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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7번국도동해일주

영일만 호미곶에서 아침을 맞다-두바퀴의 멋지고 미친 동해일주(3)

by 구르다 2009. 6. 9.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을까 잠을 설쳤다. 창 밖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일어났다.
해뜨는 시각이 5시 17분 이라는 것을 체크해 두었는데 다행히 그 시각이 지나지는 않았다.

△ 2009.5.15(금) 오전05:21


호미곶에서 동해 일출을 본다는 설레임을 안고 해맞이 광장으로 바이크를 몰았다.
하늘이 잔뜩 찌푸린 것은 아니지만 약간은 흐리다.

해무 때문일까 해가 바다를 뚫고 올라오는 조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아직은 일출 보기를 포기하는 것은 이르다.
구름 위로라도 해가 올라오겠지 하는 기대로 해맞이 광장을 서성거렸다.

지난 밤 보지 못한 연오랑 세오녀상을 보러 갔다.
입구 벽에는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 같은 호랑이들이 무리지어 있다.

△ 2009.5.15(금) 오전05:25


연오랑과 세오녀 상은 바다에서 보면 광장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 설화중 유일하게 문헌에 기록된 천체설화, 일월설화(해와 달에 관련된 설화)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세오녀를 태양의 정령으로 보는 견해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해는 남자(양) 달은 여자(음)으로 보는 것과 차이가 난다.

△ 2009.5.15(금) 오전05:26



사랑(강가에서)/글:김명희/곡.노래/남석균 

영일만의 영일(迎日)도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에 연유한 이름이고, 해를 맞이하는 곳 이렇게 보면 되겠다.
그러고 보면 영일만 호미곶에서의 해맞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 2009.5.15(금) 오전05:27


그런데 이 날은 해를 볼 수 없었다.
나 외에도 일출을 보러 해맞이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쉬워 하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 2009.5.15(금) 오전05:28


지난 밤에는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 호랑이로 형상화된 한반도 모양의 가로등 장식이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한반도가 호랑이가 아닌 토끼모양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일만을 토끼꼬리라고 알고 있었다.

△ 2009.5.15(금) 오전05:30


그런데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이것이 한반도이다. 그러므로 호미곶은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호랑이를 토끼로 해야 할 그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 2009.5.15(금) 오전05:31


일출을 보려고 광장을 찾은 이들이 하나 둘 돌아가고 혼자 광장을 서성이고 있다.
어느듯 해가 바다위로 올라와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났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해는 분명 솟아 있을 것인데..

△ 2009.5.15(금) 오전05:32


상생의 손 너머로 고기잡이 갔던 배가 동해 물살을 가르고 육지로 돌아오고 있다.

△ 2009.5.15(금) 오전05:47


바다 쪽 상생의 손 사이로 비치는 해를 보고 싶었다.
그 해를 가슴에 품어 온갖 번뇌로 쌓인 나를 버릴려고 했는데...
아쉽다.
다음에 언제 기회가 되어 올 수 있을까...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 2009.5.15(금) 오전05:48


바다의 손은 만질 수 없는 위치에 두어 육지의 것과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했다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손을 육지에서 바라 본다.
엉뚱함이랄까 바다에서 상생의 손을 보고 싶었다.

△ 2009.5.15(금) 오전05:51


바다쪽 손을 앞에 두고 호미곶을 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일까?
육지에서 바다나 육지를 볼 때와 바다에서 육지를 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두어 번 경험하였다.

△ 2009.5.15(금) 오전05:52


바다에 내련 간 김에 인물사진도 한 컷..
전날보다 초점이 잘 잡혔다.
 

△ 2009.5.15(금) 오전05:56


바다로 내려서 바다쪽 상생의 손을 보니..
물 속에 또 하나의 손이 있다.
그림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하다.

바다의 손과 육지의 손이 마주하면서도 다름으로 음양을 이룬다면
바다위의 손과 바다 속의 손은 같음에도 만날 수 없음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 2009.5.15(금) 오전06:01


갯바위에 앉아 바다와 파도소리 그리고 무심한 상생의 손을 보고있는데
한분이 저멀리서 오시더니 상생의 손 쪽으로 성큼 성큼 가신다.
주저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바다가 삶의 터전인 분이다.

△ 2009.5.15(금) 오전06:02


하늘
바다
수평선과 잔잔한 파도
사람
상생의 손

모든 것이 평화롭고 잘 어울린다.

그 평화 속에 난 이방인이다.

△ 2009.5.15(금) 오전06:02



상생(相生)의 손은 1999년 12월에 영남대학교 조형대학 김승국 교수가 제작했다고 되어있다.
육지와 바다를 연관하여  거대한 구조물을 세웠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이름을 "상생의 손"으로 했다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다.

△ 2009.5.15(금) 오전06:06


△ 2009.5.15(금) 오전06:00

△ 상생의손 표지석



결국 이 날 해는 솟았겠지만,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
일출 보는 것을 단념하고 길 떠날 준비를 해야했다.

다시 숙소에 도착하니 대보항의 빨간 등대앞으로
고기잡이 나가는 배들이 흰 꼬리를 만들며 바다위를 미끄러져 간다. 

△ 대보항 / 2009.5.15(금) 오전06:15


배가 빠져나간 대보항도 아직은 이른 아침인지
고요하고 평화롭다.

△ 대보항 / 2009.5.15(금) 오전06:17


씻고 길 떠날 준비를 하고 나니 7시가 가까워 온다.
모텔 사장님은 깨어있지 않았다.
잘 쉬었다 간다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모텔을 나섰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 것이다. 어디를 들리겠다 그런 계획도 없다.
그냥 동해를 따라 위로 위로 두바퀴로 달려 보는 것이다.

△ 2009.5.15(금) 오전06:58


정확하게 7시에 호미곶을 출발하였다.
◆ 해맞이 광장에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시비가 있다는데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아쉽다. 언제 호미곶을 찾게되면 그때는 까먹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