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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40년 달인이 있어 더욱 빛나는 성산 일출

by 구르다 2008. 9. 11.
(2008/10/29 21:31)  옮기면서 :
블러그 교육을 받고 조금 정성을 들여 포스팅한 글이었다, 역시나 반응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이게 블러그질이구나 라고 느꼈던 포스팅인 셈이다.
              


2008년 9월 3일에서 5일까지 제주도 다음본사에서 2008년 시민운동가 인터넷리더십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번 교육은 다음세대재단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마련한 교육으로
촛불로 밝혀진 인터넷의 힘이라는 주제로 진행이 되었다.
다양한 시민단체 실무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상근활동가들이 참여를 하였고, Web2.0 시대에 시민운동 2.0을 모색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4년째 블러그질을 하면서 이리 저리 늦추고 있던 블러그를 통한 소통을 확장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였다.
 
프로그램을 마련한 주최측의 욕심때문인지 아니면 지금하지 않으면 또 기회가 언제올지 모른다는 절벅함 때문인지 교육일정이 빠듯하였다. 제주도를 처음 방문한 나로서는 제주의 정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몇몇 사람과 우리들만의 계획을 세웠다.




애초에 계획하였던 마지막날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투어의 희망은 접고, 성산일출을 보는 것으로 하였다.
제주의 푸른 바다가 잠들은 새벽5시 숙소 마당에 일출계획을 세운 4명이 모였다.
성산일출을 보기위해 콜택시를 불러놓았다. 숙소에서 성산까지는 30여분 걸린 것 같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님과 '올래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푸르름을 간직한 제주의 새벽 야경...약간의 빈혈기가 있어 쉬엄 쉬엄 성산을 올라야하는 나는 
휴식의 시간에 성산에서의 야경을 담는 행운과 제주의 푸른밤을 음미할 수 있었다.



여섯시가 지나니 동쪽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해를 볼 수는 없겠지만 날씨가 좋아 구름위로 떠오르는 해는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성산에서의 일출을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뜬다라고 하며 동쪽을 가리킨다..
구름 속에서 2008년 9월 5일을 알리는 해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일행들 각자 해돋이와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단체사진을 찍어 줄테니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성산에서 커피와 음료수 간식거리를 판매하시는 할머니다.
언뜻 보기에는 카메라를 맡겨도 될 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그런 할머니이다.



그런데 카메라를 잡으신 할머니 우리 일행 네명에게 어디에 서라고 위치를 정해주고 방향도 정해준다.
잠깐의 의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할머니 카메라감독(?)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우리일행은 움직이고 있다.
아직 그 할머니가 찍은 사진을 받지는 않았다.
어떻게 나올까 기대가 되면서도 잘나오지 않았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카메라 감독과 기사가 되어준 할머니께서 타준 커피를 마시며 할머니에게 몇 마디를 건냈다.




할머니 매일 올라오세요..
'응, 비오지 않는 날이면 언제나 올라와, 작년에는 공공근로 하느라고 올라오지 못했고..'
언제부터 이 일을 하셨어요?
'40년, 1967년 부터 올라오기 시작했지'
제주도에서 지원해주는 것 없어요?
'없어'
할머니를 '성산지킴이'로 임명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할머니 달인과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할머니는 주변을 지켜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먼저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말을 건내신다.
우리 일행을 찍어주고도 여행 온 연인들과 부부들의 사진을 찍어주신다.




역시 위치를 잡아주고 방향도 잡아주고,,,열정이 가득하다.
생계를 위해 공공근로까지 해야 하는 할머니이고, 생계를 위해 성산에서 좌판을 펼치시겠지만
할머니의 성산에서의 추억만들어 주기는 좌판을 위한 서비스로 치부할 수는 없다.
성산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들에 대한 애정, 제주에서 찾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할머니 얼굴에 해맑은 즐거움이 가득한 것이다.




다음에 일출을 보기위해 성산에 올랐을 때 아마 나는 일출보다는 할머니를 먼저 찾게 될 것이다.
성산일출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동도 있겠지만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성산에서의 할머니와의 인연,,,
그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부부도
성산에서의 사진을 볼 때 마다 이 할머니를 오래도록 추억하지 싶다.




* 할머니의 넉넉한 웃음과 아담한 좌판...




