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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길걷기

지리산둘레길 걸으며 무슨 생각하나요?

by 구르다 2009. 9. 17.
짧은 시간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그 시간에 넘치는 글을 올렸다.
그러고도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았으니 말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마무리 할 것은 해야겠다.

둘레길에서 만난 풍경과 생명, 그리고 사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언제가는 희미해 질 나의 기록이고 우리 기록이기 때문이다.




2009년 7월은 비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계곡을 만나면 잡음 섞이지 않은 물소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물을 이웃하며 자란 탓일까?
벌나비를 유인하여 열매 맺은 산수국 헛꽃은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조금 가지고 나면 더 가질려고 발버둥 치는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둘레길 머리위 돌들은 담쟁이가 붙들고 있다.
혹시나 둘레길 걷는 사람들 머리위로 돌 굴러 떨어질까 염려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그 마음 또 고맙다.

하나의 담쟁이 잎이라면 엄두도 못낼 집단의 착한 마음이다.




둘레길 걷다 이마에 흐르는 땀 닦으며 잠시 쉬어간 바위에는
'이 아래는 위험하니 조심하세요'라며 사람이 머물러야 하는 경계를 그어 놓은 담쟁이 있으니
 그 마음 또한 이쁘다.




산길 벗어나 빨치산의 원혼 달래는 서암정사 들어서니
한 모퉁이 뻐꾹나리 얌전히 피어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녹음 우거진 둘레길 걸으며 하늘 보지 못함 헤아려
항아리에 핀 연잎에 물방울 떨어뜨려 하늘을 비추고
그 덕에 추성마을 바라보며 산너머 하늘에도 눈길을 주었다.




서암정사 둘러보고 뒤 돌아 볼 여유없이 바삐 움직이니
대방광문 지날즈음 범부채 활짝 피어 걸음 멈추게 하고




서암정사 아래 절벽에선
댓잎들이 서로 몸 부비며 '잘 가시오' 하는 듯 하다.




죽은 고목이라 생각하여
고목을 휘감은 담쟁이만 보았는데..

고목 끝 높은 곳에 연초록 생명이 '나 살아 있오' 하고 하늘 거린다.



다시 접어든 산길..
융단같은 이끼가 바위를 감쌋고.
그런 이끼가 좋다며 이끼에만 눈길 주는 사람도 있더라.




벽송사 오르는 길섶에는
무심히 지나는 사람들에 심술난양
닭의장풀이 앙증맞게 쪼그려 앉았다.




속이 텅빈 고목을 이끼가 덮었고
그 이끼 사이로 고목의 증손자뻘 됨직한 씨앗이
철없이 싹을 틔웠다.

그 생명이 기특하나
다시 생각하니 생명을 이어간다 장담하지 못하니

하필이면 그 자리인가, 니 팔자도 더럽게 재수없다




벽송사 약수터 잠시 머물며 갈증난 목 축이고
앞서간 일행 찾아 곧추 오르니

어느 선사의 사리 모셨을 부도 셋이 나란히 섰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사찰은 아래로 옮겨으나
따라가지 못하고 덩그러니 혼자 남은
벽송사 3층석탑..
이래뵈도 보물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그래도 덩그러니 홀로 남겨둔
스님들이 원망스러운 것은 아닐까?





일제침탈의 아픈 상처 간직한 미인송 이야기 듣고
쾡한 마음으로 뒤돌아 내려오는데


며느리밥풀꽃이
내 사연도 들어보오 하며 발길을 잡는다.
이 땅에는 어찌이리 사연 깃든 풀꽃들이 많은지





며느리밥풀꽃 사연에 참나리가 괜히 미안한지
고개를 숙이고 본척도 하지 않는다.




벽송사 목장승도
벽송사 미인송도
길에서 만난 며느리밥풀꽃에도
가슴시린 사연 깃들어 있지만
그 많은 사연 다 듣고 헤아리다
우리 일정 빵구나니 그래도 갈 길은 가야지..

그러고 보면 사람 마음은 참 야박하다.





독기오른 추성옻으로 고은 백숙을 먹고
칠선계곡으로 향하니
집채만한 바위 위에 수십년 버티었을
키작은 소나무가 '날 좀 보소' 하고 소리를 친다.
참 생명은 위대하다.




간밤에 내린 비로 계곡 물 소리 요란하다.
이 물 흘러 낙동강에 이르고
남해로 흘러 그렇게 세상 유람하다.

언젠가 이 곳에 다시 올 것인데..




칠선계곡 어디 쯤에
댐지어 이 물길 막으려 한다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지리산 둘레길과
말없는 대화는 끝이 나고..

수련회라 하니
따분한 사업이야기는 하고 가야지
물소리 덜한 계곡에 자리를 잡았건만
물 건너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볼 일 다보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문득 지난 겨울 옥녀봉 산행이 떠오르니
오금이 저려온다.

2009/02/27 - [도서관이야기] - 짜릿함이 가득한 사량도 옥녀봉



언제 다시 올지모를 지리산아..
칠선계곡아..
부디 몸 성히 잘 버텨라,

ㅆ ㅂ
케이블카

그딴것 안하면 안되겠니?



고을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김종직(점필재)선생이 조성했다는 
함양 차밭

정말 누구와 대비가 된다.




이렇게 경남정보사회연구소 마을도서관 실무자 수련회는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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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처럼

글 박미경 / 곡 김봉철 / 노래 안지은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시와노래음반,2006