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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마을도서관

내가 단체장이면 이런곳에 투자한다.

by 구르다 2009. 11. 25.

△ 도토리와친구들의 바깥 풍경

도란도란, 도토리, 달팽이, 민들레, 파랑새, 씨동무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아이들이 좋아할 이름입니다.
물론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이 이름들은 경남에 있는 작은도서관들의 이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도란도란은 함안의 함주 공원에 있는 버스도서관, 도토리는 합천 초계면에 있는 작은도서관, 달팽이는 진주에 있고요, 민들레는 남해에 있으며, 파랑새는 사천에, 씨동무는 양산에 있습니다.


이 이름들의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뭘까요? 도토리만 빼면 모두 지역의 여성회가 만들고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입니다. 여성회 회원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시작하게 된 작은도서관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은도서관들의 공통점이 또 하나가 있습니다.
뭘까요? 아래 사진에 힌트가 있습니다.


△ 작은도서관 희망만들기 블로거 간담회/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2009.11.18



바로 여성부에서 경력단절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사업으로 진행되는 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에서 작은도서관희망만들기 지원사업으로 지원하는 작은도서관입니다.

지난 11월18일 마산 내서 대동이미지아파트도서관에서 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가 마련한 여섯 명의 경남 블로거와의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블로거 간담회에 대한 글은 다음에 쓰도록 하고 오늘은 작은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하나의 작은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정말 힘이 듭니다.
건물임대료에, 도서구입비에 갖가지 운영비 등 그러다 보니 의욕으로 시작했지만 지쳐서 버티지 못하는 작은도서관 사연을 많이 듣게 됩니다.



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은 제가 몸담은 경남정보사회연구소에서 사업을 제안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경남정보사회연구소가 주로 활동하는 창원과 인근의 김해에는 작은도서관이 많습니다. 그리고 작은도서관에는 한두 명의 상근 실무자가 있습니다. 90%가 주부들입니다. 창원은 15년의 작은도서관 활동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그런 경험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창출과 사회참여를 위한 사업으로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 합천 초계면에 있는 도토리와 친구들 작은도서관



도토리와 친구들 작은도서관은 그림 같은 도서관입니다. 합천으로 귀농한 목사님이 만들고 운영하는 도서관입니다.
몇 년 전 방문해서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물어보니,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명색이 도서관인데 책이 아닌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합천 초계의 '도토리와 친구들'에 이 사업으로 사람을 지원하였습니다.


△ 남해여성회 민들레도서관

△ 민들레 도서관 내부




남해 여성회에서 운영하는 새마을금고 건물 지하에 둥지를 마련한 민들레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은 단체에서 운영해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재입니다.
도서관은 돈만 있다고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작은도서관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작은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정말 힘이 듭니다.
건물임대료에, 도서구입비에 갖가지 운영비 등 그러다 보니 의욕으로 시작했지만 지쳐서 버티지 못하는 작은도서관 사연을 많이 듣게 됩니다.
남해 여성회가 운영하는 민들레도서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사람이 지원되니 좋지만 당장 내년 1월이 되어 사업이 끝나면 또 힘들어질 것입니다.


사천에 있는 파랑새 어린이 도서관입니다.

△ 사천여성회 파랑새어린이도서관

△ 파랑새어린이 도서관 내부



보리쌀도 팔고, 천연비누도 만들어 팝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책도 사고, 임대료도 냅니다.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지자체의 지원 없이 힘들게 운영하는 작은도서관들의 일상적인 활동입니다.
그나마 여성회 회원들이 있기에 자원봉사자도 구성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회비도 내어 운영되는 것입니다.



진주에 있는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입니다.



이용안내, 도서관헌장, 한국십진분류표가 붙어 있는 것만 보아도 때깔 나는 작은도서관이라는 것을 짐작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삐까 번쩍한 도서관에도 사람을 지원했다구요? 특혜다 하실 분들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속 사정을 알고 나면 꼭 특혜는 아닙니다.





