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고 비가 내린다.
그렇게 사람을 못살게 굴던 더위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수그러 들었다.
산마루 고개 언덕에 올랐다.
산마루 고개 언덕에 올랐다.
눈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높지는 않지만 발아래는 절벽이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그곳에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바위에 생명을 의지한 풀들은 몸서리를 친다.
그런 풍경이 싫지는 않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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