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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마을도서관

사람을 개(?)로 둔갑시킨 마산시 공정성

by 구르다 2009. 11. 10.

마산시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늙었다.'라는 것이다.
늙었다는 것이 꼭 나쁜 이미지만은 아니다.

농경이 중심이던 공동체에서는 나이 든 사람은 존경받았다. 공동체 유지를 위한 지혜를 모두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긍정보다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늙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 좋은 사람은 없지 않은가?

마산시의 내서 상곡작은도서관 위탁운영자 선정을 보면서 마산시가 늙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마산시가 늙었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도시다 내지 도시구성원들의 평균 나이가 많다 이런 의미가 아니다. 그런 시간의 누적에 따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산시가 늙었다고 하는 것은 시의 행정이나 정책판단이 과거지향적이거나 고리타분하다는 것이다.
바다를 메워 공장과 집을 짓는 정책이나, 행정통합논의 과정에서 그런 것은 많이 확인했다.

마산시의 내서 상곡작은도서관 위탁운영자 선정을 보면서 마산시가 늙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마산은 지금의 작은도서관 모태가 되었던 "책사랑"만으로도 작은도서관 운동사에서 역사가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현재 대중화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에 대해서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 2007년 3월 마산 작은도서관 간담회

나는 작은도서관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에 몸담고 있다. 내가 속한 단체가 창원에서 작은도서관의 한 형태인 마을도서관을 설립하는 운동을 15년 전에 제안하고 실행하였다. 그리고 2005년에는 작은도서관에 대한 모델과 정책을 수립하는 문광부 정책회의에 민간단체로서는 유일하게 참여를 하였다. 이번 상곡작은도서관 역시 그때 수립된 정책으로 지원받아 개관한 도서관이다.

마산의 작은도서관에 관심을 둔 것은 10년 전이다. 내서에서 작은도서관 설립을 위한 도서관문화대학을 개최하였다.

그런 것이 불씨가 되어 작은도서관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내서에서 작은도서관을 설립운영하였다.
지금의 상곡도서관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런 활동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2006년 마산에서는 작은도서관 설립을 위한 시민 서명운동이 있었고, 2007년에는 그런 활동을 하셨던 분들과 간담회도 했었다. 간담회를 하면서 당시 문광부의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을 소개하였고, 그러한 정책을 송순호 시의원이 행정에 제안하여 지금의 상곡작은도서관이 개관하게 되었다.


마산시에 등록된 문고는 많지만, 실제 내실있게 운영하는 문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마산만의 문제가 아닌 새마을문고의 보편적 모습이었다.


또, 2007년에는 공동모금회 사업으로 경남지역 20개 시군 중 17개 시군을 현장 방문하여 작은도서관 실태 조사를 하고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마산은 3곳을 방문하였다.


△ 2007년 석전2동 새마을문고


마산시에 등록된 문고는 많지만, 실제 내실있게 운영하는 문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마산만의 문제가 아닌 새마을문고의 보편적 모습이었다.

새마을문고와 현재 대중화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은 그 출발의 시각 차이만큼 현실에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 2007년 코오롱1차 책사랑회 내서마을도서관



마산은 내서의 아파트에 3개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었고 2곳을 방문하였다. 내서의 3개 작은도서관은 다른 새마을 문고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객관적 조건의 차이도 있지만 작은도서관에 대한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런 사람들 중심에는 송순호 시의원이 있었다.
송순호 시의원은 시의원이 되기 전에 주민회 활동과 작은도서관 활동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민주노동당에 적을 두고 시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활동의 성과라 생각한다.


△ 2007년 내서 대동이미지 다숲도서관


실태조사 간담회에서 도서관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지원조례가 제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송순호 의원은 그것을 귀담아듣고 실행하였다. 그래서 아래의 글도 블로그에 올렸다.
▷ 2009/07/21 - 작은도서관에 관심(?) 갖는 경남에서 유일한 의원


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시설이면서도 현실에서는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시설이다. 또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도 도서관이 탐난다고 하여 덥석 물었다가는 난감한 경우에 봉착한다.

개인적으로 '새마을협의회가 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마산시의 위탁운영주체 선정은 다분히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상곡도서관은 행정에서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내서주민들이 몇 년을 준비해 개관하였다. 적어도 그런 과정에 참여한 주민들이 이해할 만한 선정이어야 한다. 새마을협의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이번 상곡작은도서관의 위탁운영주체 선정은 운영주체 선정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주민들의 심정이 이번 사안을 심층 취재한 기자의 취재노트 제목처럼 '죽 쒀서 개 준 꼴?'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겠는가?

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시설이면서도 현실에서는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시설이다. 또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도 도서관이 탐난다고 하여 덥석 물었다가는 난감한 경우에 봉착한다. 도서관 이용자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 활동 자체를 즐기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못한다.
새마을문고 활성화가 잘 안 되는 것은 단순히 시설과 공간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자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작은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이번 상곡작은도서관과 비슷한 경우를 몇 번 경험했다.
결국, 죽는 것은 도서관이고,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버린 사람들도 뒤끝이 좋지 않았다.

도서관은 소유하려고 한다 해서 소유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소유를 했다 하더라도 상당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그런 공공재이다.

마산시가 늙었다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려면 이번 결정에 대해서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작은도서관은 아직 어린 사업이기 때문이다.

기자의 취재노트 제목처럼 내서 주민들이 '죽을 쑨 것은 주민인데, 그것을 개한테 줬다.'고 생각하면, 주민들은 내년 6월 선거에서 어떤 권리행사를 할까?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