회를 준비하는 시간이라 장터는 좀 썰렁했습니다.



당산나무가 있는 작은 공원입구에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아이들의 공동작품입니다.
2010년 사림동 한마을한책읽기 선정도서를 읽고 그린 그림입니다. 2010년 사림동 한마을한책읽기 선정도서는 명화 속에 숨겨진 사고력을 찾아라 입니다.
명화 속에 숨겨진 사고력을 찾아라 - 10점
차오름.주득선 지음/주니어김영사
▶ 2009년 사림동한마을핸책읽기운동 작가와의 만남에 대한 글  2009/11/19 - '책과 노니는 집' 저자가 말한 사림동의 기적

공원 안에서는 작은 무대가 세워졌고, 음향 준비 등 음악회 준비가 진행 중입니다.




불목하니 전설이 깃든 350년 된 당산나무인 느티나무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쇠기둥에 몸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공원 곳곳에 작은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입구에는 우리 마을의 문화유적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역사와 야생화 블로그를 운영하는 천부인권님 작품입니다.



그리고 또 한 편에는 우리 동네 옛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창원이 공단도시로 개발되어 창원원주민들이 이주하기 전의 사진들입니다.
이 동네가 고향인 공창섭 창원시의원의 뒷모습도 보이는군요.



공원의 작은 숲에 미술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마을도서관에서 그림을 배우는 분들이 중심이 되어 단체를 결성한 창원사랑고향만들기 분들의 작품입니다.

2009/12/12 - 그림전시회 테이프컷팅 해보셨나요?
2008/12/10 - 전시회에서 '오바마'를 만나다
2008/10/10 - 창원사랑 고향만들기-주부들이 만든 미술아카데미
2006/05/30 - 창원사랑고향만들기 2006년 총회에서 제안



맞은 편에는 POP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숲 속 갤러리입니다.



그리고 또 한쪽에는 북아트 작품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2009/01/07 - 장애인, 비장애인 없어져야 할 단어



이제 무대 준비도 거의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출연진이 악기 조율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음악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로등이 켜지고, 무대 조명도 밝혔습니다.
사림평생교육센터(마을도서관)를 운영하는 단체인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사장님 인사말을 시작으로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음악회의 첫 번째 순서는 불목하니 전설을 각색한 마당극입니다.
창원오광대 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난리굿패 어처구니에서 준비한 것입니다.
처음 선보이는 것이라 미숙한 부분도 있었고, 재미가 좀 덜해 아이들이 조금 지루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굉장한 시도였습니다.
이 마을의 전설을 마당극으로 만든 것이고, 그 처음을 마을주민 앞에 선보인 것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즉석에서 여러 제안이 나왔습니다. 서울말이 아닌 경상도 말로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고 어처구니패 손동현 대표는 경상도 말이 아닌 창원 말로 하면 더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불목하니가 사랑이야기이니 칠월칠석에 당산나무 아래서 언약식을 하면 깨지지 않는다는 전설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2009/11/03 - 도시의 가을 창원의집에서 여물다
2008/11/30 - 막걸리 한 사발에 쏟아지는 추임새




이날 음악회 사회는 풀빛마당의 최두영 사장님이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출연자는 풀빛마당 작은 음악회에서 멋진 음악을 선사하는 노동환 교수의 기타연주였습니다.
매미 소리와 참 잘 어울리는 기타연주였습니다.
창원 봉곡동 비닐하우스속 작은음악회(천부인권)



그리고 이어서 창원에서 활동하는 지역가수들이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2006년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노래 음악회를 할 때 함께한 이경민 씨가 무대에 섰을 때는 무대 앞에서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글:조예린 /곡:김봉철/노래:이경민



그리고 동네 태권도 도장의 꼬마들이 깜찍한 태권도 시범도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출연자도 구경 하는 사람도 모두 동네 사람인 마을축제였습니다.



이런 마을축제를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몇백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 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한여름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아래서는 자원봉사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축제입니다.
주민 스스로 만들고 참여한 참여형 축제였습니다.



평가를 통해 내년에는 더 멋진 느티나무 거리축제를 만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참여형 마을축제가 가능한 것은 마을도서관을 중심으로 주민이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마을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