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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길걷기

동구마천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서암정사 가는길

by 구르다 2009. 8. 4.
블로그도 할려면 부지런 해야 겠다. 삶과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이기에  반복적 일상도 있지만 경험하지 않은 새로 것을 만나게 되면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일상에 빠져 때를 놓쳐 버리면 차일 피일 미루게 되고 기억은 희미해 진다.

시간 날 때 해야지 하며 미루어 둔 지난 5월의 스쿠터 동해일주도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 걱정인데, 지난 7월 29일 일하는 동료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하루의 짧은 일정에 두 시간 조금 넘게 둘레길 걷기를 하였지만 알지 못했던 길에 대한 많은 사연을 접했다.

7시 50분 사무실 앞에 집결하여 8시 조금 지나 함양으로 출발 하였다. 평일 고속도로라 붐비지 않았고, 전 날 내린 비로 나무들은 싱그러웠다.

얼마 만인지 기억도 없다. 동료 중에 한 사람이 뽀빠이를 꺼냈다. 봉지 모양이 다르고 과자 두께도 달랐지만 뽀빠이다. 별사탕도 들어 있었다. 별사탕을 녹이며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오늘 우리가 걷게 되는 길도 어린시절 뛰놀고, 학교 가던 그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활의 일부였던 그 길이 지금은 시간을 내고 돈을 들여 애써 찾아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왜 그렇게 되어버렸을까?



우리 일행은 지리산 둘레길 2구간의 일부인 의중마을에서 벽송사 까지의 약 6Km를 걸었다.

창원을 출발하고 두 시간 조금 더 걸려 의중마을에 도착하였다. 의중마을은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 있는 지리산 둘레길 2구간이 시작되는 마을이다.


이 날 길에 대한 안내는 우리 단체의 이사로 활동하는 최헌섭 선생이 해주었다.
최선생님의 설명으로는 함양 사람들은 마천을 동구마천이라 부른다 하는데 동구는 구석지고 외진 곳이라는 뜻이다. 의중마을은 의탄리의 중심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의탄리는 예전 의탄소라는 목기장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마천 옻이 유명한 것도 목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옻을 목기가 아닌 뱃속에 칠을 했으니 지금도 고생하는 것이다.
(2009/08/02 - 지리산 마천 옻닭으로 몸안에 옻칠하고..)



2009.7.29(수)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의중마을회관 앞에서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최헌섭 이사가 우리가 가야할 곳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하고 있다.




의중마을은 어릴적 추억이 생각나는 스레트 집들도 있었다. 이불이 늘려 있기에 사람이 살고 있구나 알 수 있지만,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도시의 생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지리산 둘레길이 의중마을에도 생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의중마을회관을 뒤로 하고 지리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리산 길은 붉은 고추가 평상에서 말라가는 풍경으로 시작되었다.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흙길이 시작되는 자리에 '지리산 벽송사'라는 안내 표지가 나온다. 걸어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외지인에게만 벽송사 가는 지리산길이다. 이미 벽송사 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길로 잘 닦여 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을 것이다.  이 곳이 삶터이고, 길이 생활의 일부인 사람들에게는 밭일 가는 그냥 길이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소통'이다. 그래서 세상을 이어주는 길을 택하였다.
도심의 단조로운 길은 밋밋하기에,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으로 만들어진 사연이 깃든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길을 걸을며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소통을 생각하며 그것을 주제로 사진을 담는 것이다.




전 날 내린 비로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그 옆에는 산수국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흐린 날에 숲길을 걷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걷는 것이 일상의 아주 일부분이 되어 버린 때문인지 가방을 맨 등짝에는 땀이 흥근하게 배어나온다.

시누대 숲을 만났다. 동료중 한사람이 시누대 숲을 지나지 못하고 나를 기다린다. 대숲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은 어릴적 추억이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지금은 산짐승들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겠지만, 전쟁이 한참이던 그때 부상당한 빨치산이 이 숲에 몸을 숨겼을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땀을 닦으며 잠시 쉰 크고 둥근 바위 끝에는 담쟁이가 경계선을 만들고 있다.
우리 일행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 오는 한 여인을 만났다. 무슨 맘으로 이 길을 혼자 걷고 있을까 잠시 궁금했다.

갈림길에 안내판 하나가 세워져있다.
이 곳이 예전에는 사화촌이었고 이 길은 절을 찾는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라고 적혀있다. 절 하나가 있음으로 마을 하나를 이룬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쉬엄 쉬엄 걸었다. 일행들은 벌써 저만치 멀리가 버렸다.
나무로 덮었지만 쇠로 만든 철책계단이 나온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이 계단이 그렇게 기분 좋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계단을 오르니 차가 다닐 수 있는 큰 길이 나온다.
잠자리 한마리를 만났다. 날개를 말리는 것인지 가까이 가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나이를 너무 먹어 버린 것일까. 예전에는 이런 녀석은 잡아서 뭐라도 했을 것인데..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이 보인다. 근데 우리 일행은 없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일반 절과 다른 풍경의 서암정사가 나타났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 오며 반반한 바위를 볼 때 마다 불상조각이 있을법한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눈 앞에 펼쳐진 서암정사 입구 바위에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서암정사 사천왕상




고정관념 때문일까? 신기하면서도 낯설다. 그리고 사람 손이 많이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평가하지 말자...100년, 200년 그리고 훨씬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지 않겠는가?

일행들에 뒤쳐저 1시간 남짓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많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물소리 들으며 주변풍경을 익히며 호흡하며 걸었다.
인사도 하지 않고 스쳐 지난 그 여인도 그러지 않았을까?

다음 비유에서 본 의중마을에서 서암정사 까지의 둘레길(안내선은 약간 다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