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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마을도서관

천문대건립 꿈꾸는 시골작은도서관 별밤음악회

by 구르다 2009. 8. 27.

도서관 창 너머로 푸른들이 보인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도서관이 있고 그런 도서관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책을 본다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루지 못 할 꿈이 될 가능성이 많지만 그런 자리도 보아두었고 아직은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

작은도서관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작은도서관 탐방을 하곤 한다.

내가 꿈꾸는 도서관은 아니지만 얼마전 그런 도서관을 만났다. 창을 열면 바다가 아닌 푸른 들판이 보이는 시골동네의 아담한 작은도서관이다.


경상남도 합천군 초계면에 있는 '도토리와 친구들'이라는 작은도서관이다. 하루 걸러 비가 내리던 8월 중순 도서관에서 작은음악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합천을 찾았다.
2007년 공동모금회지원사업으로 경남지역작은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경남의 작은도서관을 찾아다녔다. 그 때 처음 본 합천의 "도토리와 친구들"은 도서관 푯말이 이쁜 작은도서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찾은 도토리와 친구들은 푯말만 이쁜 것이 아니라 한폭의 그림같은 도서관 이었다.

경상남도 합천군 초계면 '도토리와 친구들' 작은도서관



합천 초계면은 그렇게 크지 않은 농촌 마을이다. 면소재라고 하지만 어느 시골의 장터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2007년 10월에 찾은 초계면소재지 풍경



도토리와 친구들을 처음 찾은 2007년은 면소재지 중앙의 점포건물에 세를 주고 운영되고 있었다. 아이들의 접근성은 좋았지만 귀농한 목사님이 운영하다보니 월세 등 도서관 운영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지방정부의 지원없이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대부분 작은도서관이 겪는 어려움은 도서관 장소 임대료, 새책 구입비, 안정적인 도서관 관리자 등 도서관 운영을 위한 기본적 사항들이다.

상가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던 도토리와 친구들(2007년)



2007년 경남지역 20여 개의 작은도서관을 방문조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내용이다. 합천의 도토리와 친구들 역시 내 외부 모습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지만 속사정은 여느 도서관이나 마찬 가지였다. 비누도 만들어 서울사는 지인들에게 판매 하고, 아나바다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는 등 여러모로 애를 써고 있었다.
기억에 남은 이진용 관장의 말은 '이렇게 운영하면 1년 뒤에 도토리와 친구들이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사하기전 도서관 내부(2007)

2007년 방문당시 이진용관장




그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지역의 작은도서관을 위해 우리단체에서는 노동부 사회적일자리 사업으로 작은도서관지원사업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합천의 도토리와 친구들은 거리가 너무멀어 사업 참가자 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여성부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사업을 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가 작은도서관지원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합천의 도토리와 친구들도 사업신청하라고 귀뜸을 해주었다. 그리고 6개월로 한시적이지만 지원대상에 포함 되었다.

새로 이사한 도서관 내부

넓어지고 장서도 늘었다.




이번 방문도 그런 인연으로 하여 시골 작은음악회도 구경할 겸 방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찾은 도토리와 친구들이 너무나 근사하게 가꾸어져 있어 많이 놀랐다.
매월 나가는 월세가 아까워 은행에 돈을 빌려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고 한다. 면소재지의 외곽이라 아이들의 접근성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 흠이지만 정말 큰 결단을 한 것이다.


도서관 마당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풀장도 직접 만들었다. 도서관을 방문한 시간이 늦은 저녁시간이었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라 덮게를 씌워놓은 풀장만 구경했지만 하루 30여명의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려 온다고 한다.

도서관 마당에 만들어 놓은 간이 풀장 하루 30여 명이 이용한다



이런 합천 도토리와 친구들의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얼마전에는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이 이진용 관장의 목소리를 담아 한동안 작은도서관 캠페인 방송을 내보내기도 하였다.

어둠이 내리고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며 도토리작은 음악회 준비가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작은음악회 준비를 둘러보는 이진용 관장(사진 오른쪽 흰티셔츠)



이번 음악회는 두번째로 천문대건축을 위한 별밤음악회로 기획되었다 한다. 시골의 작은도서관에 천문대를 만들어 시골아이들에게 우주로 향하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나로호보다 더 구체적이고 와닿은 사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음악회는 이진용 관장이 몸담고 있는 교회와 연계된 신학대, 그리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준비되고 진행되었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장대비가 내렸고, 천막에 고인물을 떨어내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마을주민과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의 청중들이 참석한 시골의 작은음악회 였지만 그 속에 담긴 뜻과 추진력은 시골동네로 귀농하여 작은도서관을 만든 이진용 관장같은 분이라야 가능한 음악회였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비가 내렸다.



개구리 소리와 피아노 음율이 어우러지고, 풀벌레 소리도 합창의 일부가 된 음악회..
여름밤 굵은 비소리도 조화를 이루던 시골의 작은음악회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12월이 되면 합천의 도토리와 친구들 작은도서관 역시 도서관운영 인력에 대한 걱정을 다시하게 될 것이다.
도토리와 친구들 같은 작은도서관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삶에 향기를 불어넣고 있다.

작은도서관이 거창한 시설도 아니고 화려한 폼나는 사업이 아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고르게 이루어져 내일은 어떻게 도서관문을 열까라는 걱정 대신, 어떻게 아이들을 즐겁게 맞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는 날이 오기를 빌어 본다.


경남지역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주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경남지역의 작은도서관에 관련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글>
함안 함주공원의 도란도란 꿈나무버스 -  ① 폐버스의 변신은 무죄, 공원도서관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