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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나이스 샷이 아닌 나이스 큐를 외치다.

by 구르다 2009. 9. 19.
TV뉴스에 가끔 등장하는 시민단체 활동하는 사람들도 보통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도 보통사람입니다. 그러나 주변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더군요..
사실은 그게 아닌데..

목요일 상남동 민주노총 소회의실에서 마창진함 행정통합 관련 지역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토론회와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그 자리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 경남본부 창원시지부 2009년 하반기 대표자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 마산YMCA 차윤재 사무총장

6.15 대표자회의가 끝나고 난 시각이 저녁 8시30분 경이었습니다. 4시30분 부터 같은 장소에서 토론회가 있었으니 꼬박 4시간이 걸렸습니다.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식사와 더불어 뒷풀이를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열시가 되었습니다.

다들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근데 '그냥 갈꺼야' 소리에 세 남자가 남았습니다. 그냥 갈거야를 말한 사람은 다름아닌 마산YMCA 차윤재 총장입니다.
그리고 그 말에 귀가 솔깃한 사람은 임영대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입니다.


일정한 면적에 가장 많은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다고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이 경남 창원 상남동입니다.
서울 사람들이 와서 보고는 '와'하고 입을 벌리는 곳입니다.
그런 상남동에서 그것도 야심한 시간에 세 남자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당구장입니다.


△ 차윤재 사무총장은 당구를 300점 놓습니다.




차윤재 총장이 '한 겜 해야지'하는 말은 당구 한게임 쳐야지 하는 말입니다.

2009년 들어 이런 날은 종종 있습니다. 가끔가다 제 폰에는 '오늘 시간 어때?'라는 문자가 찍히기도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역 단체들이 연대하여 공동으로 풀어야 하는 사안들이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차윤재 총장은 지역 연대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지라, 기자회견, 토론회, 회의, 집회 등으로 마산에서 창원으로 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한 게임을 합니다.

당구대의 공이 구르는 방식으로만 우리 사회가 굴러가도 좋은 사회가 될겁니다.


△ 임영대 공동의장은 80점을 놓습니다.



이 날 찾은 당구장은 청소년들의 당구교실까지 운영하는 새로 생긴 당구장입니다. 우리 일행도 처음 간 곳입니다.
당구대 사이가 좁아 조금 불편하긴 하였지만 조명도 밝았고, 당구대도 좋아서 공이 잘굴렀습니다.
보통 때는 당구를 치면서 기자회견이나, 회의 평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도 하는데, 이 날은 오로지 당구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어 달 이런 기회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첫 판은 80점을 놓는 임영대 의장이 1등,150을 치는 제가 2등, 300을 치는 차윤재총장이 꼴지를 하였습니다.
고수들은 보통 쿠션길을 잡아가며 칩니다. 임영대 의장이 먼저 나가고 저와 차윤재 총장이 남았는데..
쿠션대결에서 제가 걸어치기(일명 힉까께)로 이겼습니다.

두번째 판은 차윤재 총장이 1등, 저는 2등, 임영대 의장이 꼴찌로 모두 같은 조건이 되었습니다.

결승판을 쳐야 합니다..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결승전에서 차윤재 총장이 일찌감치 앞서 갑니다..그리고 중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니 조금씩 절고...
결국 차윤재 총장이 1등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2등, 임영대 의장이 꼴지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차윤재 총장님은 아주 기분 좋은 상태에서 댁으로 가셨습니다. 지고나면 잠시동안 약간은 분위기가 썰렁해 지거든요..

학교를 다닐 때 10분에 100원,300원 하는 당구를 참 많이 했습니다. 당구장에서 학년총회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대학 1,2학년을 거치면서 30에서 출발해서 150까지 올랐습니다. 3학년 때 부터는 당구장에 많이 가지 않은 것 같고, 졸업할 때도 150, 사회에 나와서도 당구를 할 기회가 많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부터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부터 다시 당구를 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150입니다.

당구는 참 정직한 게임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아닌 몸이 한대로 결과는 나옵니다.
마음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행운이 따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두 경우 모두 마음이 아닌 자신이 가한 힘과 두께 타점의해 만들어진 결과이니 정직한 것입니다.
그러니 당구에서 행운은 요행이 아닌 행한 결과인 거죠, 단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할 뿐입니다.

당구대의 공이 구르는 방식으로만 우리 사회가 굴러가도 좋은 사회가 될겁니다.
적어도 요행이 통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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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에 가면서 카메라를 가져가게 되어 당구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이 아까워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단체 대표의 평범한 모습을 그리고자 했는데 생각대로 표현 되지가 않아 포스팅이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