금빛마을작은도서관은 임대아파트 단지에 있습니다. 시설이 이렇게 잘 된 것은 문광부의 작은도서관지원사업으로 개관한 작은도서관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이 정책을 만드는 데 힘을 좀 보탰습니다. 시설보다는 인력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 전국 사항이 더 많은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개선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조건이었습니다.
선정을 하면서 개관 이후 운영계획을 함께 받지만, 전담인력을 두고 운영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여성부에서 작은도서관에 사람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 것은 정말 장한 일입니다.
이 일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에게도 사회참여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되기도 하지만, 도서관에 인력을 두어 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 역시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에게 작은도서관은 가장 안전한 놀이터가 됩니다.



지금 마산 내서 어울림도서관도 이 사업으로 개관한 작은도서관이지만 오랫동안 도서관운동을 해 온 송순호 시의원이 마산시작은도서관지원조례를 만들었기에 그것에 근거해서 지원받게 되니 금빛마을도서관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죠.

진주시도 지원조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천도 그런 소식이 들립니다.
조례를 만들면서도 지원의 1번에 놓아야 하는 것이 인력에 대한 지원이어야 합니다.
사람이 있어야 사업도 벌이고, 돈도 모으고, 이용자 서비스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교도서관이 아주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가꾸어져 있는 도서관 중에서 점심 시간에만 문을 여는 곳이 허다합니다. 전담인력 없이 일반 교사에게 부과업무로 맡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새로일하기 지원본부의 이번 사업에서 학교도서관에도 전담인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 학교는 전담인력의 필요성을 알게 되면 도교육청 사업이나 자체 인력을 고용하여 도서관을 운영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공원 잔디밭에 버스가 왜 서 있을까요? 저 버스도 도서관일까요?
맞습니다. 경남 함안 함주공원에 있는 도란도란그램책버스 입니다.
이 버스 역시 함안여성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림책버스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한 천부인권님이 이미 글을 잘 올려놓으셨기에 대신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보다 큰 함안 "도란도란그림책버스도서관" 

△ 함안여성회 운영/ 함안군 함주공원 도란도란 그림책 버스



문고등록 기준인 10평이 되지 않아 문고등록도 못 하고, 따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정에서 조금만 유연성을 발휘하면 이동도서관으로 지원 가능할 것 같은데 과한 기대일까요?
이 버스도서관 역시 12월 말에 지원이 종료되고 나면 다시 주말 운영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난 5개월 동안 함안 군민은 물론 인근 지역민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는데 뭔가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부에서 작은도서관에 사람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 것은 정말 장한 일입니다.
이 일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에게도 사회참여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되기도 하지만, 도서관에 인력을 두어 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 역시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에게 작은도서관은 가장 안전한 놀이터가 됩니다.

1년에 1200만 원이면 1개의 작은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인력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1억 2천만 원이면 10개, 10억 2천만 원이면 100개, 120억이면 1,000개가 됩니다.
즉 120억이면 1,000개의 좋은 일자리와 수많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터를, 부모들에게는 안심하고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2년 정도만 안정되게 지원하면 도서관 자체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재정자립을 할 수 있게 되거나, 지자체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안정성을 가지게 됩니다.

저희 단체가 운영하는 창원의 사회교육센터(마을도서관) 한 군데를 예를 들면
창원시에서 한 달에 두 사람 인건비 180만 원, 도서구입비 40만 원, 운영비 90만 원해서 310만 원을 지원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이 사업을 통해 320만 원 정도의 추가 재정을 만들어 내어 약 630만 원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게 됩니다.
시에서 1을 지원하면 운영을 통해 1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사업들이 이런 사업입니다.

2009/11/19 - [도서관이야기] - '책과 노니는 집' 저자가 말한 사림동의 기적

이 정도면 꽤 좋은 사업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