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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마을도서관

'여든 둘'에 받은 문해학교 수료증

by 구르다 2008. 12. 15.

세월의 무게에 허리는 휘었지만, 까막눈이라는 평생의 한을 무덤에 까지 가져 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2월12일(전통이 군사구테타를 일으킨 날이군요) 반지마을도서관에서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 문해학교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이날 72명의 학생을 대표하여 여든 둘(82)의 현명금 할머니께서 수료증을 받으셨습니다.

지금이냐 초, 중등 교육이 의무교육이니 문맹자는 많이 없습니다. 대신 컴맹이나 넷맹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 세대, 할머니 세대에는 글을 모르는 것이 그렇게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학교 근처는 가보지 못한 분들도 많고, 가난 때문에, 전쟁 때문에 등 다양한 사연으로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해 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의 어머님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나 10살 때 해방되어 한국으로 왔습니다. 해방맞아 돌아 오는 과정도 험난했다고 합니다. 우끼야마루호는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기뢰가 터져 가까스로 살아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되지않았고 야학근처를 기웃거리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머님은 문맹은 아닙니다. 어깨너머로 배운탓에 못생긴 글씨지만 그래도 읽고 쓰고는 하십니다.

축사를 하는 한화폴리드리머 이남훈공장장

문해교실 강사할아버지들의 인사말



연구소 문해학교는 4개의 마을도서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한화폴리드리머에서 자원봉사도 해주시고 재정적 지원도 해주어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는 기본 교육외에도 체험활동과 소풍, 야외운동회도 가집니다. 강사는 창원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금빛봉사단 분들이 해 주시고 있습니다.

이날 수료식에서 이호현 강사님이 할머니들에게 수료식 프랜카드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읽을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인쇄소에서 만든 프랜카드의 'ㅎ'자가 정자가 아니라 할머니들이 알아보시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글을 처음배우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겁니다.

2008.12.12.문해학교수료식



우리들이 숨쉬는데 아직은 지장이 없기 때문에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지만, 공기가 오염되면 우리는 당장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생명유지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글을 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글을 읽고 쓰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음료수 병에 든 농약을 음료수로 알고 주변분들과 나누어 마시고 돌아가시는 분들의 신문기사도 있었고, 버스 번호를 알지 못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우편물이 와도 이게 누구한테 온 것인지 알 길이 없으며, 은행가면 통장과 도장을 통째로 맡깁니다. 또 노인정에서 노래 경연이라도  있는 날이면 노래방기계의 가사를 읽을 수 없으니 전날 부를 곡을 정하고 가사를 다 외우신다고 합니다.
글을 안다는 것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 인권의 문제인 것입니다.

며칠 쉬고 또 학교가 시작되어 할머니들이 열공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할머니들께 큰 박수 한번 쳐 주세요.
할머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