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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명가득한

바닷가 작은멋쟁이와 털머위

by 구르다 2008. 10. 21.
지난 일요일(10월19일) 모처럼 출사를 나갔다.
대상 꽃은 해국, 출사지는 거제 해금강 입구의 바람의 언덕이었다.
길가와 해금강 입구에 노란 털머위가 나도 찍어줘 하고 말을 걸지만
애써 무시하고..못본척 안본척 지나쳤다.


바람의언덕 계단 입구 포차옆에다 나의 애마를 주차시키고
등산을 시작하다.
(이소리 하면 다들 뭐라 하겠지만 바람의 언덕을 오르는 것도 나에게는 등산이다.)
외도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언덕을 넘어서니
푸른 바다를 마주만 가파른 바위 언덕에 노란 꽃들이 피었다.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낯선 풍경이다.
바람의 언덕에서 털머위를 맞이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모델이 될려고 애를 써는데 담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잠시 갈등
그래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컷만 하자..
그래서 담은 녀석이 이녀석이다..



해국을 열심히 찍고 다른 모델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나비가 난다.
근데 신기한 것은 이 나비들이 해국에는 앉지않고 털머위에만
착륙과 이륙을 반복하고 있다.

이 작은 네발나비과 작은멋쟁이나비가 결국 나를 유혹하였고
털머위를 나의 모델로 삼는데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털머위는 참 좋은 친구를 두었다.

여담: 해국에는 작고 못생긴 쪼끄만 나비가 앉아 있었다.



바닷가 바람이 부는 지역이라 착륙시간도 그렇게 길지가 않다.
다행이 해빛이 좋아 셔트 속도에는 무리가 없다.
각도 생각하고, 포커스 맞추고, 셔트까지 누르기까지 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멋쟁이 작은 나비가 절벽에서 나를 똥개 훈련 시키듯 이리 저리 날더니
이번에 제대로 된 착륙지를 찾았는지 장시간 착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몇 번 찍어주고 나니 이녀석 단단히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작은멋쟁이라는 제 이름 만큼 모델에 자질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는 더이상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고 안심을 한 것인지



앚은 자리에서 맴을 돌며
앞, 뒤, 옆 모습은 물론, 날개를 접었다, 폈다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털머위를 대상으로 열심히 작업중이다.


덕분에 난 털머위만 담았으면 심심했을 사진에 알록 달록한 나비까지 담게 되었다.



이제 방금 작업 걸었던 털머위에게서는 더이상 흥미를 잃은 것인지
아님 단물을 다 빨아낸 것인지..
나는 쳐다보지않고 미련없이 날아가 버린다.


털머위는 봄에 먹는 머위(경상도에서는 머구)하고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꽃입다.

머위는 초롱꽃목 국화과로 봄에 꽃이피고 머구잎은 데쳐 쌈으로 먹기도 합니다.
줄기는 비염에 좋다고도 한다.

털머위는 머위와 같이 초롱꽃목 국화과까지는 같습니다. 둘이 사촌 정도는 되는 모양입니다.
근데 털머위는 가을에 꽃이피고, 바닷가에 핍니다. 바위와도 친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잎은 삶아도 먹기도 힘들것 같습니다.
그리고 머위 꽃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꽃만 보면 이게 어디 사촌이여 할 겁니다.


이 곳의 털머위는 거제시에서 바람을 언덕을 관광지로 조성하면서 나름 심어 놓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래도 길가화단에 조성된 것 보다는 훨씬 보기가 좋습니다.

지금까지 본 털머위 중에서
해금강 바위절벽 중턱에 군락을 이루었던 노란색군단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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