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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길걷기

봄길 끝에 만난 신음하는 낙동강의 속살

by 구르다 2010. 4. 26.
이상기후라고 하지만 자연은 그래도 봄에서 여름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4월 마지막 휴일 4월 동행 두 번째 길을 나섰습니다.
창원 읍성에서 북면 낙동강 주물연진까지 40리가 훌쩍 넘는 길입니다.

네 바퀴가 아닌 두 발로 걷다 보면 세상은 새롭게 내 안으로 다가옵니다.
길을 걷는 것이 술이나 담배 못지않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동행은 자여도의 15개 역을 잇는 길을 따라 떠나는 이야기가 있는 옛길 걷기 모임입니다.




창원 읍성을 빠져나와 천주산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자 산 언저리에는 양지꽃이 무리로 피었습니다.
그 노란 빛에 눈이 부십니다.




굴현 고개를 넘고, 달천계곡 입구 고인돌에서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늠해 봅니다.
들은 못자리 준비로 분주합니다.




계속 이어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걷는 것이 지루하여 논길을 걸었습니다.
논둑에는 자운영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키가 작지만, 보리가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머지않아 청맥으로 훌쩍 자라고, 오월이면 황토 빛으로 익어 갈 것입니다.




화창한 사월의 마지막 휴일을 맞아 저수지에 낚시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벌써 햇살을 피해 그늘을 찾게 됩니다.





길을 가다 만난 어느 집 울타리의 탱자나무에도 하얀 꽃이 달렸습니다.




피곤이 조금씩 몰려 옵니다.
벌써 여섯 시간째 걷고 있습니다.
낙동강으로 가는 길 지루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집니다.






무리지어 걷는 우리 일행을 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시는
할머니의 집 앞에 금낭화가 피었습니다.





창원서 왔다고 하니, 그리 보인다는 할머니..

금낭화와 눈인사하며 잠시 피로를 씻어 봅니다.





금낭화 앞에는 꽃잔디가 무리지어 호위하고 있습니다.

집 앞에 길가는 이들을 위해 이렇게 예쁜 화단을 가꾸는 것을 보면, 할머니는 마음을 알 것만 같습니다.





드디어 낙동강에 도착하였습니다.
창원 북면의 낙동강 둔치에는 굴삭기가 경작지 옆에까지 진출해 있지만
아직은 경작을 부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잘 싸운 때문일까요?
아니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원이라서 눈감은 것일까요?

이렇게 유유히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죽은 강이라고 하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낙동강을 따라 임해진과 마주 보는 주물연진으로 걸었습니다.





낙동강을 따라 걷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낙동강 천 삼백리 중 십리나 걸었을까요?

그 짧은 길을 걷는 동안 불도저와 굴삭기, 덤프트럭이 낙동강을 할퀴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보였습니다.
여름을 맞이하는 물오른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어김없이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휴일임에도 분주했습니다.





덤프트럭과 굴삭기는 아이들이 백사장에서 모래 장난하는 것처럼
강 둔치에다 거대한 모래성을 쌓고 있었습니다.

창원에서 길을 나서기 전, 길을 이끄는 선생님에게 함안보까지 가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길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했습니다.
낙동강이 속살을 드러내고 신음하는 것은 굳이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낙동강 천 삼백리 전 구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설마 했는데, 4대강 공사는 휴일도 없이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다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