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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갱상도정치

김두관 다른데 가모 다음엔 안찍어 준다 캐라

by 구르다 2010. 6. 11.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김두관 당선자가 다른 당으로 들어가면, 다음 선거에서는 안 찍어 준다.'라는 것입니다.
6월 3일 새벽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그때까지 개표방송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당선 확정이 되고 처음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 젊은 날의 아버지, 나보다 훨씬 젊다.

앞서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2010/04/17 - 일흔여섯 아버지의 골수한나라당 반란이 즐겁다
2010/05/30 - 아버지,어머니도 야권단일화했습니다.

처음 글은 아버지께서 이명박이 싫어서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밝힌 것이고, 두 번째 글은 기초의원만 빼고 후보단일화를 이룬 이야기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결과가 좋아서인지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선거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도 그랬고 한동안 더 그러지 싶습니다.


선거 기간에 많이 나온 이야기는 "사람들 만나면 주변에 이달곤 찍겠다는 사람 없다. 전부 김두관인데"라는 말이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선거에 관심 없었는데 이번처럼 개표방송을 그렇게 열심히 본 적이 없다."
"이번처럼 그렇게 선거 열심히 한 적 없다."
"이번에는 선거 분위기가 다르더라."
"평생 누구한테 누구 찍어라. 소리하지 않던 우리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김두관 찍으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또, 언제 김두관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느냐? 라고 몇 명에게 물었더니,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 분향소 설치할 때와 문수스님 분향소 설치할 때 분위기가 다르더라, 그래서 당선을 확신했다."
"기자들한테 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에 어떤 일로 가서, 김두관이 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된다 했더니,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거는데 전화받는 사람이 거의 다 김두관을 찍으려고 마음먹고 있더라. 그래서 야 이건 되는 선거다라고 확신했다."
라는 식으로 다들 자기 근거가 있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한나라당을 찍지 않을 것이라 하셨을 때 이번 선거는 해볼 만하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우리 아버지가 바뀌었는데 된다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알려 주는 동네 할매들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당선을 확신한 것은 투표 전날, 창원대 앞 유세에 언론이 집중했을 때입니다.
2010/06/01 - 언론이 움직였다. 경남 판세 김두관으로 쏠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선 결론을 내린 것은 투표일 오후, 선거 본부를 찾았을 때 취재 준비하는 KBS 방송 차량이었습니다.
2010/06/02 - 경남 김두관 당선의 징조는 역시 방송차


"이길 수 있다. 이긴다."하고 달려드는 것과,
"이길 수 있을까? 어려울 거야 그래도 해봐야지" 하는 것과,
"에이, 해도 안 될 거야." 생각하는 선거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 5월 30일 야권합동유세, 창원 가음정시장



이번 선거를 치르고 나서 선거는 심리전이고 기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선거운동 하는 사람들의 힘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빠지게 하기도 합니다. 그것에 따른 결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경남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은 이길 수 있다는 기운이 충만했기 때문입니다. 매번 가능성 없는 선거만 하다, 야권단일화로 '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을 주었고, 상대의 헛발질로 해보자 이렇게 된 것입니다.


경남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은 김두관 당선자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자발적 선거운동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적게 몇 표에서 많게는 몇백 표를 모은 사람들입니다. 살펴보니 주변에 그런 분이 꽤 됩니다. 이분들은 김두관이 좋기도 하지만,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통행하는 현 정권은 답이 아니므로 김두관을 밀어준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도 그런 경우입니다. 그래서 선거 끝나자마자 하신 말씀이 '김두관 다른데 가모 다음엔 안 찍어 준다 캐라.' 하신 겁니다.

물론 김두관 당선자는 자신이 도지사를 하는 동안은 무소속을 지킨다고 몇 번 공식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그것을 지킬 것입니다.
선거 후 언론에서는 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정몽준 의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가짜 한나라당)들이 '들어갈까? 말까?' 여기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관심은 당연히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깔고 있는 것이고,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많이 다르다고 봅니다. 그것을 유권자들이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움직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도정 인수위 활동이 시작됩니다. 4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인수위에 부탁합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지 마세요.
당선자가 무엇을 그리려 하는지, 도민이 무엇을 그리라고 하는지 마음 깊이 생각하고 서두르지 말고 그려가면 좋겠습니다.
당선자의 최고 장점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 듣는 것입니다. 그것을 항상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