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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산오르기

정병산 우곡사-절에서 말싸움 나니, 절도 결국 속세더라

by 구르다 2009. 10. 17.
지난주 일요일은 날이 좋았다.
내가 속한 단체에서 창원 향교에서 옛날 자여역이 있던 자여까지 10여 키로미터를 걷는 걷기모임 '동행'의 공식적인 첫 일정이 시작 되는 날이기도 했다.
휴일 날 이른 출발이라 일어날 자신도 없고, 몸 상태가 그 거리를 걷기에는 영 아닌 것 같아 참석을 하지 않았다.

점심 때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딱히 할 일이 없다. 일행들에게 어디쯤인가 별일은 없는가 문자를 넣었다.
'덕산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있다면서, 오시게요'  하는 문자가 날아왔다.
일행에는 아이들도 있었고, 차도를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무사히 도착했다니 안심이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나가 여름동안 벗어 놓았던 부츠를 신고 14번 국도를 달려 자여마을로 향하였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이후로 이 길을 자주 다니게 된다.
자여까지는 스쿠터로 2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

자여마을로 들어서니 입구에 일행들이 걷고 있다. 손만 흔들어 주고 지나쳤다.
본사람도 있고, 보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단체 소장이라는 사람이 손만흔들어 주고 그냥 가버렸다고 원망을 들었다.

자여마을 지나 우곡사 오르는 길이 스쿠터를 타기에도 좋은 길인데, 걷기에도 참 좋은 길이다 생각했다.
꽃피는 봄에 창원용추계곡에서 산을 넘어 우곡사 까지는 서너차례 다녔지만 산너머 자여마을에서 우곡사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창원 자여 우곡사



우곡사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스쿠터를 세우고 돌계단을 올라 우곡사에 들어서니 고함소리가 요란하다.
우곡사에는 인근 사람들이 물을 받아가는 약수터가 있다. 그 약수터 물받는 것 때문에 싸움이 난 것 같다.
한참이 지나도 고함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물을 받으러 온 젊은 남자와 보살이 시비가 붙은 것이었다.
내가 이 절에 시주를 얼마했는데라며 주변사람 아랑곳 하지 않고 고래 고래 고함을 치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빌미를 준 보살이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문제였다.

절에서 싸움나니 그곳 역시 사람사는 속세와 같더라는 것이다.
절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데 자꾸 속세가 절에 가까워지니 절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그 모습이 사나워 바로 돌아서 내려와 버렸다.


500년된 우곡사 보호수 은행나무



우곡사 아래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500년 세월동안 무슨 그런 속타는 일이 많았는지 은행나무 속은 텅비어 있다. 아무리 봐도 안내판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다. 글 읽으시는 분들이 찾아보세요.

우곡사 약수터 물이 넘쳐 흘러 우곡사오르는 계단 언덕에 이렇게 예쁜 물봉선이 피게하였다.
성주사 물봉선보다는 키작은 앙증맞은 물봉선이었다.



꽃이 알게 모르게 뒷태가 아름답다는 것 아세요?
특히 해살을 머금은 꽃들의 뒷태는 더 아름답다.
물봉선의 뒷태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맛이 있다..

우곡사의 물봉선 뒷태


물봉선과 인사하고 계곡쪽으로 가니..가을꽃이 별로 없다.
딱 한녀석..
가을꽃의 대명사인 꽃향유가 꽃등애와 놀고 있었다..
빛이 좋지않아 선명한 꽃등애를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꽃등애는 꽃향유 앞에서 정지상태를 굉장히 오랫동안 유지하는 녀석이거든요..


우곡사 꽃향유와 등애




우곡사에서 바라 본 동읍의 들판.
들판도 온통 가을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