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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갱상도정치

선거 출마한 해직교수와 비정규직 제로 선언한 교육감후보

by 구르다 2010. 5. 15.
대한민국 부모들이 뼈 빠지게 돈 버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자식교육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의원과 교육감 뽑는 선거를 기초의원 뽑는 것 보다 더 무신경하다.
뼈 빠지게 돈 버는 일보다, 어쩌면 제대로 따져보고 교육의원과 교육감 뽑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 교육의원에 출마한 창신대 해직교수 조형래 후보

스승의 날이다.
내가 인생을 잘 못사는 걸까? 딱히 찾아가 인사해야지하는  스승이 없다. 대신 모 교육감 후보의 선거사무장을 맡아 동문명부를 가지고 벌써 일곱 여덟 번 전화를 걸어 온 선생님만 부담스럽게 떠오른다.
나의 교육관과 가치가 다른 후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가 사는 경남의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 이야기를 스승의 날에 적어 보련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재단은 중학교와 전문대학까지 운영하는 기독교 사학재단이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지만, 찬송가 몇 곡은 외워 부를 수 있는 것도 고등학교 3년 동안의 교육 때문이다. 매주 진행되는 운동장에서의 조회에서 목사 선생님이 기도를 했고, 마지막엔 아멘 대신 나무아미타불이라 그러곤 했다. 또 성경 시간은 도시락을 까먹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원해서 간 학교도 아니었다. 입시를 치르고 커트라인에 들어 뺑뺑이를 돌려 가게 된 학교다. 종교의 자유는 없었다.

그 사학재단에서 지난 6년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는 교수들이 있었다. 학장은 강*도이다. 얼마 전 최종 유죄선고가 되어 그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 준 것으로 안다. 학내 민주화요구를 꺾지 않은 교수들은 부당한 방법으로 해직 당했다.
그 해직 교수 중 한 분이 이번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조형래 교수다.

나에게는 쉽게 기억되는 이름이다. 초등학교 때 나름 친한 친구의 동생 이름과 같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대구로 이사를 하고 한동안 편지로 소식을 전했다. 지금도 작은 박스에 그 친구에게 받은 30년이 훌쩍 지난 편지가 보관되어 있다.

자신의 밥줄이 끊어져도 소신을 꺾지 않은 후보라면, 아무리 비리가 많은 교육계라 하지만 적어도 도둑질은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그 이상의 활동을 할 분이다.


경남에는 99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좋은교육감만들기연대를 결성하고, 최종적으로 박종훈 교육감 후보를 선정하였다. 그 선정과정에서 지난 4월 6일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정책에 대한 많은 질문이 있었고, 답변과 토론이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요한 이슈는 무상급식이다. 교육감선거의 무상급식 이야기를 내 블로그에 또 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무상급식 관련해서는 이미 글 하나를 적었었다.
2010/03/16 - 경남 6.2 예비후보들의 기찬 민방위훈련 (무상급식은 합천 이야기 부분)



교육정책토론회를 한지 한달이 훨씬 지났지만 인상에 남는 것이 교육계의 비정규직과 내가 속한 단체가 관심 두는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사서, 사서직원)에 대한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문제 해결은 대학평준화와 함께 우리 교육이 행복한 교육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글을 독일교육이야기 블로그 운영자인 무터킨더 초청강연 후기로 올렸었다.
이 날 토론회보다 시간상으로 훨씬 뒤의 일이다.
2010/05/04 - 독일교육에는 꼴찌가 없다

그래서일까? 박종훈 교육감 후보의 공약이 새롭게 와 닿는다.
단순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좋은 교육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경남대 안차수 교수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예산마련에 대한 질문을 했다.

박종훈 후보가 했던 말을 정리해서 옮겨보면 이렇다.

공공영역의 비정규직은 도덕적으로 맞지않다. 흔히 학교의 비정규직은 단시간근로자가 아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비정규직 0선언을 하겠다.

공무원화가 우선이고 안되면 도 조례를 통해 정규직에 준한 신분보장을 하겠다. 현재 무기근로계약을 하더라도 임금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경력을 인정하여 호봉에 반영하겠다.

그리고 고용주체도 학교장이 아닌 교육감으로 하고, 노조인정과 교섭권도 가지게 하겠다.


학교안에서의 모든 활동을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교육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가 불안하여 자랑스런 직업으로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좋은 교육이 아니다.
 
