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명/생명가득한

숲속나드리길에서 만난 벌깨덩굴

by 구르다 2011. 5. 15.



이른 봄에 피는 광대나물과 개불알풀 이름도 모르다 들풀에 관심 가진지 벌써 10년이다.
2002년 처음으로 니콘 쿨픽스 4500 디카를 장만하고 사진을 찍다 보니 자연스럽게 들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 년은 꽃이름을 찾고 익히느라 참 많은 노력을 했다.

이제 생활 주변의 웬만한 풀꽃은 이름을 불러줄 수가 있을 정도는 되는데, 흰 머리를 신경 써야 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풀꽃 이름이 입안에서만 맴돌고 불러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 2-3년 풀꽃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고 실제는 마음의 여유가 없이 눈앞의 일들만 쫓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올해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풀꽃들이 땡긴다.
벌써 많은 녀석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난 부처님오신날에도 용추계곡을 혼자 찾았다. 비 갠 후라 풀잎들이 마냥 싱그럽게 보였다.
부처님오신날이라 길상사 때문에 용추계곡 입구가 번잡하다. KTX 지나는 굴다리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길상사고, 곧추 오르면 용추계곡이다.

오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징조인지 KTX 굴다리 앞 풀밭에 청보라 색 꽃이 피었다.
이름을 불러주지 못하니 첫 대면이다. 이름을 몰라도 무조건 사진으로 찍어 놓고 볼 일이다.




용추계곡 입구부터 10여 일 전과 다른 꽃들이 피었다.
숲에 떠있는 큰꽃으아리를 만났다. 발아래서는 은난초를 만났다. 그리고 큰꽃으아리를 쫓아 들어간 숲 속에서는 키는 금난초인데 꽃은 은난초인 변형된 금난초를 만났다.
몇 년 전 금난초를 만났던 자리이다.

숲 속에는 벌써 모기가 윙윙거린다.
꽃에 취해 멍하게 있으면 산모기에 헌혈은 기본으로 해야 한다.




숲 속을 빠져나와 용추계곡을 곧장 올랐다. 상태 좋은 큰꽃으아리가 여기저기서 손짓한다.
용추계곡을 오르다 비음산 쪽으로 향하는 숲속나드리길로 방향을 잡았다. 이 길은 처음이다.

숲속나드리길로 접어들자 이내 새 얼굴을 만났다.
역시나 첫 대면인 풀꽃이다. 혀를 닮은 꽃이다. 그리고 잎은 깻잎을 닮았다.
머리 속에서 '벌깨덩굴'이라는 이름이 본능처럼 떠오른다.
그래도 그 앞에서는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풀꽃에 관심 둔 지 10년 내공으로 대충 찍었는데 확인 해보니 꿀풀과의 벌깨덩굴이 맞다.
지난번 숲 속 나들이에서는 윤판나물, 우산나물과 첫 대면을 했다. 이렇게 새 얼굴을 만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몇 개월째 블로그를 거의 방치하고 있는데, 올봄에 만난 풀꽃을 소개하는 것으로 블로그 질을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

만나서 반가웠다. 벌깨덩굴아! 다음에 만나면 꼭 이름을 불러주마

△ 꿀풀과 벌깨덩굴, 2011.5.10. 창원 용추계곡 숲속나드리길. 촬영 : i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