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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명가득한

직박구리의 화려한 보릿고개 넘기기

by 구르다 2010. 4. 3.
일하는 사무실이 주택가 가운데 있습니다.
마당에는 벚나무 두 그루가 아주 멋지게 꽃을 피우는데, 사무실 책상에 앉아 앞을 보면 창밖으로 벚나무가 보입니다.


수요일부터 꽃 피기 시작했고, 비가 그친 금요일은 셀 수 없는 속도로 꽃이 핍니다.

진해 군항제를 시작했지만, 작년보다 벚꽃이 2주 정도 늦으니 아직 제대로 된 벚꽃을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 진해를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벚꽃은 창원이 더 많이 피었다.' 그러십니다..

2010.4.2. 경남 창원 봉곡 벚꽃



겨울을 밖에서 보낸 돌단풍도 며칠 전부터 꽃을 피웠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사무실 안으로 들렸습니다. 밖에 그대로 두었다가는 마당에서 공놀이 하는 아이들 공에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모가지가 댕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야생에서의 돌단풍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물가의 돌 사이에 피어난 돌단풍을 만나면 무척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금요일 창밖을 보니 벚나무에 직박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벚꽃을 쪼아대고 있습니다.
이 가지에서 저가지로, 모가지를 위로 뻗었다 또 발아래로 비틀었다.
하여튼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주변에 직박구리가 많은 편입니다.
특히 목련꽃이 지고 열매를 맺거나, 벚꽃이 떨어지고 버찌가 익으면 직박구리 무리를 흔히 봅니다. 그때는 애들이 난리를 피웁니다.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근데 이날은 딱 한 마리가 벚나무에서 꽃을 쪼아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꺼내 줌으로 찍었습니다. 근데 똑딱이라 한계가 많습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꽃을 쪼는 것이 아니라, 벚꽃에다 부리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직박구리도 벌처럼 꿀을 따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꽃술을 탐하는 걸까요?

계속보고 있으니 그 모습이 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저 덩치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저래야할까 생각하니 계산이 서지 않습니다.



지금이 직박구리에게는 보릿고개인 것 같습니다. 아마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봄비가 많아 꽃이 늦게 피니 열매도 당연히 늦게 맺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년에 하지 않던 짓을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직박구리가 벚꽃향에 취하면 배고픔이 좀 덜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