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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명가득한

울타리 사이 얼굴 내민 붉은 나팔꽃에 끌려...

by 구르다 2010. 9. 9.
여름이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 같더니, 힘 빠진 태풍 곤마가 지난 후 아침저녁으로 가을이구나 느낍니다.
이상기후라 하지만, 아직은 계절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듯합니다.

인간세상 옳고 그름을 따지는 딱딱한 이야기만 주절대다 모처럼 꽃 사진을 올려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가을 타는 것은 아닙니다.

일터가 단독주택이 가득한 마을 가운데 있습니다. 단층집과 이층집이 있는 마을입니다.
80년대 조성된 토박이 마을인데, 몇 년 전부터 집을 허물고 원룸씩으로 새집을 짓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 짓는 집 대부분이 담을 없애거나, 낮은 울타리를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또, 기존의 집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데 새집들은 재료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합니다.

이것도 시대의 반영이고 흐름이겠죠?




지난달 28일은 마을도서관 이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쉬는 토요일이지만 출근을 했습니다.
사무실로 사용하던 1층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끝나고 새 서가까지 들어와 2층에 있는 도서관 책을 1층으로 옮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8월 한 달은 꼬박 이사하고 짐 정리하는 일만 한 것 같습니다.
사무실은 아직도 정리를 못 하고 있는데 추석 전에는 마무리될지...




1층 사무실을 2층으로 옮기는 데 며칠이 걸려, 이날도 자정까지 열심히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 해 떨어지기 전에 마감되었습니다.
고딩 자원봉사자 10여 명에, 다른 도서관에서 지원 나온 분들 또 도서관 이용자인 주민도 도와주어 일찍 마무리되었습니다. 점심을 중국집에 배달시켰는데 그릇 수가 꽤 되었습니다.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때라 죽었다 했었는데, 날씨도 흐렸고 간혹 비도 내려 하늘까지 도와 이사하기에는 수월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날은 아침부터 좀 특별했습니다.
평소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그냥 휭 지나치는 데, 그날은 이 나팔꽃이 오토바이를 멈추게 하고 카메라까지 꺼내 들게 하더군요.



도서관 코 앞이었지만 10분 정도 늦은 터라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아마 이 녀석들하고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폴더에서 꺼내 이렇게 블로그에까지 올리게 됩니다.


그렇게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인력으로 안 되는 일도 겪게 됩니다.
예전에는 그런 것에 화도 나고 성질도 부리고 악착같이 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러지 않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뭘까요?
인생을 배워가는 걸까요?
아니면 체념하는 걸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나이를 그만큼 먹어 버린 걸까요?
다른 사람에게는 도 닦는다 하는데 그건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