이렇게 성산에서의 해돋이 구경은 끝나고...
성산을 내려오며 성산의 웅장함에 다시한번 감동한다..



40년을 한결갈이 성산을 오르고, 언제부턴가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할머니..
그 할머니 달인이 있어 성산의 일출은 더 아름다운 것이다.
 
어제는 어머님이 30년 전 제주 여행에서  성산오르는 길의 풍경을 내게 들려주었다.
어머님은 성산을 오르는 좁은 길을 먼저 떠 올리셨다.
아마 성산오르는 길에 고생했을 자식사랑일 것이다.






댓글 
비단화  08.09.11 19:40   
저두...다니는 곳곳에 꼭 한분씩 친구로 도장찍고 오는데^^*

저 기억하세요!!!
일년뒤 아님 몇년뒤가 되더라도 다시 오겠노라고

그렇게 친구되신 분들이 참 많아요

문득//그 분들이 그립네여
 
 
구르다보면  08.09.11 19:43   
그렇게 만나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 쉬운일은 아니지요,,
18,19,20일 강원도 갈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다음에 시간 내어 7번국도 달려야 할 거 같아요,,
 
김천령  08.09.12 00:49    
소소하지만 사람 냄새 물신 풍기는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구르다보면  08.09.12 09:14    
2005년 부터 주변의 일상을 기록하며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한동안은 블러그를 부분적으로 닫아놓기도 했죠,,블러그를 하다 보면 한번씩은 겪는 일이라 봅니다.
이번 제주 교육을 통해서 나만의 블러그가 아니라
세상사람들과 소통하는 블러그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제주사랑  08.09.12 05:28    
반갑네요 제주를 사랑하는 25살 청년입니다^^
군대가기 일주일전 무작정 배낭메고 떠난곳이 제주였습니다. 좋은추억남기고 군대를갔었고..
또 제대하고 한번더 일주를했었던 제주.. 저에게는 참특별한곳입니다. 아름다운 자연과함께 너무나도 멋진 해안가..
빛나는바다..조용한 도시들...생각만해도 아득해지면서 그리워지는곳 그곳이 바로 제주입니다.
저 할머니분은 만나뵙지못했지만 정말 제주를 사랑하시는 그 마음이 느껴지네요.
또 갈생각입니다. 머지않아 또 떠나야죠. 제생활에 만족하며 살고있지만 그곳은 또 다른즐거움을 저에게 주니까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보면 저절로 자연을 보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감상에 젖을수있는 글과 사진 제공해주셔서 너무감사합니다^^
추석잘보내세요~
 
 
구르다보면  08.09.12 09:22   
언제 시간나면 여유를 가지고 제주를 찾을 생각입니다.
제주만의 정취를 느껴 보려고 합니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책을 보면서 그런생각을 더 하게 되었죠,,
블러그 방문 감사드립니다.
 
이윤기  08.09.18 10:40   
종은 샘! 성산일출봉 달인 먼저 올리셨네요. 미루고 있다가 오늘 블로그에 올린 후에 여기 와보니 먼저 올려져있네요.~~ 한 늦었는데... 같은 글에 여러 사람 낚이는 건 아닌지 몰라?
 
 
구르다보면  08.09.18 12:15   
ㅎㅎ 이글 좀 인기가 있었습니다.
도민일보에 베스트포토에 올랐고
다음에서 추천도 많이 되었더라구요,,
오늘 차총장님하고 조처장님 블러그하라고 압력넣었는데
차총장님 이제 해야 되겠다 하시던데 잘 갈켜보세요..
총장님은 훌륭한 제자가 될 분이신데 ㅎㅎ
 
문성근  08.09.20 16:50   
어떤 글이 나올 지 궁금했는데... 역시 훌륭하십니다.
할머니가 계셔서 더 의미있었던 일정이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환경운동가대회에 다녀오느라 3일 동안 소홀했더니, 방문객 수가 확 줄었어요 ㅠㅠ
 
 
구르다보면  08.09.20 20:12   
시민운동가 대회 다녀오셨군요,,
전 기자회견하고, 지역 싸움 때문에 가질 못했습니다.
앞으로 연차내고 국도7호선 타볼려고 했는데 아쉽죠,,
가끔 들리겠습니다. 저도 출신은 흥사단이니..
얼마전 아카데미 후배들이 대동제 때 아카데미트한다고 연락이 왔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