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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4대강운하저지

도심하천 화장만 한다고 생태하천이 될까?

by 구르다 2009. 6. 29.

간밤에 번개가 번쩍이고 굵은 비가 내렸다. 그비가 올려고 그랬는지 어제는 흐리멍텅한 날씨에 후덥지근하기 까지 했다. 결국 새벽에 하늘이 구멍이라도 났는지 비를 마구 쏟아냈다. 이제 기상대에서 장마기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고 한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앞으로 잦아 질 것이다. 

△ 대상공원에 있는 람사르회의기념연못

내가 사는 창원은 시내를 빙둘러 산이다. 그리고 호리병 목처럼 바다로 물길이 나있다. 2년전 이맘 때 천둥번개가 창원 상공의 온도차 때문에 창원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창원하늘을 빙빙 돌아다닌 적이 있다. 내가 서있던 마을에도 번개가 떨어졌고 전봇대에는 흰연기가 모락 모락..주변이 깜깜해 졌었다. 앞으로 그런 현상은 더 많이 일어나지 싶다.

창원시는 환경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창원이 친환경도시다라고 해석하지 않고, 환경을 시급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는 도시로 해석을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지 않고 떠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창원은 기계공단으로 조성되어 30년 넘게 도시의 절반에 공장이 들어서고 기계가 돌았다. 인구도 도시계획 당시의 30만보다 20만이 많은 50만이 넘었다. 도시인구부터 계획에 어긋났으니 그외 다른 모든 것이 어긋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게 어긋난 것중에 하나가 환경이다. 특히 창원의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창원의 지형은 분지형 도시이다. 몇 해전 창원의 2020년 창원의 계획에 대해서 발표하는 자리에서 어떤 연구원이 그랬다. "창원의 대기오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창원과 진해를 막고 있는 산을 허물어 버리면 된다." 라고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창원의 환경오염은 공단조성으로 인한 인구증가 때문이다. 도시의 절반은 공장이고, 도로는 아스팔트로 덮여 있고,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하기위해 고층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짓다보니 도시의 바람길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도로를 달리는 차는 물론이고 집집마다 에어컨을 돌리니 창원에서 생겨난 열은 하늘말고는 빠져 나갈 길이 없는 것이다.

창원의 소득수준이 인근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소득의 상승은 더나은 삶의질을 추구하게 되고, 그런 요구가 환경수도를 표방하게 만든 것이다.

△ 2008년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경기도가 후원하여 만든 람사르회의 기념연못이다. 이 연못이 있는 자리에는 쓰레기가 매립된 곳이다. 실제 공사중에 그 쓰레기들이 나왔다.


창원시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이 환경을 표방하는 것은 산업개발로 인한 생활환경훼손과 소득 향상에 따른 삶의질 향상의 욕구가 맞물려 나타난 것이다. 차분히 들여다보면 자연과의 공존이 아닌 인간중심(좀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으로의 환경도시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땅 밑으로는 썩은 물이 흐르는데 그 위에 실개천을 만들고 인공적으로 물이 흐르게하여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사는것 처럼 착각하게 하는 정책인 것이다.

이런 정책의 특징은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눈에 보이는 효과를 가장 우선에 둔다.  세계적인 것이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창원에서 람사르총회가 개최 될 수 있었던 것도 뒤집어보면 이런 것과 관련 있다.
창원의 자전거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자전거 정책이라 하지만 자전거 정책의 본질은 없고 보여주기식 사업 그 이상은 아니라 본다. (조만간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는 창원천(2009.6.29, 아침 출근길에, 대원동 현대아파드 앞 다리)

△ http://2kim.idomin.com/981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위의 왼쪽 사진은 아침 출근길에 찍은 창원천 사진이다. 비가와서 스쿠터를 두고 걸어서 출근을 하였다. 누런 황토물이 하천바닥 전체를 덮고 흐른다. 상류지역이 공사중이라 황토빛이 더 짙은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며칠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비가 온 다음날 사진으로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찍은 것이다.

