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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갱상도정치

김두관 취임사에 4대강 언급 없었나?

by 구르다 2010. 7. 2.
낙동강이 생명을 품지 못하는 오염된 호수가 되도록 방관하면서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7월1일 김두관 경남도지사 열린취임식이 경남도청 광장에서 열렸다.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복리 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과 국가 시책 구현을 위해 경남도지사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김두관 당선자는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되었다. 경남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취임 선서하는 김두관 지사. 2010.7.1. 취임식


김두관 지사의 취임사에 4대강 사업 반대를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두관 지사는 선거에서 4대강 사업 반대를 명확히 했고, 당선되어서도 줄곧 4대강 사업 반대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도지사직 인수위에 4대강 특위를 구성했고, 보와 준설은 즉각 중단하고 복구해야 한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공식 명칭은 정하지 않았지만 도청 내 공식기구로 강병기 정무부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4대강특위를 둔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런데도 취임사에 4대강사업 반대를 직접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지역 일간지 취임식과 취임사를 다룬 기사에도 4대강 이야기는 빠져 있다.
"대한민국 번영1번지 경남 만들겠다"(남도민일보 2010년 07월 01일 (목) 15:10:50, 조쟁영 기자)

언론에서는 "경남도민은 선거혁명을 통해 변화를 선택했고 변화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경남도민의 선택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운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
"지방분권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
"백성은 가난에 분노하기 보다는 불공정에 화낸다고 했다"라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고 대접받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학력이나 경제사업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공평한 경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도로 취임사를 요약했다.


△ 취임사를 낭독하는 김두관 지사. 2010.7.1. 취임식




그러나 취임사에는 분명하게 4대강 사업에 대한 통쾌한 언급이 있다.

이렇게 말이다.

우리 천만 영남인은 수천 년을 낙동강에 의지해 살아왔습니다.
영남의 젖줄이고 어머니 같은 낙동강을 우리의 손으로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합니다.
낙동강이 생명을 품지 못하는 오염된 호수가 되도록 방관하면서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낙동강을 영남의 젖줄이고 어머니라 하였다. 또, 4대강사업은 낙동강이 생명을 품지 못하는 오염된 호수를 만드는 사업으로 표현하였다.

표현은 부드럽고, 은유적이지만 통쾌하고 의지가 분명하지 않은가?

△ 김두관 지사 취임식에 참석한 도민. 2010.7.1. 경남도청



이날 열린취임식에 참석한 사람은 약 3천 명이다. 의자만 2천 개를 깔았다고 한다.
참석자 중에는 김두관 지사를 지지한 사람도 있지만 반대한 사람도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도 참석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살펴 직설적 표현은 피하지 않았을까 나름 추측해 본다.
하지만, 참석자 모두에게 지사의 4대강 사업 반대와 낙동강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의지는 명확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취임사를 들어보자.





취임식에는 축가가 울렸고 축시도 낭송하였다.
도의원, 직장인, 노동자, 교사, 농부 5명의 시인이 공동창작한 "번영의 두레밭을 약속하자"라는 축시는 김두관 지사 당선 의미와 도민의 소통, 화합 등이 담겼다.

시 낭송은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 된 김경숙 도의원(김경 시인)과 김우태 시인이 낭송하였다.

△ 축시를 낭송하는 김경시인과 김우태 시인. 2010.7.1. 김두관 지사 취임식






번영의 두레밭을 약속하자


먼동이 트고, 새날이 밝았다.
낙동강 구비구비 넉넉한 가야 옛터
천 년 잠을 깨우는 대장간 망치소리 우렁차다
칠월의 태양 아래 무학, 장복, 불모, 천주...
산봉우리들도 반갑게 서로를 부르는 구나
마치 고귀한 빛과 함께하면 누구라도 친근해지듯이


아, 노심초사 기다려 온
이 여명, 이 햇살!
여기 이 땅 민주주의 씨앗이 뿌려진 지 어언 반세기
긴긴 세월 주술 같은 잠에서 깨어
해맑은 표정으로 인사 나누는
씨알들의 저 싱싱한 동자를 보아라!


넘어지고, 꺽어지고, 쓰러질수록
더 깊게, 더 뜨겁게 대지를 껴안았던 날들이여!
우리는 오늘을, 오래토록 기억해야 한다.
오늘의 영예는
한때는 오직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던 것
그토록 작던 우리가 이토록 큰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은가.


한 줄기 서늘한 각성의 강을 이룬 씨앗들이여
한 덩어리 거룩한 희망의 숲을 이룬 씨앗들이여
이제 형형한 두 눈은 이상과 신념에 불타고
굳건한 두 발은 현실과 원칙에 뿌리내려
서로가 서로에게 밥이되고, 꿈이되고, 법칙이 되는
번영의 두레밭을 약속하자!


번영은 끝없이 금자탑을 쌓는 일이 아니라네
언제나 생명에 속하고, 생명에 상응하며
각자의 일에서 보람을 찾는 가운데
약한 자를 배려하는 것
나의 성취가 오롯이 너의 기쁨이 되는 것
그것은 우리 주고받는 눈짓 속에서 시나브로 자란다네.


이제는 두려워 말고 가자.
도처에 벽, 도처에 가시밭길이라도
위험 있는 곳에 구원 또한 자라는 법
나를 낮출 때 벽은 스스로 허물어지지 않던가
흉금을 터놓고 말하고, 항상 귀를 열어두는 것
그것은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다.

원대한 뜻을 품은 대지여,
대지의 아들 딸들이여!
둥~ 둥~ 둥 북을 울려라, 새날의 북을!
여기 생명이 농울치는 약속의 땅, 번영의 터전에
씨알의 염원 모두 모아 마음밭을 일구자
우리에겐 나눌수록 더 넓어만 가는 마음이 있다.


공동창작 : 김경숙(시인, 도의원), 김우태(시인, 직장인), 서정홍(시인, 농부), 이응인(시인, 교사), 표성배(시인,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