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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바다의날 마산만 살리는 생명의굿

by 구르다 2009. 6. 3.



△ 2009.5.31 새물맞이굿 / 김산

나 무
작사:최종진 작곡:고승하 노래:김산,아름나라

사람들은 말없이 나무를 베고
나무는 모든것을 잃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심코 길을만들고
산새들은 푸른집을 잃었습니다

폭우지나 흙탕물 쓸려간 자리
나무 뿌리 저 홀로 남았습니다

아무일도 없다는 파란하늘밑
햇살이 너무 고와 서럽습니다



지난 5월31일은 '바다의날'이었다.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로 뭔가를 벌이는 것이 어색한 분위였을까?
"5월31일 새물맞이 굿 그래도 합니다."라는 문자까지 받았다.
새물맞이 굿은 올 해가 10번 째이다. 지역에서 9번의 새물맞이 굿이 있었지만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어시장이 손바닥만한 것이 아니라 장어골목이 나한테 생소했다.
어시장에서 장사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쉽게 찾을 수 있게 가르쳐준다.

행사 시작이 3시라 생각하고 마음이 급했는데 정시에 도착하니 휑한 것이 내가 잘못찾았나 생각했다.
바닷가라 바람은 부는데 사람들이 많지 않아 더 썰렁했다.
나중에 팜플렛을 보고 알았지만 행사는 3시30분 부터 시작이었다.

새물맞이 굿의 놀이순서는 여는마당(터벌림 굿), 펼침마당(새물 굿), 놀이마당(맞이 굿)으로 구성되었고 부대행사로는 떡과 음식을 나누고,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현상까지 해주었다.


여는 마당의 터벌림굿은 길 닦음 굿(길놀이) 바다씻김굿, 터울림 굿으로 펼쳐지고..

마산에서 활동하는 여러 풍물패들이 모여 태평소를 앞세우고 어시장을 한 바퀴 돌아오는  길닦음 굿으로 새물맞이 굿이 시작되었다..
길놀이패가 돌아 올 즈음엔 그래도 사람들이 그럭저럭 모였다.


곧이어 바다 씻김굿 판이 벌어졌다. 사해바다 용왕을 모셔놓고 오방진 가락을 울리면서 씻김 굿을 했고, 곽영화 선생이 특별 출연하여 퍼포먼스를 하였다.

△ 5.29 새물맞이 굿 /마산 어시장 장어골목 / 곽영화 선생의 퍼포먼스


굿판이 벌어지는 동안 하얀 천에 빠른 손놀림으로 척척 그려가더니 멋진 만장이 완성되었다.


만장이 바람에 펄럭이고 오방진 가락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물맞이 굿은 어시장 앞 매립지에서 벌어졌다. 굿판 옆에는 장승처럼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앞으로 저 곳에 살 사람들은 편히 바다를 감상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저 아파트로 하여 바다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기적인 산물이며 공동체와는 반대되는 건설이다.
또 바다에서 마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하는 장벽이 될 것이다.


씻김 굿에 이어 터 울림 굿이 시작되었다. 터울림 굿은 생활공간을 터 울림하여 벽사를 하고 신성한 놀이공간으로 바꾸는 울림 굿이다.


이렇게 여는 마당이 마무리되고 이어서 펼침마당이 시작되었다.
펼침마당(새물굿)은 합수 굿과 마당극으로 진행되었다.

합수굿의 시작은 합수식이다. 마산의 9군데 약수를 모셔와 합수를 하는 것이다.
 

땅에서 솟아난 물은 그 자체로서 깨끗한데 인간의 삶과 일터를 거치고 나면 똥물이 되어 버린다.
그런 똥물을 자연은 또 새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인간의 이김심이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개발을 하고나서는 자연도 그 능력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의 마산 바다가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오늘도 기원하고 있다. 
이김심을 버리지 않은 조건에서 새물을 달라고..

끊임없이 바다를 메워가면서 그것부터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그것이 미안해서 일까? 마산시장은 이 굿판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합수의식이 끝나고 레드스텝의 창작무용극 "바다"가 공연되었다.


창작무용극을 여러번 보았지만 나한테는 여전히 어렵다.


창작무용이 끝나고 우리에게 친근한 마당극이 펼쳐졌다.
목포에서 활동하는 극단 갯돌이다. 이번 새물맞이 굿에서는 "남도 천지밥" 공연을 하였는데, 2007년 캐나다 밴쿠버 초청작이기도 하다.


나눔과 모심의 생명미학적 접근을 시도한 마당극인데, "밥은 나눔"이라는 주제가 와 닿았다.


밥은 생명의 원천이고 밥은 하늘이다.
하늘은 혼자 가질 수 없기에 나누고 모시는 것이다.
나눔이 없는 밥은 생명의 원천이 될 수 없고, 모실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밥은 나눔이다" 이 말은 높은 자리에 앉은 그분이 꼭 새겼으면 좋겠다.
'나눔과 섬김' 이것은 그 분이 믿는 종교의 기본 교리이기도 하다.


제비가 등장을 하였다.
흥부네의 부상당한 제비도...


다리 부러진 제비가 물고온 박씨(朴氏)에서는 배꼽을 잡았다.


흥부네 박에서는 밥만 나왔다. 밥말고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참새는 무엇을 좋아할까? 허수아비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
닭둘기도 새라 할 수 있을까?


2009년의 화두는 "소통"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소통"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특히, 정치인들은...그들은 거래를 소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거래라도 좋다. 먹통인 그 분..일방통행 그만하고 국민들과 거래라도 하면 좋겠다.
4대강사업 시작하고 나면 언젠가는 낙동강에서 이런 굿을 해야 할 것이다.


놀이마당에서는 눈과 귀, 몸이 즐거우면 된다..
굿판이 길어지면서 바다바람에 체온이 떨어져 으실으실 춥다.

△ 내 친구 지역가수 김산, 2집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가수는 밥벌이가 시원찮고 그러니 돈은 없고, 노래는 해야하고 2집앨범 제작을 위한 시민제작자를 모집하고 있다.



△ 가수 하동임 / 열창을 해주었다.


△ 이등병의 편지로 많이 알려진 김현성 초청공연



초청 공연에 이어 마산오광대 복원을 꿈꾸는 마산오광대 복원추진위의 마산오광대 7과장의 사자놀음판이 벌어졌다.
사자놀음은 벽사진경[辟邪進慶]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그 뜻이 "사귀(邪鬼)를 쫓고 경사(慶事)로운 일을 맞이함"이라고 되어있다.
대한민국도 그랬으면 좋겠다.
 

마지막 굿판이 풍물 굿 놀이였다. 자산동 풍물패와 선유풍물연구소가 판을 벌였다.
여기 까지 찍고 나니..카메라 메모리도 꽉 차버렸다..


마지막으로 관중과 연희자들이 다함께 나와 어우러지는 뒤풀이가 있었지만 추워서 참석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