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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7번국도동해일주

동해 7번국도 최고의 환상 라이딩

by 구르다 2009. 10. 8.
700Km의 동해 라이딩을 하며 아! 내가 지금 동해를 달리고 있구나 느낀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경주를 빠져나와 동해 바다에 닿았을 때 '동해다'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 쳤었다.
스쿠터로 첫 목적지인 동해에 도착했다는 나만의 자족적 감동이었다.

그 뒤로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도 내가 동해를 끼고 달리고있구나 생각치 않으면 동해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삼척에서 길을 잃고 나름 고생한 때문인지 동해시는 길따라 통과 하였다.
철길과 나란히 난 길을 한참 달렸다. 40여분 달리면서 멈추어 서지도 않은 것 같다.

정동진이 목표지점이었는데 어디까지 왔는지, 얼마나 더 달려야 하는지 생각않고 목적지가 나올 때 까지 달리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쿠터를 세웠다. 도저히 스쿠터를 세우지 않으면 안될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바다를 발 아래에 두고 달렸는데, 바다가 나와 나란히 옆에 서있다.
파도가 조금만 높으면 그대로 파도 속으로 스쿠터를 달려야 할 것 같다.
길은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 놓은 굴곡을 그대로 간직하고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아침 7시 포항 호미곶을 출발하여 9시간 달려 만난 멋진 풍경이다.
네 바퀴의 차가 아닌 두 바퀴의 스쿠터로 라이딩하기엔 환상적인 길이다.




깊게 눌러 쓴 헬멧을 벗었다.

△ 정동진으로 향하다 만난 환상적인 라이딩 길..


동해의 상큼한 바람이 코 끝에 와닿고, 나즈막한 파도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약간 흐린 5월의 동해바다

사납지 않은 적당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바다가 흰 속살을 내보인다.

이 길에서 헬멧을 벗고 바다의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렸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길을 혼자 소유하며 달려보나 싶었다.

얼마나 그렇게 달렸을까?
바다와 나란히 난 길은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다가 사나운 날 저 길을 달려도 멋있을 것 같다.


바다 길이 끝나고 새 길이 나왔다. 
벗었던 헬멧을 다시 썼다.
그리고 스쿠터의 속도를 올렸다.
바다가 아닌 산으로 난 길을 달렸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정동진이다.

2009.5.15. 정동진 선쿠르즈







강영숙, 「스쿠터 활용법」(낭독 고혜란 유학승)

 

강영숙의 「스쿠터 활용법」을 배달하며

외국 작가의 글을 고를 때는, 내용은 좋은데 문장이 거칠어 망설일 때가 많아요. 우리 작가의 글을 고를 때는 그런 일이 없지요. 특히 강영숙 같은 작가의 문장은 무척 단단하고 모양에 빈틈이 없이 깔끔합니다. 금방 딴 햇사과를 찬물에 씻어서 손에 들고 한입 베어 물기 전의 기대와 긴장 같은 것도 있구요. 이제 곧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과육이 베어지며 달콤한 즙이 공기 중으로 분사되는 거죠. 이런 문장을 읽을 때는 제가 다행히 한국어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어, 단어의 맛과 문장의 흐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기쁘답니다. 대단한 기능 보유자라는 생각마저 들어요. 여러분은 한국어를 어디까지 즐길 수 있는지요? 흐리고 외로운 날(저한테는 대개 술이 깨는 시간과 겹치기 십상인데) 혼자 책을 읽다가, 마음이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감각이 여러 경계를 넘나드는 걸 느끼고는 아, 문자로 희노애락을 전달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 생각하지요. 싸고 간단하게 즐기는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