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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명가득한

집사람의 추억이 가득한 거제딸기

by 구르다 2005. 5. 13.


드디어 만났습니다.

거제딸기
거제딸기와의 첫만남은 한마디로 부드러움입니다.
잎을 만저보면 꺼칠꺼칠하지 않고,,단비 볼을 만지는 것과 같이 부드러워요..
 
# 1
 
거제딸기
장미목 장미과 낙엽활엽관목.
잎은 어긋나고 원형에 가까우며 3갈래 또는 5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 2
 
꽃자루는 1㎝로서 밀모(密毛)가 있는데 그 끝에 1개씩의 꽃이 흰색으로 4월에 핀다.
꽃받침조각은 바소꼴이고 길게 뾰족해진다.

# 3
 
열매는 견과(堅果)로 6월에 황색으로 익는다.
맥도딸기와 비슷하지만 잎자루에 잔털·잔가시가 있으며
꽃받침조각이 그리 길지 않고 긴달걀모양이며 뾰족하다는 것이 거제딸기의 특징이다.
전남의 거문도와 경남의 거제도 등지에 분포한다 
 

# 4
 
거제딸기는 줄기에 가시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보리수확을 할때쯤 논둑에서 낫으로 베어 덩굴째로 딱먹었다고 합니다.
집사람이 들려쥰 이야기입니다.
 

# 5
 
큰애 미루가 세상에 나오는 날,...
장인어른이 땅에 뭍히는 날이었습니다.
집사람은 자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마..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입니다.
 



# 6
 
집사람이 장인어른과의 추억이 특히 많거든요..


우리집 아이들도 외할아버지를 사진으로만, 무덤으로만 보고 자랍니다.
살아 계셨으면 무척이나 귀여워 하셨을 건인데..
 
장인어른과 집사람의 추억이 드리워져 있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깃든 나무..
거제딸기입니다...

 


 


그리운 아버지

진달래가 피었다가 진 안산은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께서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고사리들도 쏙쏙 고개를 내밀었더군요.
아버지.
알고 계세요? 제가 벌써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걸.
아버지께서 떠나시던 날, 제 뱃속에 있던 큰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고향집 마당에 들어 서면
"오나." 한마디 무뚝뚝하게 내뱉어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듯 합니다.

이제 곧 버찌가 열리겠지요. 벚꽃잎이 떨어진 지 꽤 되었으니까.
제가 첫아이를 가진 몸으로 고향집에 있을 때가 이 맘 때쯤이었죠.
한참 입덧이 심해 게만 먹다가 갓익은 버찌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어머니는 비가 온 뒤라 버찌맛도 떨어지고 안에 벌레가 생겼을 거라며 따먹지 말라고 하셨죠.
참 먹고 싶었는데 벌레가 있다는 말에 더 조르지도 못하고 입맛만 다시고 있을 때
톱으로 벚나무를 가지째 잘라 들고 오셨던 아버지.
앉은 자리에서 씻지도 않고 버찌를 따먹는 저를 보시며
"내일 또 잘라 오께." 하셨는데.....

참 아버지 ,
요새 어머니 글공부 하시는 것 아세요?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한글공부' 책 있죠.
장롱 속에 넣어둔 걸 애들이 "우리 책이네." 하며 꺼내 볼 때마다
"그건 할머니 책이다." 그러며 받아서는 다시 장롱 속에 꼭꼭 넣어두셨어요.
얼마나 그 책을 애지중지 여기시는지 7~8년이 지나도록 새책 같았어요.

작년부터 제가 한글교실을 열어서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한글을 가르쳐 드리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계실 적에 어머니께 가르쳐 드린 '아버지' 어머니' 단 두 낱말에서 멈춰버린
그 책을 이제는 다 하고 제가 사드린 책도 몇 권 더 공부를 했는 걸요.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글자를 몰라 한맺힌 사연을 책으로 써내지 못한다는
 어머니의 소원이 풀릴지도 몰라요.
혹시 알아요. 아버지께 우리들 몰래 연애편지라도 쓸지.

죄송해요,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마저 배웅해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읽지도 못할 편지만 쓰고 있는 딸을 용서해 주세요.
이번 주말에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꽃이라도 사들고 찾아갈게요.
아버지께서 누워계신 그 곳에 앉아 늘 바라보시던 그 바다를 내려다 보고 싶네요.

2004/대한생명이 주최한 '제3회 대한생명 love letter festival' 장려상 받음.

  

댓글


 크리스탈  05.05.13 02:05
부창부수인 부부이시네요..
좋은 글 느끼며 갑니다....
혹시 펜팔로 만나신건 아니세요? ㅎㅎㅎ
 
 └  bada79  05.05.13 02:09
같은 대학 같은 동아리 동기입니다..동갑이죠,,,
 
 
 
 여왕  05.05.13 10:48
사연이 깊군요
감동깊에읽고 예쁜딸기꽃도 잘보고 갑니다
 
 └  bada79  05.05.13 16:44
장인어른 이야기만 나오면 집사람한테 참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쭈니찌니  05.05.13 14:05
마음고우신 분이네요
두분의 행복한 생활의
마음이 보여집니다
 
 └  bada79  05.05.13 16:46
그래도 현실은 항상 어렵습니다..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이잖아요..
가끔 속상할 때도 많아요..
 
 └  쭈니찌니  05.05.14 15:27   삭제 신고  
아무래도,,모든이들이 그러하죠
전,,그나마
요즘 컴을 통해 작은 행복하나 얻은걸요
 
 
 
 碧泉(벽천)  05.05.17 20:21
가슴에 잔잔히 흐르는 슬픔이 추적이는 봄비를 닮았네요.
콧날이 시큰해 옵니다.
읽을 수도 없는 하늘나라의 아버지께 쓰신 편지는 많은 사람을 감동 시키기 충분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  bada79  05.05.17 22:35
아내의 한이죠..
그래서 늘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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