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3.10. 창원용추계곡의 눈꽃
그 봄꽃을 하루빨리 만나고픈 성급한 마음에 2월 말에 용추계곡을 찾았었다.
아직 때가 아닌데 내 마음만 앞섰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리고 여기저기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짬을 내지 못했다. 아니 마음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제 봄꽃이 피기 시작한 용추계곡에, 때아닌 눈꽃이 피었다.
창원에는 여간해서 눈 구경을 하기가 어려운데, 3월 10일 밤부터 아침까지 5Cm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렸다.
40Cm나 되는 눈이 오는 지역에서는 '꼴랑! 5Cm' 그걸로 폭설이라 하나 하겠지만, 5년만에 내린 5Cm의 눈은 여기 경남 해안에서는 폭설이 분명하다.
도시 출근길에는 온통 거북이로 가득 찼고, 학교는 휴교한다는 문자를 학부모에게 날렸다.
점심때가 지나고 해가 나면서 언제 눈이 왔는가 싶을 정도로 도시는 깔끔해졌다. 응달진 곳에 그 흔적이 조금 남았고, 도로를 달리는 차 중에 아주 극히 몇 대의 차만이 눈이 왔다는 흔적을 안고 도로를 달렸다.
도심 시내의 눈이 녹아내리는 시간에 용추계곡을 아주 잠깐 찾았다.
계곡의 다리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돌아왔지만, 눈꽃 핀 용추의 봄은 아름다웠다.
△ 길상사
경남 해안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나지 않은 탓에, 또렷하게 기억하는 눈꽃 핀 풍경을 난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나에게 용추의 풍경은 신기했다.
창원이 공단으로 개발되기 전 어릴적 기억에는 이런 풍경이 남아있는 듯한데, 기억 밖으로 끄집어 내기에는 너무나 희미하다.
텃새인 까치도 눈 덮인 자기 집이 황당한 모양이다.
어쩌면 이 까치는 태어나 눈이라는 것을 처음 구경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눈꽃이 피었지만, 용추계곡은 분명히 봄이 시작되었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에는 쉼 없이 물이 흐른다.
눈꽃 가득한 용추계곡의 풍경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약속한 일정이 없다면 비음산까지 오르며 눈꽃 핀 용추의 봄을 만끽하고 싶었다.
봄을 준비하는 가지마다 하얗게 핀 눈꽃에 햇살이 비치면 한순간 눈꽃은 밝은 빛 토하고, 물방울 되어 땅으로 스며들 것이다.
이른 봄 찬바람을 이기고 핀 꽃보다 더 생명이 짧은 봄날 눈꽃이다.
쉬이 만나기 어려운 용추의 눈꽃을 보려고 온 사람은
우리 일행만은 아니다.
혼자
혹은
여럿이
평소 용추를 찾는 모습과 다른 기분으로 오르고 있다.
우리 일행만은 아니다.
혼자
혹은
여럿이
평소 용추를 찾는 모습과 다른 기분으로 오르고 있다.
어디까지 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일까?
부럽다.
아쉽지만
돌아가야 한다.
그래도 카메라에 용추의 봄 눈꽃을 담았고
이제는 꺼내 볼 수 있게 기억 속에 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는 꺼내 볼 수 있게 기억 속에 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용추 입구 농원에서 아침에 담지 못했던 붉은 동백을 만났다.
5년은 길고 2년을 주기로 이렇게 봄 눈이 내려주면 좋겠다.
동백꽃 지는 가슴(원제:겨울남풍)
안상학 시, 김현성 곡, 편곡
노래 김산
내 걸어온 길 사랑 아닌 적 있었던가
겨울 남풍에 실려 온 동백꽃 내음을 따라
내 걸어갈 길 사랑 없이 갈 수 있으랴
기차는 기찻길을 밟으며 지나가는데
내 사랑도 없이 사랑의 길 갈 수 있으랴
밤에 쓴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부처럼
한낮의 골목길을 서성이는 사랑이여
기찻길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면
붉은 동백꽃 지는 가슴을
남으로 난 기찻길 위에 올려두고 싶었네
- 안상학 시집(안동소주)중 '겨울남풍' 전문-
안상학 시, 김현성 곡, 편곡
노래 김산
내 걸어온 길 사랑 아닌 적 있었던가
겨울 남풍에 실려 온 동백꽃 내음을 따라
내 걸어갈 길 사랑 없이 갈 수 있으랴
기차는 기찻길을 밟으며 지나가는데
내 사랑도 없이 사랑의 길 갈 수 있으랴
밤에 쓴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부처럼
한낮의 골목길을 서성이는 사랑이여
기찻길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면
붉은 동백꽃 지는 가슴을
남으로 난 기찻길 위에 올려두고 싶었네
- 안상학 시집(안동소주)중 '겨울남풍'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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