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내 친구는 떠오르는 해를 보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아마, 가족의 행복을 빌었을 것이다. 작년 건강이 나빠져 고생하였기에 건강도 빌었을 것이다.
또, 경제가 어려워 하루 하루 힘들었기에 경제가 좋아졌으면 하는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새해 첫 날 희망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시무식을 하는데 전화가 자꾸 온다. 끄기를 몇 번이나 반복 했다.
잠시 빠져나와 전화를 걸어보니, 중학 동창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다.
아직 세상을 등지기에는 너무나 이른 나이인데..이제 갓 마흔을 넘겼는데 말이다.
급하게 친구들에게 알리고 저녁 문상을 갔다.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가 있었고, 친구는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차에서 내려 사고수습을 돕다 변을 당하였다고 한다.
사고 수습 도우려다 '변' | ||||
갓길에 있던 40대, 차에 치여 사망…5명 중경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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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운전자가 추돌사고로 차로에 서 있는 차량을 피하고자 갓길로 진입했다 갓길에서 사고 수습을 돕기 위해 서 있던 운전자 등을 치어 1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5549
친구 고 허만중, 초등학교4학년 아들과 다섯살 딸 아이를 남겨두고 2009년 1월 1일 세상을 등졌다.
문상 온 친구들은 녀석의 죽음을 슬퍼하며 술잔을 기울이다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지가 사고 당한 것 아니면 차에 그냥 있지 왜 그걸 챙긴다고, 그냥 못 본척 하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말고,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사는게 잘 사는거다" 하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친구는 그래도 다른 사람을 돕다 그렇게 된 것인데
그런 친구를 문상 온 친구들은 그냥 '착하게만 살자'로 대화가 정리되었다.
나도 그런 의견에 대해 '그래도'라는 단서를 달지 못했다.
아마 '그래도'라는 단서를 달았다면 훈계가 되어버리고 분위기가 이상해졌을 것이다.
'남들한테 피해주지 않고 착하게 평범하게 사는 사람'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내가 가졌던 생각이었다.
꿈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일찍 철이 들었던 것인지..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자식을 앞서 보내며 오열하는 어머님을 뒤로하고 친구의 관을 화장막으로 밀어넣었다.
참 못할 짓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과연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착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인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사회 시스템이 조금 불합리하다 해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엄연히 나쁜놈, 이상한놈, 멋진놈들이 뒤 섞여 살아가고 있고,
우리에게는 그 세 놈 중 한 놈의 이름표가 붙여지게 된다.
또, 현재 우리는 나쁜놈들이 더 멋지게 살고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나쁜놈이 되기를 유혹받고 있지 않은가?
큰 나쁜 놈들은 위대한 놈으로 포장되어있고, 생계형 나쁜놈들은 진짜 나쁜 놈이 되어 있는 사회를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사회에서 착한사람으로 살아 가는 것은 남을 위해 마음을 쓸 수 있는 멋진 놈으로 사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 간 녀석은 그래도 마지막은 멋진놈의 이름표를 달았고, 친구들도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만중아 남은 가족들 두고 발길 떨어지지 않겠지만, 편히 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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