오늘 스승의 날 학교안의 많은 비정규직은 자신의 처지가 왜 이런지 생각하는 우울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이들이 내년 스승의 날은 우울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읽는 것을 즐기고 중요하게 여긴 대통령이 집권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왠만한 학교도서관은 현대화되었다.  2009/08/22 - 김대중,노무현 두 분 대통령 사랑법

그런데 대다수의 학교도서관은 하루 종일 개방되지 않고, 점심 시간만 잠시 개방된다.


내가 속한 단체가 학교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11년 전이다. 마을도서관운동을 하며, 법에는 있으나 거미줄 가득한 학교도서관, 독서실로 변한 학교도서관을 발견했다. 그것을 살려보자 이렇게 단체에서 결정했다.
그러고 10년 학교도서관은 살아났다. 그러나 그 가치를 다하고 있지는 못하다.

참여정부에서 현 정부로 오면서 많은 정책이 갑자기 바뀌었다. 우리단체 경우에도 그런 경험을 하였다.
우리 단체는 학교도서관이 그 가치를 다하기 위해서 도서관에는 아이들을 맞아주는 전담인력이 있어야한다며 현대화 다음으로 추진한 것이 학부모도우미 조직과 교육, 그 다음 단계로 추진한 것이 전담인력 배치였다.
공공근로, 사회적 일자리사업을 통해 그 필요성을 입증시켜 나갔다.
경남에서는 고영진 전 교육감이 그 정책을 처음으로 도교육청 사업으로 받아들였고, 현 권정호 교육감이 약간의 양적인 증대를 하였다. 그러나 도서관에 대한 정책에 많은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 사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사회적일자리사업으로 진행하던 '학교도서관전담인력양성사업'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경남지역 23개 학교와 일자리 참여자가 갑자기 곤란한 처지에 빠졌었다. 그때 참여자들이 도움 청한 사람이 도교육감 후보인  박종훈 교육의원이다. 결과는 좋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종훈 후보는 따로 도서관정책을 내 놓지 않았다. 자신의 전문분야인데 자랑하는 것 같아서라 했다.
토론회 마지막 방청객 질문에서 학교도서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어린이책 시민연대 박태남(김해)씨가 "학교도서관은 리모델링 되었지만 전담인력은 5% 수준이다. 도서도우미로 도서관이 운영되는 곳이 많은데 학교장 성향에 따라 도서관 활동이 좌우된다."며 도서관 정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현재 학교도서관의 실태를 정확하게 반영한 질문이다. 우리 단체는 김해시의 여러 학교도 지원했다.

박종훈 교육의원의 답은 참 명쾌했다.

"사람의 온기가 아이들을 북적이게 한다. 모든 학교에 전담사서를 배치하겠다. 사서교사가 될지, 사서전담인력이 될지 논의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서 1인과 사서직원1인 이렇게 두 사람을 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우선적으로 사서직원을 배치하겠다. 100억이면 되는 일이다."

나는  작년에 "2009/11/25 - 내가 단체장이면 이런곳에 투자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학교도서관이 아닌 작은도서관에 대한 글이다. 그러나 학교도서관도 마찬가지다.

학교도서관 전담인력 배치에 필요한 100억원 많은 돈이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 총예산에서 보면 껌값이라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 전담인력 배치 문제는 재정 확보방안 문제가 아닌 정책 판단의 우선순위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환경을, 부모에게는 만족을, 사회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수 있는 일거양득의 사업이다.




명함을 돌리는 교육의원 후보 조형래 교수를 만나면 딱히 해 줄 이야기가 없다.
"단체장 보다 선거운동 범위가 넓어 선거운동하기 어렵죠?" 하면 '즐기면서 합니다."라는 답이 온다.

8번의 투표를 해야하는 것이 이번 6,2지방선거이다.
교육감은 좀 덜하지만 교육의원은 뽑는 줄도 모르는 유권자가 더 많은게 현실이다.
아마 유권자의 절반은 학부모일 것이다.

대한민국 부모들이 뼈 빠지게 돈 버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자식교육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의원과 교육감 뽑는 선거를 기초의원 뽑는 것 보다 더 무신경하다.
뼈 빠지게 돈 버는 일보다, 어쩌면 제대로 따져보고 교육의원과 교육감 뽑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