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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치수다

쌍용엔진공장 행복과 꿈은 사라지고 주인잃은 붉은장미만..

by 구르다 2009. 6. 26.

△ 전달하지 못한 주인잃은 붉은 장미


쌍용자동차문제 해결과정을 보면 대한민국 달력이 몇 년도인지 혼동 된다. 마치 1989년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용역깡패, 구사대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착각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6월25일(목) 창원공장 비해고 노동자들이 평택공장으로 올라갔다.
쌍용자동차살리기경남도민대책위와 쌍용차창원가족대책위는 이들의 평택행 거부를 호소하기위해 장미꽃을 준비하여  11시 창원엔진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회사측은 시간을 앞당겨 9시30분에 서둘러 출발 하였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님들이 판단해 주시라.
그러나 확신하건데 단 한사람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즐거운 마음으로 간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람이길 포기한 금수일 것이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가족들이 장미꽃을 전달하는 간단한 의식을 하였다.
계획은 평택을 향하는 비해고 노동자들에게 장미를 전달하며 평택행 거부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미를 받은 노동자들은 벌써 평택으로 떠나고 없었다.
돌아 와서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정문에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



이 장미꽃을 전달하려든 가족들을 평택으로 떠난 비해고자들은 형수 아니면 제수씨로 불렀을 것이다.
또 오늘 같이 서 있기도 힘든 더운 여름날 밤엔 시원한 맥주를 나누며 웃을꽃도 피웠을 것이다.
그런게 사람사는 재미고, 행복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자리를 만들 수 없고, 그런 추억도 나눌 수 없게 되었다.
설령 그런 자리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웃음은 사라지고 무거운 침묵만 흐를 것이다.
인간이면 도저히 못할 짓을 회사는 강요한 것이다.

비해고 노동자들이 떠난 창원 쌍용자동차엔진공장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출하장 난간에는 '노동자 총단결로 정리해고 박살내자'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났고도 가족대책위 한 분이 공장정문에 매달려 떠나지 못한다.
내리 쬐는 폭염보다 더 뜨겁게 오열한다.
주인을 만나지 못한 장미는 그 마음을 아는지 폭염에 뜨거워진 쇠파이프에 간신히 매달려 헉헉 거린다.




기계소리가 멈춘 창원공장에는 붉은 장미와 오열하는 가족들의 통곡, 아직 젖병을 때지않은 어린아이의 칭얼대는 울음소리만 남았다.




이제 창원엔진공장에는 행복이 머무는 곳이 아니다.
꿈이 숨쉬는 곳은 더욱 아니며,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숨쉬는 곳이 될지 모른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어렵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서로 힘든 것을 나누고 서로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살인이나 다름 없는 정리해고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살아 남은 비해고자들에게 해고노동자들의 입을 막으라 하고있다.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지금의 어려운 경제를 극복할 수 없다.
설령 이런 식으로 어려운 경제를 극복한다 해도 이미 행복은 깨지고, 공동체는 해체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는 없다.


정부가 '난 몰라' 하며 방관 하면 안된다.
해고노동자들의 절규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 말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