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과의 쌍떡잎식물 한해살이풀/꽃잎이 크고 꿀주머니는 가늘고 길며 끝이 안쪽으로 구부러진다.
꽃은 자홍색이고 8∼9월에 피며 백색꽃이 피는 흰물봉선도 있다

Nikon coolpix 4500


물봉선과 지리산
김경애(한겨레 기자)

우리꽃과 나무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풀꽃세상에서 지리산 계곡의 `물봉선'에게 풀꽃상을 드리기로 했다고 전했을 때 대부분 이런 말을 먼저 했다.
`뭐 그리 흔하디 흔한 꽃에게 상을 줍니까?'
정말 그렇다. 지리산에는 물봉선보다 귀하고 화려한 꽃들이 얼마든지 있다. 위도상으로는 온대에 속하지만 고도가 높아 북방계 식물의 남방한계선을 이루는 곳이라 1300여 종의 풍부한 식생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만 나고 자라는 특산식물과 멸종위기에 있는 희귀식물만 100여 종이 넘는다.
반야봉 일대 해발 1400m이상 고산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는 지금부터 약 1만 전 빙하기말에 한반도를 뒤덮었던 아한대 수종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미나리아제비과의 특산식물로 설악산 소백산 등 고산에서만 자라는 북방계식물 모데미풀의 군락도 지리산에서 발견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최근에는 지난 20여 년 동안 서식 논란이 됐던 반달가슴곰도 당당히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지리산의 자연생태계는 아직도 때묻지 않은 속살을 간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봉선을 지리산의 지킴이 식물로 추천한 것은 `그 선연한 피빛 색깔' 때문이었다.
물봉선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1년 초가을 지리산의 가장 남쪽 자락인 광양 백운산에서였다. 고로쇠나무들이 울창한 계곡 주변 돌틈 사이에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줄기는 가늘고 꽃송이도 크지 않아 그리 강한 인상을 주는 꽃이 아니었다.
그런데 길을 안내해준 아랫동네 주민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오랫동안 물봉선을 잊히지 않는 꽃으로 남게 했다.
“6.25때 빨치산들이 묻힌 자리에서 많이 핀데요. 꽃색깔도 맑은 선홍색이라 꼭 피빛을 닮았거든요.”
사람들은 물봉선이 지리산의 넋을 간직한 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사실 물봉선은 지리산에서만 사는 꽃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역 산골짜기 마을 근처 개울가나 물가는 아니더라도 숲속에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같은 봉선화과 식물이지만 뜰이나 화분에 심고 손톱에 붉게 물들이곤 하는 '봉선화'는 인도와 중국이 원산으로 물봉선과 다르다. 오래 전에 약초로 쓰기 위해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꽃은 8~9월에 주로 홍자색으로 피는데 꽃잎 중 아래 쪽에 있는 2개가 유난히 크다. 흰색꽃이 피는 '흰물봉선'과 노란색꽃이 피는 '노랑물봉선화'도 볼 수 있다. 10월 이후에 맺히는 열매는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살짝 건드리거나 바람만 불어도 씨앗을 그냥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던지면서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것이다.
봄에 어린 것을 나물로 먹지만, 크게 자란 것에는 약한 독이 있다고 한다.
지리산을 개발과 파괴의 손길로부터 지켜내자는 뜻에서 물봉선에게 풀꽃상을 드리기로 결정한 며칠 뒤 풀꽃방 식구들부터 봉선화'의 꽃말이 `Touch me not’이란 얘기가 들려왔다. 그 순간 자연의 오묘한 섭리랄까, 뭔가 우리 인간이 모르는 힘이 지리산과 물봉선을 지키고 있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어쩌면 10년 전 백운산 계곡에서 나와 물봉선의 첫 만남까지도 예정된 인연이 아니었는지….
 
글 출처 : http://www.fulssi.or.kr/book/6/b4.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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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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