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봉하마을로 라이딩을 했다. 대충 어디쯤이라는 것만 알고 가다보니 봉하마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사전 약속도 하지않고 진영에 있는 후배를 만날 볼 참에 진영으로 향했다 가게 문이 닫혀있어 큰 도로를 달리다보니 한림쪽으로 빠지게 되었고 마을을 찾는데 애를 더 먹었다.
봉하마을 코 앞이 아니고는 안내간판도 제대로 없는 듯하다. 주변이 온통 공장이라 한 눈 팔다 지나쳐버려 돌아서 봉하마을을 찾았다.
봉하마을 뒷산 사자봉
나도 하도 심심해서 오토바이 타고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넣어볼까 싶어 갔지만, 솔직히 뭐 볼 것이 있다고 찾는가 싶다.
그래도 뒷 산은 여느 동네의 뒷 산하고는 뭔가 달라보였다. 어쩌면 이것도 대통령을 배출한 동네의 산이라는 선입관일 수도 있겠다.
오리쌀을 생산한 농사꾼 오리들은 저택 앞 도랑 얼음위에서 놀고 있고, 노전대통령 사택 앞에는 노란색 리본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겨울바람을 이기고 있었다.
봉화마을 찾은 사람들이 소원을 적어 나무에 매달아 둔 것이다. 아마 노란손수건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나 유추해 본다. 내가 사는 동네 마을도서관에도 이런 것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오리를 구경하는 사람들 |
희망리본을 단 나무들 |
노전대통령 생가 |
거제 김영상 전대통령 생가를 몇 번 간적이 있기에, 노전대통령의 생가는 참 생소하다. 70년대 농촌의 슬래트지붕에 시멘트축담이 있는 방 두 개 짜리 집이다. 사람들이 노전대통령의 생가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까 궁금하다.
도로건너 공터에 봉하할매술빵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 두분이 칸을 나누어 장사를 하고 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오뎅이나 하나 먹자 싶어 가게를 찾았다.
"할머니 하루 매상이 얼마나 됩니꺼?"
"매상은 무슨 매상, 토 일요일만 하는데 반찬값 벌어"
"오뎅 얼마니꺼"
"응, 한 개 오백원"
"오뎅 먹게 간장 주세요"
할머니가 작은 종지에 간장을 따라준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우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매상은 무슨 매상, 토 일요일만 하는데 반찬값 벌어"
"오뎅 얼마니꺼"
"응, 한 개 오백원"
"오뎅 먹게 간장 주세요"
할머니가 작은 종지에 간장을 따라준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우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법이 바뀌어 간장을 따로 담아주는 것이 당연함에도 토, 일요일만 장사를 한다는 할머니께서 공동간장그릇을 내놓지 않고 따로 간장을 담아주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소비자고발방송을 본 것일까..
한산하던 가게가 오뎅을 먹는 사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할머니에게 "제가 오니까 손님이 갑자기 모여드네요" 하니 할머니는 웃음으로 답해주신다.
근데 옆 집은 한산하다. 사람들이 좀 분산해서 먹어주면 좋은데..밖에 서서 오뎅을 먹는 내 마음이 불편타..
하나에 2000원하는 까만 술빵을 사는 사람들이
"이거 사온것 아니죠"하니
"아녀 그거 집에서 만들었어"라고 한다.
삶은 옥수수를 사는 사람 중에
"지난번에 사서 부산 도착해서 먹을려니 쉬어서 못먹겠더라"고 하니
"만약 그런 것이 있으면 가꼬와 바꾸어 줄께"라고 친절하게 말씀을 하신다.
가게 안에서 오뎅을 먹는 부부가 있었다,
아저씨가
"여기는 노태우 전대통령 고향에 비하면 LA다"라고 한다.
그 말에 술빵 할머니께서
"여기는 대통령이 내려와 살잖아" 한다
그러고 대통령 사저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는 식당, 저기는 집무실 이렇게 설명을 해 주신다.
"요즘 안나오시죠" 하니
"안나오신지 꽤 오래되었다"고 하며 "1년에 한번 동네 사람들을 초정해 잔치를 한다"고 은근한 자랑을 한다.
그제서야 왜 사람들이 볼 것없는 봉하마을을 찾는지
할머니가 간장을 따로 담아서 내 놓고, 국물까지 따로 담아서 주는 서비스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봉하마을 술빵할매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할머니는 오뎅과 술빵, 삶은 옥수수 등을 팔고 있지만 당신은 대통령을 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향을 찾아 자기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에게 누가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고향을 찾아 자기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에게 누가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오뎅을 4개 먹고, 술빵을 두 개 사서 돌아서며,
"동네사람들이 공동으로 오리고기집을 열어도 장사가 잘 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새벽 시장을 찾아 목도리 하나를 둘러주고 그것을 온 동네방네 선전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목도리 아까워 집에 모셔두는 것 까지 기사로 나오는 데, 봉하마을에서는 할머니들이 전임 대통령 홍보대사를 자임하고 대통령을 팔면서 반찬값을 벌고 있었다.
할머니가 반찬값을 좀더 넉넉하게 벌수 있도록 노전대통령이 얼굴을 보여주면 참 좋을 것 같다.
4년 뒤 포항 할매 할배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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