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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최진실 단적비연수 황매산의 가을

by 구르다 2008. 10. 16.

작년 겨울에 합천에서 수련회를 하고 황매산을 올랐다. 그때는 모산재를 정점으로 등산을 하였다.
등산로도 험하고, 산 오르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는 산이 주는 상쾌함 보다는 고통이 더 느껴졌다.
결국에는 가이드에게 천천히 쉬엄 쉬엄 갈테니 먼저가라하고 뒤를 따를 정도였다.
그런 탓인지 황매산은 나에게 가파른 산으로 남아있다.
 
지난 토요일(11일) 산청 라이딩으로 황매산을 다녀왔다.
합천이 아닌 산청을 통해 오르는 것을 계획했다.
원래의 계획은 오토바이로 산을 넘고 합천으로 내려오는 것을 염두어 두었다. 
함께 라이딩한 분이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도를 따라 산청으로 가는 길에서 가을이구나 하는 것은 마음것 느꼈다.
누런벼와 콤바인, 그리고 조금씩 물들어 가는 산
특히 그 날의 하늘은 가을임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국도를 빠져나와 황매산으로 오르는 산길 옆 논은 이미 수확을 끝낸 뒤였다.
황매산 자락의 논에는 볏짚이 논바닥에 널려있고, 하우스는 이제 겨울을 준비하려는 듯하였다.



시멘트 포장과 비포장이 번갈아 나오는 길을 오르니 황매산 영화주제공원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단적비연수의 촬영 세트장이 황매산 자락에 있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 잠시 숨을 고르고 함께간 선배가 황매산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오토바이가 앞으로 나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돌고 있다.
오토바이로 오르기에는 무리없는 길 같아 보이는데 맥을 쓰지 못한다.
길에 잔돌을 깔아 놓아 두바퀴의 오토바이로는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오토바이로 산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걸어서 갈지 말지를 의논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까지는 아니라도 올라는 가 보아야죠,,..
일전에 천주산을 갔을 때 천주산 정상을 오르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기도 한 터였다.



아래서 볼 때는 가까워 보였는데 걸어보니 그래도 길이 멀다. 오르는 길 오른 편에 단적비연수 세트장이 있었다.
 
산등성이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나오고, 그 이정표 아래에는 쓰레기 봉투가 가득하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되가져 가지 않고 버려 놓은 것이다.
등산을 온 다른 분들도 인상을 쓰면서 한마디씩 하며 지나 간다.



황매산에서는 합천,의령, 산청이 발 아래에 펼쳐진다.
합천에서 오르는 황매산은 포장도로와 더불어 주차장이 산 등성이 더 가까이 마련되어 있다.



어느 유치원인지 아이들도 황매산을 찾았다.
아이들이 만약 버리고 간 쓰레기를 본다면 나쁜 어른들을 욕하지 싶다



황매산의 억새와 하늘이 하늘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가을 수채화를 만들어 내고
돌아가야 한다는 일정의 부담만 없다면 가을을 느끼며 멍하니 종일 있어도 좋을 풍경이었다.



두 사람 모두 걸어 산오르는 것을 싫어하는 터라 정상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함께한 선배는 산은 가고 싶은데 걷는 것은 싫고 그래서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 맘을 알 것 같다.



황매산에서 멀리 지리산도 보인다.
돌아가는 길 진주 유등축제를 보는 것을 애초 계획했었다.
그런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즉석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것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러고 보면 지리산은 20년 전에 가보고 가지를 않았다.



황매산의 억새가 화왕산 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하였다.
산이 가파르지 않고 거리도 길지 않아 간편한 복장으로 산보 기분으로 오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가을하늘
그 아래 지리산
가을 바람에 살랑이는 억새
또 가을임을 코 끝으로 느끼게 하는 구절초까지
한 폭의 그림을 그려보고픈 욕심은 있으나 능력의 부족함을 여실히 느낀다..



최진실이 주연한 단적비연수 세트장
부족을 상징하는 바람개비를 쇠로 바꾼 것 말고는 촬영장 모습그대로 인듯하다.
아쉬움이 드는 것은
저 곳에 조금만 더 투자를 하여 실제 민박이 가능하도록 하면 좋을 것같다.
그냥 촬영장이다 하고 보여주는 것의 한계는 뻔하다. 한 번 찾지 두 번은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 지리산을 가는 것은 다음기회로 넘겼다.
이 가을이 다하기 전에 또 어디론가 흘쩍 떠나 가을 공기를 마시고 와야 할 것 같다.



신체적으로 문제있음을 안지 넉달이다.
지난 겨울 모산재를 그렇게 올랐던 것은 어쩌면 자살행위였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같이 올라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오른 것 같다.
내년 이맘 때 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올라도 무리가 없을 것이고
그러면 좀 더 많은 산을 찾을 수 있을지도..


덧글
 Sun'A  08.10.16 20:45
아주 멋있는 산이군요!!
아름다워서 한번쯤 놀러가고 싶은곳이고요...
구경 잘하고 갑니다...
또 놀러올게욧~^^
좋은저녁 되세요..
  
 └  구르다보면  08.10.17 12:29
예, 가을을 느끼기에는
멋진 산이었습니다.
  
 
 설미정  08.10.17 15:42
다음에는 같이 갑시당
 
 └  구르다보면  08.10.17 17:00
ㅎㅎ 오! 설^^
근데 오토바이로 가야하는데
당신 오토바이 없잖우..
오토바이 뒤에 타는 것은 어려운디..
방법을 찾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