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경남교육포럼 정기포럼에서 주제발표하는 21세기 교육연구원 안승문 준비위원장. 2010.11.26(금)
날이 차가웠던 지난 금요일(11/26) 저녁 창원전문대학 컨벤션홀에는 우리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훈훈했습니다.
(사)경남교육포럼의 제12차 교육정책포럼으로 21세기교육연구원 안승문 준비위원장의 주제발표와 파주자유학교 김두수 이사장 등 4명 토론자의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교육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협약을 제안합니다."라는 주제 발표를 한 안승문 준비위원장은 핀란드교육의 전문가입니다.
핀란드와 북유럽의 교육을 소개하며 현재 우리 교육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21세기 교육패러다임을 비교할 때는 많은 사람이 공감했습니다.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20세기 교육은 영화관형 교육, 교과서 참고서 암기 교육이며, 정해진 답을 찾는 교육으로 모두가 앞을 보는 가르침 중심 교육이다. 입시위주의 지금 현재 우리 교실의 모습을 상상하면 됩니다.
반면 21세기 교육은 도서관형 교육이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은 같은 책을 동시에 보지 않는다. 저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다양한 책을 본다는 것입니다. 수업은 프로젝트와 세미나 워크숍으로 진행되며 자율과 협력을 통한 관점과 입장을 세우는 교육이라고 합니다.
먼 훗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모두가 공감 가는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는 과정이다. 그리고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이다."
- 에르끼 아호(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
이 대목에서는 우리나라의 독서인증제가 생각났습니다.
독서는 스스로 즐기면서 하는 즐거운 것이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독서에 대한 올가미를 씌운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독서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핀란드의 학교 사진을 보고는 우와 절로 탄성이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학교, 교도소, 군대막사가 같은 구조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별로 생각지 않은 것이데, 듣고 보니 그렇더군요.
교실, 복도가 일자로 나란히,,,,
조금 다르지만, 아파트도 같은 구조가 아닌가요?
앞으로는 획일적 건물이 아닌 다양한 모양의 건물로 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이 줄어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하면 학교를 박물관이나 도서관 전시관 등으로 사용할 수도 있게 짓자고 했습니다. 200% 공감했습니다.
주제 발표가 끝나고 박종훈 포럼 상임대표의 사회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김두관 지사 축사가 개회식에 있었는데, 그러고도 1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높은 사람 참여하는 행사는 개회식 끝나면 반쯤은 자리가 비는데, 한국에서의 교육문제는 뜨거운 감자인지라 이날은 끝까지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김두수 파주자유학교 이사장은 자칭 토론자 중에서 교육에 대한 가장 비전문가라며 사교육에 대한 문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수업 외 잡무를 줄여 주어야 한다. 교원성과급을 폐지하고 학교의 사무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인원 4만 명을 신규채용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교육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길원 경기보평초등학교장은 경기도 혁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학교에서 트위터, 페이스북도 가르쳐야 한다고 할 때는, 제 옆에 앉은 초등생의 얼굴에 웃음이 피었습니다.
제가 그 초등생에게 트위터가 무엇인지 아느냐? 하고 물어보니 안다고 합니다.
그럼 트위터는 하고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그런 것을 가르쳐 주면 좋겠냐?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입시위주의 성적만능주의 현재 교육에서는 꿈이겠죠?
이날 토론회에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교사, 학부모 등 정말 다양한 사람이 참석했습니다.
서길원 교장 선생님의 토론까지는 밝은 교육의 미래를 보았는데, 경남도교육청 정경훈 과장의 토론에서 분위기가 얼어버렸습니다.
연평도가 아닌 백령도 포격이 나오고, 백묵(분필) 하나로 수업하던 때도 있었는데 많이 바뀌지 않았느냐? 그리고 지금 북유럽이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한국경제는 그나마 나은 것은 어쩌면 우리 교육이 우위에 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냐? 라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였는지 분위기를 급반전시킨 것이 조재규 경남도의회교육위원장입니다.
조재규 위원장은 "다들 핀란드교육에 대해서 전문가인데, 자신은 교육위원회 연수로 핀란드를 이틀 다녀왔는데 껍데기만 보았다. 확실한 것은 핀란드 아이들 표정이 우리 아이들과 달랐고 교사들은 열정적이었다."라며 짧지만 우리 교육과 핀란드 교육의 차이점을 명확히 대비시켰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무터킨더 블로그를 운영하는 박성숙 씨가 독일교육이야기 강좌에서 들려 준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우리나라 아이들은 똑똑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2010/05/04 - 독일교육에는 꼴찌가 없다
기본 토론이 끝나고 방청객 질문이 있었습니다.
성주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은 51년생인데 자기가 볼 때 입시체제하에서 50년 동안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며 도 교육청 정경훈 과장에게 따지듯이 질책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따듯한 선생님으로 보였습니다.
적어도 아부할 줄 모르는 선생님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손을 잡고 토론회에 왔다는 학부모,
지난번 아이들 시험에서 시험성적에 대해서는 꾸중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나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면서,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팍팍 밀어주겠다고 많은 사람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제도가 바뀌지 않아도 깨어 있는 부모가 많아지면 그나마 우리 교육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요?
21세기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것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협의의 과정을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사회적 합의가 된 것도 있다.
그것은 관료주의 청산이다. 이런 행정적 환경적 요소는 천천히 하면 안 된다. 과감, 신속, 과격하게 해야 한다.
반면 교실의 변화는 천천히 해야 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마지막을 안승문 준비위원장이 정리했는데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회적 합의의 최고 수준은 교육에 돈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강이 썩었나? 교육이 썩었나?
현 정부는 강이 더 썩었다며 4대강에 22조를 쏟아붓고 있다.
강보다 더 썩은, 강보다 더 아픈 교육에 돈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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