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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고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신의 직업-한병렬

by 구르다 2009. 12. 23.
남이섬CEO 강우현의 책 '상상망치'에서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라 했습니다.
강우현 대표가 이 사람들의 작업장을 보았다면 무엇이라 할까요?

사무실이 걸어서 5분이라는 이유로 가끔 저에게 밥을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냉동일을 했는데, 올해부터 삼 형제가 함께 다른 일을 합니다.
간판은 시원기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계 판매와는 많이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고물상에서 뒹구는 고물에 생명을 부여하여 중고기계로 만드는 신의 직업이라고 할까요?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 시원중고기계 사무실겸 창고입니다. 친구와 동생들



경기가 좋지 않아 문을 닫는 공장이 생깁니다. 공장의 기계와 설비들은 제법 자금동원력이 있는 고물상들이 통째로 얼마 이렇게 삽니다. 그러고 나면 또 분야별 고물상에게 잘라서 팔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철거된 기계와 설비들은 재활용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고철로 처리됩니다.

지금 소개하는 이들 삼 형제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틈새를 찾은 창조자들입니다.
고철이 되기 전에 사용가능한 중고기계(정확히 부품)를 분리해 내는 것입니다.
물론 고철값 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중고부품을 삽니다.
이 과정에서 고철을 파는 업자에게 좀 더 많은 이익을 주게 됩니다.


△ 목욕끝나고 신체검사 중입니다. 기계를 이동하는 이송장치입니다.



그렇게 가져온 중고기계와 부품들은 다시 깨끗하게 목욕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신체검사와 이력서 작성 단계를 거치고, 인물촬영을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장터에 상품으로 등록 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리게 되는 거죠.

물건을 사는 사람들 역시 새 기계나 부품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사게 됩니다.
고장난 중고기계나 설비를 교체하는 곳에 사용하기도 할 것이고, 시중에 없는 기계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기도 할 것입니다.

저도10여 년 전에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기계가 고장이 났을 때 새 부품을 사는 경우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또 기계가 외국제품인 경우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부품 구하기가 힘듭니다. 아마 지금도 현장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 창고에는 부품번호를 붙여 보관을 합니다. 구매가 결정되면 택배로 발송을 합니다.



이들 삼 형제가 하는 일은 그러고 보면 여러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참 고마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녹생성장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쓸 수 있는 기계와 부품을 고철로 처리하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이들이 진정 애국자이죠.

아주 단순한 일같이 보이지만 나름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첫째 물건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감을 잡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가져가서 팔릴 물건인지, 팔리지 않을 물건인지 판단을 해야합니다.
세 번째는 기계, 전기, 전자, 제어 등에 대해 일정의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도 하고 이력서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탄탄한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장터에 물건을 내 놓는다고 그냥 팔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판매함으로 신용도 중요합니다.


올해 초에는 창고에 부품이 이렇게 많이 쌓여 있지는 않았는데, 한해가 지나는 지금은 많이 쌓여 있습니다. 아마 경기가 좋지 않아 문을 닫은 공장이 많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냥 보면 재고인데 그래도 투자비용은 회수하고 남은 물건들이라 걱정은 덜 한다 합니다. 적어도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아니니 임자만 만나면 되기 때문이죠.
경기가 좋아져서 창고가 빨리 비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가끔 밥을 얻어먹어도 덜 미안하겠죠.

어떤 기계와 부품을 파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 보세요.

* 친구가 2015년 5월 7일(수) 하늘로 갔다.


시원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