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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물길 막힌 소모도 전어아닌 공기부양선이 넘다

by 구르다 2009. 9. 14.

"가을전어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도 있고,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어는 가을고기의 대명사다. 아마 가을전어는 떼로 잡히고,  평소 고기를 맛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이 때 만큼은 고기를 먹을 수 있어 나온 말이 아닐까?


가을이 되면 종종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통해 진해 해군 통제선 안에서 전어잡이를 하는 어부들과 해군이 충돌하는 기사가 나온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고기가 눈이 달려 어로 행위가 금지된 통제선 안에 몰려 있나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물길이 막혀 고기들이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참조하시라.
경남도민일보 물길차단이 '전어전쟁' 불렀다


경남해양캠프 요트계류장에서 요트를 타고 20여분 가면 해군이 물길을 막은 소모도가 나온다. 이전글(바람난 주말엔 요트를 타자)




마산 앞바다를 생계의 기반으로 살아 온 사람들은 육지와 소모도사이를 똘똘개(돌돌개)라 부른다.
물살이 워낙 강해 바다 및 돌이 돌돌 소리를 내며 굴러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안다. 그런데 그 돌돌개를 해군이 군사 목적으로 매립해 물길을 막았다.


▲ 사진의 오른쪽이 소모도이고 왼쪽은 삼귀해안이다.



법원에서는 해군의 돌돌개 매립이 마산만의 해양오염을 가중시켰고 이로 인해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판결을 하였고, 해군은 반발하며 항소를 하였다. 작년의 일인데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 지는 모르겠다. (관련기사 경남도민일보 '물길 차단=마산만 오염' 공식 확인 )

결론은 회유성 어종인 전어가 자유롭게 오가야 하는 돌돌개 물길이 막혀 수십 수백년 이어져 온 어장이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 소모도와 육지를 이렇게 연결하고 매립을 하였다.


어민들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방책선 안으로 들어가 고기를 잡을 수 없다. 고기들도 그것을 아는지 방책선 안에 많이 난다. 그러니 어민들은 고기를 잡아야 살아갈 수 있으니 법을 어기며 배를 타고 방책선을 넘는다.

소모도가 매립되어 물길이 막히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순박한 어민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경남해양캠프 홍성운 사장님이 모는 요트를 타고 소모도 주변을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분들과 둘러보는데 멀리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굉음을 울리며 배 한척이 달려 온다.
흔히 보는 군함은 아니다. 가까이 다가 온 배는 공기부양선이다. 텔레비젼에서나 보았지 실물을 보기는 처음이다.



바다 밑에 고기들은 공습경보 내리고 민방위 훈련을 하지 않을까?

근데 공기부양선이 왜 그쪽으로 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곳으로 가면 해군기지로 들어가는 입구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 궁긍증을 가지고 우리 일행은 요트의 방향을 돌렸다.



바다에 서면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다. 아마 우리의 일상이 바다 위에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 멀리 마창대교가 보이지만 거리가 얼마나 될까 가늠하기가 힘들다.
 



요트 방향을 돌려 마산앞바다로 바람을 받아 나아가는데 소모도의 물긿을 막은 돌돌개에서 조금전의 그 공기부양선을 발견하였다.
매립지위를 공기부양선이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면 전어 떼가 다녀야 하는 물길을 막고, 그 위를 공기부양선이 넘고 있는 것이다.
참 만감이 교차를 했다.
꼭 저 자리라야 할까?

▲ 소모도 돌돌개 매립지를 올라가는 해군의 공기부양선


언제라고 못 박을 수 없지만, 소모도 매립지는 원상회복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 쯤이면 많은 소중한 것을 잃고 난 뒤 일 것이다.

군대는 국민의 안녕을 위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민의 안녕이 아닌 국민의 생계를 도외시하고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일이 지속 되어야 할까?


이런 사연을 알지 못했다면 해군의 굉장한 공기부양선을 보고 감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모도 돌돌개가 물길이 막힌 사정을 알고서는 그 굉장한 것을 보고도 감탄이 아닌 한탄이 나왔다.
해군 당국에서는 지역과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해군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다시한번 생각을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