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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치수다

청춘아! 시멘트블록 틈에 핀 제비꽃이 되지말자

by 구르다 2009. 4. 3.
날이 흐렸던 지난 휴일 모교의 민주광장 동그랑땡을 찾았다.
주인잃은 광장 농구대 아래 시멘트 블록 틈 쌓인 먼지에 제비꽃이 자리 잡고 얼굴을 삐죽 내밀었다.
신기하고 기특하여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지지리 복도 없는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2009년 대학생 특히 지방대 학생들을 보는 듯하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 봄이 와있다.
만개하진 않았지만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뒤로 핀 벚꽃은 캠퍼스를 분홍빛으로 수놓았다.
동그랑땡 잔디밭엔 노란 수선화가 피어 나르시즘에 빠져 있고
키큰 동백은 그 싱싱함을 유지한 채 송이 송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나 뒹군다.
이 또한 생기없이 뭔가에 빠져있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푸대접을 받고 있고, 취업을 위한 강좌에 학생들이 몰린다는 기사를 보았다.

도내 대학 인문·교양강좌 줄줄이 폐강
취업난에 외면당한 '인문학'…'직업과 진로' 등 실용과목은 '수강전쟁'
2009년 03월 26일 (목) 민병욱 기자 min@idomin.com
'청년 취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장 취업과 거리가 먼 역사와 철학 같은 인문·교양강좌는 줄줄이 폐강되는 반면 '창업 길라잡이'와 같은 취업·실용 강좌에 대학생이 대거 몰리고 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82705

궁지에 몰린 학생들 처지에서는 본능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다.
그렇게 해서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다음세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특히 지방대생은..

어려운 때 일수록 인문학을 통해 스스로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생의 실패와 좌절로 알코올에 빠진 노숙자에게 희망을 준 것은 결코 취업알선이나 직업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희망을 발견하는 인문학이었다.

지금 대학생에게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당장 좋은 점수를 받는 방법, 면접을 잘하는 방법, 이력서를 잘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사람, 자신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해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힘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선택 받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 받기를 기다리는 젊은이에게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울하다.
청년실업율은 계속 늘어나고, 계약직 그것도 시한부 계약직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잡세어링(Job Sharing)이
2009년 한국에서는 변태를 거쳐 급여를 깍거나, 수당을 갈취하여 그 돈으로 시한부 계약직을 만들고 있다.
경제가 좋아지고 나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될 것이 뻔한데 말이다.

그리고 그것의 선봉에 정부가 나섰고 공무원을 강제동원하고 언론이 홍보하고 있다.
마치 그것이 정상적이 일자리나누기인 처럼.
이런 정책을 쓰는 정부하에 청년들이 특히 지방대생들이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것은
광장의 시멘트 블록 틈 먼지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젊은 청춘들이 봄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웅크리고, 도서관에서 강제자율학습을 하는 것이 안스럽다.
도서관을 박차고 광장으로 나와 사람들 속에서 봄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선택 받아 팔려가기를 기다리기 보다
젊기에  겁없이 세상에 거칠게 도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