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명/생명가득한

해국이 피어 정겨운 바람의 언덕

by 구르다 2008. 10. 22.
가을을 대표하는 꽃은 국화다. 인근 마산에서는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마산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매년 축제에 필요한 국화를 생산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국화축제가 마산시에 꼭 필요한 축제인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와 해국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Nicon Coolpix4500 디카를 구입하게 되었고, 이것 저것 찍다보니
자연스럽게 야생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거제 바람의 언덕




2003년 주말가족을 끝내고 거제에서 살다보니 다른 곳 보다 빠르게 꽃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름 모르는 꽃을 찍어 야사모에 올려 꽃 이름을 확인하고 공부하는 재미를 가졌었다.
해국은 바닷가에서만 자라는 꽃이라 한정된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해국과의 첫 만남은 거제 다대마을의 길가 화단에 조성된 시들어 가는 꽃이었다.
그리고 이듬해는 학동에서 해금강 가는 길가에 심어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바람의 언덕에 힘들게 피어있는 해국을 만났었다.
무더기로 피어 있는 것도 아니고 바위틈 그래도 바람이 적게 드는 양지바른 곳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문득 해국이 보고 싶어 바람의 언덕을 찾았다.
그런데 해국이 흔했다.
짐작으로는 거제시에서 가꾸어 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야생 상태의 해국도 만날 수 있었다.
입구쪽 오른 쪽 절벽에는 심어놓은 해국이 많았다.
그렇지만 학동쪽 바위절벽에는 야생 상태로 보이는 해국이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야생의 해국이라 생각되는 녀석에게 좀더 관심이 가는 것은 왜일까?
해국에는 작은멋쟁이 나비가 앉지 않았다.
클로즈업해서 담지는 않았지만 아래 사진의 작은나비가 열심히 꿀을 빨았다.
 



조금 비탈진 곳에서 자세잡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바다를 배경으로 해국을 담아 놓으면 한층 인물이 산다.
확실이 해국 사진은 바다를 배경으로 담아야 제맛이다.





바닷가 해국이 키가 작은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일 것이다.
키가 커서는 바다바람을 이기며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암벽의 조금있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기 몸을 버티려고 하니 키가 작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잎도 여느 국화보다 두껍고 잔털도 뽀송뽀송 나 있는 것이라 본다.





아래 녀석은 그래도 터를 잘 잡았다.
양지바른 곳에 그것도 폭신한 잔디가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해국의 꽃봉오리가 많이 맺혀 있어 이번주 정도에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절정일 것 같다.




바람의 언덕을 찾는 사람들이 눈으로만 해국을 감상하고 뿌리째 뽑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위 절벽 쪽에 붙어 있어 사람들 한테 밟힐 염려는 상대적으로 적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 손을 잡고 바람을 언덕을 찾는 이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만 바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쪼그려 앉아
"이게 해국이란다"라며 해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모들이 많아지면
우리 주변에는 더 풍성하게 야생의 꽃들이 피어 날 것이다.

그러면 굳이 누군가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전시적인 국화축제 같은 것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생명 > 생명가득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남풀로 개명한 용담  (2) 2008.10.23
바닷가 작은멋쟁이와 털머위  (4) 2008.10.21
혼자 가는 길  (0) 2008.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