창원천 옆 동네에 살다보니 하천을 30년 지켜 보았다. 창원천은 비가 좀 많이 오면 도로 바로 밑에 까지 물이 차는데 불어나는 시간도 순식간이다. 지금은 하천 주변을 매립하여 도로 높이로 높혀 놓았지만 홈플러스, 창원공고, 시외버스 터미널은 비만 오면 물이드는 상습침수 지역이었다. 80년 대 어느 해 비가 많이 왔었는데 창원공고(당시 무학실고) 운동장에 물이 허리까지 찬 적이 있다.

△ 대원동 앞 다리에서 명곡교차로 방향으로, 오른쪽 거대한 건물은 더시티세븐자이


창원은 공장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이주시켰고 이주한 사람들에게 새로 주택지를 조성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논과 밭, 낮은 산들이 깍이고 메워져 평지가 되었고, 그 위에 건물이 서고, 시멘트가 발라지고, 길엔 아스팔트가 깔렸다. 사람들에겐 쾌적한 환경이 되었지만 땅속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는 면적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비가 오면 창원천이 급격하게 물이 불어나고, 평상시 물이 적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라 생각한다.

창원시는 창원천과 남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남천에는 탐방로까지 만들고 있다. 사람들마다 생태하천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인공구조물 특히 시멘트로 된 인공구조물은 걷어내는 것이다. 그 외의 것은 저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난 생태하천을 생태적으로 균형잡힌 하천, 사람이 주인이 아닌 그 곳에서 살아 갈 동식물이 주인인 하천으로 정의하고 싶다. 흐르는 물이 물길을 만들고,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식물을 심을 것이 아니라 하천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 자랄 수 있게 간섭하지 않는 것, 일정의 먹이사슬을 갖출 수 있다면 그것이 생태하천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이면 수영하고, 새우와 게를 잡고, 재첩 잡으며 검정고무신으로 차를 만들어 모래장난치고, 겨울이면 얼음을 입에 물고 썰매를 타던 어릴적 내가 놀던 그런 하천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요즘 창원천과 남천의 생태하천 공사를 보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위한 친수공간을 만들고 있다.  근본적인 치유는 없고 보기 흉한 것을 가리기 위해 화장만 하는 것은 아닐까? 화장한 얼굴은 땀 한번 흘리고 나면 보기가 더 민망해진다. 창원천과 남천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된다.

덕정에서 살다 대원동으로 이주하고 나서 한동안 요즘 같이 비가 오면 어머님은 "이제 물난리 안만나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근래 어머니에게 "지금이 살기좋아? 옛날이 살기좋아?' 물으며 "예전이 살기 좋았다"고 말하신다. 30-40년을 살아보니까 예전이 좋았다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30년 동안 창원은 산을 깍고 들을 메워 공장을 짓고 기계를 생산하였다. 그래서 창원이 발전되었다고 말한다. 30년이 지나고 다시 쾌적한 환경을 만들자며 환경수도를 선포하고 산을 깍고 들을 메운 돈보다 다 많은 돈을 들여 공원을 만들고, 분수를 만들고, 100만그루의 나무를 심자고 한다. 멀쩡하던 하천을 콘크리트를 덮어 생명붙은 것이 살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그 몇배의 돈을 들여 생태 하천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생각하면 우습지 않은가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짧은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오늘 대통령이 자기 임기 중에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는 해야 한단다.대통령의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믿지를 못하겠다. 청계천을 덮은 콘크리트를 걷어낸 것, 서울시에서 버스 중앙차로제를 한 것과 4대강에 삽질을 하겠다는 것은 출발점 자체가 다른데 그것을 같은 것이라는 잣대부터가 잘못되었다.
4대강을 살리겠다고 덤비기 전에 도심하천 하나라도 제대로 살려놓고 국민들을 설득한다면 그때는 국민들도 공감할 것이다.
혹여 대통령께서 업적이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4대강에 쏟아부을 22조원(소문으로는 45조원이라고도 한다)을 미래 세대를 양성하는 교육이나 사회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비정규직문제나 사회복지에 사용한다면 모든 국민이 성금을 모아 공덕비를 세워줄 것이다.


※ 모처럼 비오는 아침 걸어서 출근하며 생각한 것을 정리했는데 내용없이 길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