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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7번국도동해일주

해변,파도,섬의 송지호해수욕장은 한폭의 그림

by 구르다 2010. 4. 2.
2009년 5월 16일 스쿠터로 혼자 떠난 7번 국도 동해 일주 3일째 그날도 요즘처럼 봄비가 내렸다.


혼자 하는 여행이 자유로워 좋은 점도 있지만, 이렇게 비 내리는 날에는 '내가 왜!  이 짓을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도 지붕 없는 두 바퀴 여행이라니 그러나 너무 멀리 와버렸다.
이제는 온 것이 아까워서도 끝까지 가야 한다.

천학정을 둘러보고 담배 한 개비 태우고, 다시 7번 국도를 달린다.
블로그 처음 시작하며 알게 된 강원도 사는 블로그 이웃이 들려보라고 알려 준 해수욕장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야진 해수욕장은 이미 지나쳤고, 백도해수욕장을 안내표지판을 발견하고 스쿠터를 꺾었다.
비 내리는 5월 강원도 고성의 해수욕장은 파도소리만 들린다.
마음은 흰 거품을 내뿜는 바다로 달려가고 싶은데 바람까지 불어대니 백사장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 2009년 5월 16일 12:21, 강원도 고성 백도해수욕장



창원에서 출발하고 2박 3일 탈 없이 달려준 스쿠터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냈다.
비가 바람에 날려 렌즈에 떨어진다. 사진 찍기도 어렵다.
그래도 백도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성능시험 합격한 프리윙125 인증샷을 담았다.

한참을 머물며 파도 소리, 바람 소리에 젖어 나를 버리기 좋은 장소인데 스쿠터 소음기가 식기도 전에 다시 길을 떠났다. 그래서일까 백도해수욕장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남은 게 없다.



또 다시 10여 분 7번 국도를 달렸다. 도착한 곳이 해수욕장 앞 섬이 인상적인 송지호 해수욕장이다.
해변, 하얀색 파도와 섬이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했다.

△ 2009년 5월 16일 12:37, 강원도 고성 송지호해수욕장



휴가철에 왔다면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좋다 정도지 않을까?
송지호 해수욕장과 마주한 섬은 죽도다. 죽도에는 옛날 군사훈련을 하던 성터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평화롭다.





송지호 해수욕장에서 느꼈던 평화로움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20여 분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남쪽 창원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렇다고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길 양쪽 언덕에 장승처럼 서 있는 대전차 장애물을 보는 순간 긴장감이 든다.
분단과 동족 간의 전쟁의 상처가 이런 순간에 표가 난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불확실한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나라
내 안에도 그런 대한민국이 숨어 있었다.
그러기에 천안함 사고에 억지로 북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여행자에게는 이것도 기록이다 싶어, 휴대폰을 꺼내 담았다.


△ 2009.5.16.12:57, 7번국도의 대전차 장애물



곧이어 거진항에 도착하였다.

△ 2009년 5월 16일 13:07, 강원도 고성 거진항



항구도, 방파제도 남쪽바다의 것과 비교할 수가 없다.



앞서 만난 대전차 장애물 때문일까?
바닷가의 고층 아파트가 낯설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아파트 천국이다.


2009년 5월 16일 강원도 고성 거진해수욕장


거진항은 동해안의 대표적 어업기지다.
날이 좋고 시간이 충분했다면 여기저기 둘러 보았을 터인데 지금도 아쉽다.

2009년 5월 16일 강원도 고성 거진항



눈으로만 항구를 둘러보았다.
해안으로 길이 있을 듯하여 돌아나가지 않고 해안길을 택했다.



오른편에 짙푸른 바다를 끼고 몇 분을 달렸다.
그사이 비도 조금 수그러들었다.
바닷길이 끝나는 곳에서 셀프타이머로 인증사진을 찍었다.

△ 2009.5.26.13:17, 거진항에서 화포리로 가는 해안도로



이제 나를 버리기 위해 떠난 두 바퀴의 7번 국도 동해 일주도 거의 끝나간다.

그런 그리움

곰탱이(tjdnf9078)글 / 하제운 곡,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