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발로/길걷기

역사와 소통하며 나를 찾아 옛길을 걷는다

by 구르다 2010. 3. 14.
언제부터 잃어버린, 걷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2Km가 넘는 촌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 작은 동산을 넘어야 했고, 다리를 건너는 길이었다.
신작로도 있었지만, 길의 반은 산으로 난 길이었다.

창원이 개발되며 새로운 주택지로 옮기게 되었고, 걸어 5분 거리에 학교가 생겼다.
이때부터 걷는 것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 같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자전거와 버스로 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3년은 콩시루 같은 만원버스에 매달려 학교에 다녔다.
그나마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대중교통이 불편했던 창원을 쏘다니는 것을 즐겼다.
그때는 하루 몇 시간 걷는 것은 아주 익숙했고 걷는 것이 생활 일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차를 가지고부터 걷는 것을 완벽하게 잃어버렸다.


역은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 오로지 사람의 두 다리로 소식을 전하고, 물건을 이동하며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던 거점이었다.
그러므로 역과 역을 잇는 길에는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옛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 동행은 옛길을 찾아 걸으며 역사와 대화하고, 옛 사람과 대화하고, 나와 대화하는 그런 모임이다.


요즈음은 가끔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 퇴근하고 쏘다니기도 한다.
그런 계기가 된 것이 동행모임이다.


△ 2009. 2. 7(일) 09:12, 창원 남산시외 버스터미널, 동행모임 참가자들이 모여 인사를 하였다.



내가 일하는 단체에서 자여도 안에 있는 역에 관련된 길을 걷는 동행모임을 2009년부터 시작하였다.
회원과 실무자 뿐만 아니라 모임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모임이었다.

이 동행모임이 가능했던 것은 옛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둔 최헌섭박사(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사, 두류문화연구원 대표)가 있어 가능했다.
이미 자여도 안의 역과 역을 잇는 길에 대해서 자료수집과 답사가 끝났고, 책 발간을 앞두고 있다.
둘레길, 올레길 등으로 대한민국은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동행모임은 둘레길 걷기와는 많이 다르다.


역은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 오로지 사람의 두 다리로 소식을 전하고, 물건을 이동하며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던 거점이었다.
그러므로 역과 역을 잇는 길에는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옛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 동행은 옛길을 찾아 걸으며 역사와 대화하고, 옛 사람과 대화하고, 나와 대화하는 그런 모임이다.


2월7일 처음으로 참가했던 동행이 기대 이상이라 계속 걸어보기로 했다.
또, 나만의 기록으로 정리하는 것도 도전해 보려 한다. 거창한 정리가 아닌, 내가 걸은 길에서의 짧은 생각을 나름대로 주워 모아 볼 것이다.
블로그에 '동행 길 따라'라는 카테고리도 만들었다. 꾸준하게 정리하면 나만의 좋은 기록이 될 것이다.


△ 09:28, 창원에서 김해 장유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다.(최정규, 최성희, 김미정, 이명숙)



2009년 2월 7일 동행은 김해 장유에 있었던 적항역에서 진해 웅천의 보평역을 잇는 길로, 김해, 부산, 진해를 밟아야 했다. 고개 두 개를 넘어야 하고, 군부대 때문에 끊어진 길은 돌아가야 했다.
아침 9시 창원 남산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동행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지금까지 모임보다 참가자가 많다. 하긴 평소 전혀 걷지 않던 내가 참가 했으니까 당연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창원터널을 지나 장유 관동리에 도착하였다. 불과 버스로 10여 분의 거리다.

△ 09:36, 관동리에 내려 덕정공원까지 20여 분 걸었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오로지 두 다리에 의지해 걸어야 한다.
이날 참가 중에 나를 포함해 8명이 첫 동행이었다.


동행에 참가하고 첫 글이 많이 늦었다.

그동안 내가 속한 단체에서 이 동행을 주제로 '2010년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에 신청하여 선정되었다.
이제 동행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게 되었고, 2010년 동행을 마무리하면서 자여도 속한 역과 역을 잇는 길 지도를 만들 것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옛길을 찾아 걸으며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창원읍성을 출발하여 근주역을 지나 산인역까지 걷는다.(창원읍성 -- 우병영성 -- 근주역(석전동) -- 말티 -- 중리(점심) -- 신주막 -- 이현(신당고개) -- 모곡리 고려동학 -- 입곡유원지 -- 산인역)

오늘도 많은 이야기를 알게 되고, 옛 사람을 만나고, 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