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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산오르기

설흘산-고둥닮아 고둥산, 구름낀다 구름산

by 구르다 2010. 3. 5.
2월 말 남해로 일하는 동료와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수련회 둘째 날 응봉산과 설흘산 산행을 하고 그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보물섬 남해의 봄은 마늘밭에서 시작한다]

△ 남해 설흘산 봉수대 2010.2.28


블로그에 올린 이 글을 보고 남해가 고향인 후배가(후배라고 하지만 불혹을 넘겼습니다.) 기분 나쁘다며 댓글을 남겼습니다.


"산이름은 대체 누가 짓는거야?
옛날 나와 친구들, 윗대의 어른들은 모두 구름산(비가올려고 하거나 오거나하면 그 봉우리 주위에 구름이 휘감아 도는 지라...)이라 지칭했었는데...,
뒷산은 고둥같이 생겼다고 고둥산 이렇게 부르고....
옛 이름은 간데없고 설흘산은 대체 어디서 온거야 기분나쁘게 ㅉㅉㅉ"

후배의 댓글을 보고 든 생각이, 그래 그곳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추억이 깃든 사람들에게는 상실감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응봉산, 마을 사람들은 매봉산이라고도 한다.



도대체 누가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궁금증이 발동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신통한 자료들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검색능력이 떨어져 그럴 수도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찾은 자료는 이것입니다.

설흘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소흘산으로 되어 있다. 왜 소흘산이라 했는지, 소흘산이 어찌해서 설흘산으로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 소흘산이 발음이 비슷한 설흘산으로 자연스럽게 바뀐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설흘산 고스락의 봉수대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현의 남쪽 30리에 있고 동쪽으로 금산 봉수에 응하고 서쪽으로 전라도 순천 돌산도 봉수에 응하며 서로의 거리는 60리다' 라 기록되어 있다. 이 봉수대는 남해의 서남쪽 끝에 있는 봉수대로 자연 암반 위에 네모꼴로 쌓았다. 둘레 7.5m, 높이 6m, 폭 7m인 망대이다


△ 매봉산(응봉산)에서 바라 본 남해바다와 다랭이마을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다른 지역에도 응봉산이 있는데, 매를 닮은 '매봉'이 있고 그것이 응봉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설흘산 자락에도 매봉이 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설흘산 봉수대 내부와 외벽


△ 설흘산에서 본 다랭이마을 입니다.

후배의 고향은 바닷가 쪽이 아닌 설흘산 너머 남면 임포리입니다.

학교 다닐 때 '남해군 남면 임포리**번지' 이렇게 후배의 본적지를 외우고 다닌 때가 있었습니다.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이니 벌써 20년 전 일입니다. 그때는 조금만 뭘 해 보려면 수배가 떨어졌는데 저도 13개월 수배생활을 했습니다.

한번은 새벽에 학교 학생회관까지 경찰이 난입해서 꼼짝없이 잡히게 생겼는데, 용케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남해군 남면 임포리 **번지' 덕이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외운 것으로도 안되어 나중에는 잡혀 구속되었고 저 한테는 '남해군 남면 임포리 **번지" 이렇게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비가 올려고 하거나 오거나하면 그 봉우리 주위에 구름이 휘감아 돈다고 구름산, 고둥같이 생겼다고 고둥산이라 부른 산이름이 응봉산, 설흘산보다 훨씬 정겹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되면 설흘산, 응봉산 대신 구름산, 고둥산이라 불러야겠습니다.
진영 후배 미안하네..

다랭이 마을
 
박희호 시/하제운 곡, 노래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한 분이 댓글로 잘못 된 부분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수정 : 2010.3.25)

저 위에 다랭이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산은 고동산이 아니고 응봉산 또는 매봉산이라고 합니다.
고동산은 임포부락에서 유구마을 쪽으로 나오다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서 있는 산이 고동산이지요.

임포 운암마을 앞에 암벽으로 된 산을 구름산(임포 운암 사람들은 구름방)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을 외지 사람들은 설흘산 칼바위라고 부르더군요 임포부락 위에 마을 운암부락이 저의마을이거든요 응봉산하고 고동산은 같은 산이 아니고 건너 쪽에있는 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