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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명가득한

고3 그 어느 날 처럼-산수유

by 구르다 2008. 3. 6.

2008.3.6(음 1.29) 창원의 집
 
오후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불편한 마음을 달래려고 창원의 집을 찾았다.
산수유 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노란 봄이 시작되었다.



20여년 전 고3 때 작은 잘못을 하였다.
어머니께서는 그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런 잘못을 뉘우쳤었다.
자식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어머니도 고희를 훌쩍 넘겼고 나도 부모가 되었다.
그러나 훌쩍커버린 자식임에도 당신에게는 여전히 물가의 어린 자식이다.
당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걱정을 안긴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그 때 처럼 나에게는 내색하지 않으신다.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이 잦아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마지막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네이버 블로그 답글

 노해
감당하기 어려운 걱정이 무엇일까요...
내색하지 않는 그 마음...
부모가 된 지금의 우리는 이해할까요??
기쁨을 안고 오는 걱정으로 바뀌길 기원합니다.  2008/03/07 00:13

 크리스탈
교과서에 실렸던 시군요......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께는 영원한 자식인지라... 2008/03/11 09:35 

 묵언
노해님/시간이 약이 되겠지요^^
크리스탈/고1 교과서에 나온 시일겁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어요..그때는 이 시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하기야 산수유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산수유라고만 생각했으니..  2008/03/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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