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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갱상도정치

발급않는 열사(烈士)증 요구 공무원은 뭐?

by 구르다 2010. 4. 8.
올해 3.15 50주년이다. 지역에는 50년 빚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김주열 열사 범국민장 준비위원회 김영만 상임공동장례위원장 입니다.
1960년 4월11일 최루탄이 오른쪽 눈에 박힌 처참한 주검이 마산중앙 앞바다에 떠올랐습니다.

그 주검은 당시 마산상고(현 용마고등학교) 1학년 까까머리 김주열이다. 처참한 주검을 본 국민은 분노했고, 그 분노는 4.19로 이어졌다. 김영만 상임공동장례위원장은 김주열과 마산상고 동기입니다.

4월 11일 떠오른 시신은 도립병원에 안치되었고, 13일 밤 경찰은 시신을 강제 탈취하여 고향 남원으로 빼돌렸습니다. 김주열의 시신은 어머니 권찬주씨의 반대에도 선산에 매장되었습니다. 김영만 위원장에게 피지도 못하고 떠난 김주열을 제대로 장사 지내는 것은 평생 숙제였습니다.

3.15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50주년을 맞은 올해 장례를 치르기 위해 '김주열 열사 범국민장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장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주열은 3.15 당시 국민의 아들

어제(4월 7일)는 창원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5천만 원이 소요되는 장례식 기금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이 열렸습니다. 경남블로거 몇 명이 일일주점에서 김영만 위원장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그 간담회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일일주점 메뉴를 칠판에 적어 놓았다.



김주열의 친구들은 전국 무전여행을 다닐 때도 마산에서 왔다고 하면 모두가 잘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산학생들은 김주열이 덕분에 공짜여행이 가능했다며,  김영만 위원장은 김주열은 3.15 당시 국민의 아들이었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이번 장례식도 국민의 아들이었기에 범국민장으로 치르는 것이라 했습니다.

김주열이 열사증을 받았느냐?

김주열은 살아서는 남원이 고향이고, 죽어서는 마산이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장례식도 마산에서 치르는 것이고 유가족도 범국민장을 치르는 날 마산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런제 정작 범국민장을 준비하면서 전국에서는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는데 고향인 마산에서는 냉담하다고 합니다.

▲ 김영만 공동위원장과 경남블로거 간담회. 2010.4.7.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장례식 준비 초기 김태호 경남도지사를 만났을 때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고, 그 자리에서 도청 간부들을 불러 잘 도와주라고 했답니다. 본인은 당일 외국 출장이 있어 참석지 못하나 부지사를 보내 추도사를 대독하게 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면담 후 며칠 사이 태도가 180도 돌변을 했답니다.
"돈이 없어 지원도 못하겠다. 선거법 때문에 부지사가 추도사 대독도 못하겠다" 했답니다.
그리고 마산시에서는 모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와 "김주열이 열사증을 받았느냐?"라고 물었다 합니다.

그냥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가 아니라, 지금 당신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뭐 이렇게 들렸다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김영만 위원장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습니다. 친정부적 단체가 주최하는 장례식이었으면 이렇게 했을까?라는 것입니다.


▲ 김주열열사 50주기 범국민장 기금마련을 위한 일일주점 풍경, 2010.4.7. 창원 성산종합사회복지관



3.15는 국가가 공인한 기념일입니다. 김주열의 죽음으로 다시 3.15 의거는 다시 촉발되어 4.19로 승화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국가기념을 기념하고, 열사의 장례를 준비하는데 친정부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우습지 않습니까?

그리고 열사증이라니요? 대한민국 정부에서 중국처럼 '혁명열사증'을 발급하기나 하나요?  그럼 유관순 열사는 열사증 받아서 국민이 열사라 칭송하는 것인가요? 엇나가도 너무 많이 엇나갔습니다.
김주열 열사증 운운하면서, 철없는 아이가 데모 구경하다 최루탄 맞아 죽었다 이런 식으로 떠벌리면,  3.15를 팔지 말아야하고 민주주의전당 유치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김영만 장례위원장은 마산시와 모 단체의 김주열 열사 펨훼 기사와 관련해 우리 세대(김영만 세대)는 내용도 알고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알기에 문제가 되지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의 기록이 된다. 지금 세대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하며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다큐멘터리 친구야 미안하다 포스터가 주점입구에 있었다. 상영 : 4월15일(목) 오후7시, 3.15아트센터 소극장




간담회를 끝내고 집에 들어왔는데 딸아이가 그럽니다. 자기들부터는 국사가 수능에서 선택이라고 합니다. 서울대학만 국사를 채택했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국사를 공부하겠어요? 합니다. 자기들 까지는 수업은 필수로 듣지만, 자기 후배들은 수업도 선택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것에 대해서 자기 블로그에 글을 적겠다 합니다.





현 정부 들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집니다.
요미우리 신문의 독도기사 관련 소송이 기각되었습니다. 요미우리의 보도가 오보였다는 것을 법원이 판결하지 않았습니다.
3.1절을 교과서에서 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하여 가르친다고 합니다.

역사의식 없는 국민이 살아가는 나라,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친구야 미안하다

                      


                        우리는 그 날,
                        영웅이 되려던 것도
                        열사가 되려던 것도 아니었다.
                        이제
                        네 어깨에 무거운 역사의 짐을 내려
                        나는 너를
                        너에게로 보낸다.


                       2010년 4월 15일 (목) 오후7시
                       3.15 아트센터 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