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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난 중독일까?-창원 봉곡동 가로수의 변화

by 구르다 2005. 4. 13.

이 야심한 시간에 잠안자고 나는 지금 뭐하나..
이건 분명 중독이다..
주말가족 홀아비의 청승도 아니고..
투잡스족이 되어 버린 동거인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도 아닌
이건 분명 중독이다..
 
다음날 업무에 치명적인 오류를 야기시킬 수 있는
이건 분명 중독이다..
 
그럼 난 무엇에 중독되었나..
.
.
.


삼월 마지막 날 거리의 풍경
 
거리의 나무는 아직 겨울 흔적을 지니고
지나 가는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오직 내 카메라렌즈의 관심만 받을 뿐,,,
 
그것도 순전히 목련꽃 때문에..




사월 십 이일
그 거리는 마술을 걸었다.
그 어느 화가가 마른가지에
생명의 빛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이건 분명 자연의 마술이다...
마른나무 안에 잉태되어 있던
봄의 출산이다..


저기 걸어 오는 아이는
이 나무에 눈길을 줄까..
만약 눈길을 준다면..
저 아이는 나무에 무어라 속삭일까..
 
.
.
.
.
 
잎보다 먼저 하얀 꽃으로
봄이 왔음을 알렸던
하얀목련..
그 아름다움도 며칠가지 않았다..



누가 기억해 줄까...
꽃잎 다 떨어진 목련나무의
연초록 잎을 보며..
며칠 전 "저 나무에 하얀 목련꽃이 피어 있었지"라고..
 




나무팔자 시간문제다..
꽃 다 떨어진 목련..
저 두 사람도 그냥 지나쳤다..
 
 
20세기에 만나고
기억에서 까맣게 잊고 지내던 사람을
21세기에 만났다..
 
장례식장에서..
오늘이 그사람 아버지의 출상이다,,
 
봄은 새 생명을 싹튀우지만
수명이 다한 생명은
여지없이 담아가 버린다.
마치 목련꽃을 무참히 떨구어 버리듯..



그런걸
보면
봄은 참 잔인하다...
각자 느끼기 나름이지만,,



꽃을 달지 않은 저 나무는
가을과 겨울을 생각할까..
궁금해 지네..
 
 
 
 
 
주말에 집에 갔을 때 집사람이 그랬다.
 
태풍 매미를 맞은 벚나무들이...
이상하다고...
그해 가을 잎을 내더니..
봄에 꽃을 피우지 않았고..
올해도 얼마되지 않는 꽃을 피우다..
곧 바로 잎을 내어버린다고..
 
태풍에 나무들이 이상하다고..
 
확인해 보니 정말 그랬다..
활짝 꽃을 피우고 있어야 할 벚나무가..
잎이 더 많았다..




태풍의 충격에
계절을 빼앗겨 버린 나무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잎이 나버리는 것을 보고
답답할거다..아니 미칠거다..
 
그런 나무들을 보면서
내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운다.
 
오늘은 동거인이 많이 늦다..
결국 내가 잠들고 나면 들어올건가 보다..
 
그리고 그가 눈뜨기 전에
난 출근을 해야 하겠지..
 
 
 
 
 
이런 나..
분명 중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